한국인 LPGA 200승.. 고진영, 개인 타이틀 석권 노린다
[스포츠한국 노진주 기자] 후반기 상승세를 따라올 자가 없다. 고진영(26)은 최근 한 달 사이 우승컵 3개를 들어 올리며 세계랭킹 1위 탈환에 성공했다.
전반기 부진을 완전히 떨쳤다. 고진영은 지난 6월까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10개 대회에 출전했지만 우승이 없었다. 112주간 지켜오던 세계랭킹 1위 자리마저 넬리 코다(미국)에게 내줬다. 7월 첫 우승을 차지하며 반등을 알렸으나 정작 고진영은 “골프 사춘기가 왔다”며 자신의 경기력에 만족하지 못했다.
절치부심의 시간을 가졌다. 기대했던 도쿄올림픽에서도 노메달에 그친 고진영은 메이저대회인 AIG 위민스 오픈 불참을 선언하며 국내에서 경기력 회복에 초점을 맞췄다.
노력은 통했다. 고진영은 후반기 우승 행진을 펼치며 시즌 4승째에 도달했다. 여기엔 한국 선수 LPGA투어 통산 200승을 알리는 우승까지 포함됐다. LPGA 투어 개인타이틀 싹쓸이 가능성까지 피어오르고 있다.
연장 끝 시즌 4승…전반기와 너무 다른 후반기
고진영은 10월 24일 부산에서 막을 내린 LPGA 투어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최정상에 올랐다.
3라운드까지 선두 임희정(21)에 4타 뒤져있던 고진영은 최종 라운드에서 무려 버디 8개를 잡아내며 역전 우승을 이루어냈다. 최종 기록은 22언더파 266타.
승부는 연장에서 갈렸다. 9번 홀까지 고진영과 임희정은 20언더파 동률로, 초접전이었다. 12번 홀에서 고진영이 버디로 한발 앞서나가자 임희정도 이에 질세라 15·16번 홀에서 연속 버디를 솎아내며 다시 선두로 치고 올라갔다. 17번 홀에서 다시 균형이 맞춰졌다. 고진영이 버디를 기록하며 공동 선두로 올라섰다.
마지막 18번 홀(파4)에서 승부를 가리지 못한 두 선수는 피 말리는 연장으로 향했다. 두 번째 샷에서 우승컵의 주인공이 가려졌다. 임희정은 파에 그친 반면 고진영은 버디를 낚아채며 그대로 경기를 끝냈다.
지난 8월 2020도쿄올림픽이 끝난 후 약 한 달 동안 재정비 시간을 보낸 고진영은 후반기 매서운 기세를 자랑하고 있다. 지난 9월 캄비아 포틀랜드 클래식 때부터 BMW 챔피언십까지 5개 대회에서 3번이나 우승을 차지했다. 준우승 1회도 있다. 전반기 때와는 180도 다르게 빈틈없는 최상의 경기력을 뽐내고 있다.
BMW 챔피언십 우승으로 시즌 4승을 달성한 고진영은 세계랭킹 1위 탈환에도 성공했다. 6월에 코다에게 내줬던 1위 자리를 지난 28일 되찾아왔다. 랭킹 포인트 9.36점을 얻어 코다를 0.02점 차로 제쳤다.
고진영이 세계 1위에 오른 기간은 총 113주다. 이는 멕시코 출신의 ‘전설’ 로레나 오초아(158주)에 이어 두 번째로 오랜 기간이다.
겹경사… 대기록 주인공에 올라
고진영은 BMW 챔피언십 우승으로 33년 만에 한국 선수 통산 LPGA 투어 200승째를 달성했다. 고진영은 197승부터 화룡점정이 되는 200승까지 마지막 4승을 혼자 책임졌다.
한국여자골프는 1988년 고 구옥희 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협회장이 처음으로 LPGA 투어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고우순이 1994·1995년 2승과 3승을 달성했다. 100승은 2012년 8월 제이미파 톨리도 클래식에서 유소연이 만들어냈다.
한 국가에서의 LPGA 투어 200승은 대기록이다. 지금까지 미국과 한국만이 이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100승을 채운 나라도 스웨덴(118승)뿐인 것을 고려하면 200승이 얼마나 대단한지 체감할 수 있다.
고진영은 "경기 시작 전 LPGA 한국 선수 199승 중 제 지분이 5% 정도 이미 있기 때문에 거기만 해도 만족한다고 이야기를 했는데, 이렇게 영광스럽게 한국에서 열린 대회에서 200승을 차지할 수 있어 큰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운이 좋았던 것 같다"는 소감을 전했다.
후반기 질주로 개인 타이틀 석권할까
지난 2019년 고진영은 개인 타이틀을 싹쓸이하며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2018년 LPGA 투어에 입문한 고진영은 이듬해 올해의 선수, 안니카 메이저 어워드, 상금왕, 최저타수상 등 주요 개인 타이틀을 차지했다. 지난해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4개 대회만 출전하고도 상금왕 2연패를 누렸다.
고진영은 2019년의 영광을 재현하고자 한다. 이미 반 이상 왔다.
다승 부문에서 고진영(4승)은 코다(3승)를 제치고 가장 높은 곳을 마크하고 있다. 올해의 선수 랭킹 포인트에서도 30점을 추가한 176점으로 코다(161점)보다 앞서있다.
올해의 성적을 환산한 CME 글로브 레이스 포인트에서도 이번 우승으로 500점을 획득해 3400.15점으로 코다(2920.60점)를 밀어내고 선두다. 올 시즌 가장 많은 톱10에 든 선수에게 수여 하는 리더스 톱10 1위도 이미 확정, 보너스 10만 달러를 받는다.
개인 타이틀 석권을 위해 아직 채워지지 않은 부문은 상금왕과 최저타수다. 아직 코다가 이 두 부문에선 1위다.
195만6415달러를 누적한 고진영은 197만4657달러를 벌어들인 코다에 이어 상금왕 부문 2위다. 최저타수에서도 69.186타로 코다(69.074타)에 뒤져있다.
고진영이 두 부문에서 역전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올 시즌 LPGA 투어는 내달 11일부터 열리는 펠리컨 위민스 챔피언십, 18일 열리는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 두 대회를 남겨두고 있다.
지난해 고진영이 우승을 차지했던 CME 그룹 투어 챔피언십의 우승 상금은 이번에 110만달러에서 150만달러로 대폭 늘어났다. 고진영이 상금왕 부문에서 역전이 가능한 이유다.
9월에 나선 17개의 라운드 중 16개 라운드에서 60대 타수를 자랑한 고진영이기에 최저타수 부문에서도 역전을 기대해 볼 만하다.
고진영은 국내에서 잠깐의 휴식을 취한 뒤 11월 11일부터 미국에서 열리는 펠리칸 우먼 챔피언십에 출격할 계획이다. 후반기의 질주가 연속 우승·개인 타이틀 석권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노진주 스포츠한국 기자 jinju217@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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