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GC 먼로, 패스하는 외인 계보 이어갈까
국내 프로농구 특성상 외국인 선수를 뽑을 때 패싱 능력은 우선 순위에 속하지 않는다. 듬직한 정통파 빅맨이나 내외곽을 넘나들며 에이스 역할을 할 수 있는 테크니션 포워드가 주로 선호되며 간혹 영입하는 1번형 외국인 선수 역시 득점력 좋은 유형이 대부분이다. 실제로 패스 마스터로 기대를 모았던 퓨어가드 마퀴스 티그(28·185.4cm)보다 스피드와 운동능력을 바탕으로 코트를 휘젓던 조 잭슨(29·180.2cm)같은 공격형 듀얼가드가 훨씬 성적이 좋았다.
물론 패스까지 잘하면 금상첨화다. 하지만 외국인 선수에게 우선적으로 바라는 것은 포스트 장악, 득점력 등인지라 패싱 능력은 후순위 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빼어난 패싱능력으로 팀전력을 업그레이드시켜 주던 외국인 선수도 있었다. 주로 포워드, 센터 쪽이었으며 숫자는 매우 적었다.
최근 안양 KGC 인삼공사 대릴 먼로(35‧196.6cm)가 이른바 포인트 센터로서의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다. 기본적으로 외국인 빅맨에게 요구되는 것을 어느 정도 해주면서 넓은 시야와 경기 흐름을 읽는 센스 등을 앞세워 컨트롤타워 역할까지 소화 중이다. 지난 29일 DB전에서는 트리플더블을 작성하기도 했다.
먼로의 활약상으로 인해 KBL 역사에서 드물었던 이러한 유형의 선수들이 다시금 언급되고 있다. 패싱 능력을 통해 동료들을 살려주고 팀 경기력을 끌어올릴 정도면 기본적으로 BQ가 좋다는 얘기다. 그런 만큼 다방면으로 팀에 보탬이 되었던 외국인 선수들이라 할 수 있다.
패스형 빅맨하면 가장 먼저 떠오를만한 인물은 단연 리온 데릭스(47‧204cm)다. 안양 SBS 스타즈(현 KGC), 원주 TG삼보 엑써스(현 DB) 등에서 뛰었으며 챔피언결정전 우승까지 경험했던 선수다. 호리호리한 체형으로 인해 몸싸움에 약했으나 다양한 테크닉으로 커버하며 선수 생활을 이어갔던 영리한 타입이다.
데릭스는 워낙 이타적이고 영리하게 팀플레이를 잘했던지라 어떤 조합과도 잘 맞았다. 특히 SBS 시절에는 데니스 에드워즈, 표필상과 함께 이른바 ’트리플 포스트‘를 이루었는데 득점 위주 에드워즈, 몸싸움 원툴 표필상 등이 함께 공존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적재적소에서 패스를 넣어주고 공간 활용을 잘한 데릭스의 힘이 컸다. 물론 데릭스 역시 이른바 표필상의 몸빵수비 덕을 보기도 했다.
고 제스퍼 존슨(사망‧198cm)은 파워포워드 포지션을 맡고 있었지만 육중한 체구와 달리 골밑에서 치열하게 부딪히며 득점을 올리는 타입도 아니었고 떨어지는 민첩성(+적극성)으로 인해 수비시 약점이 돋보였다. 하지만 존슨은 자신만의 장점으로 단점을 덮었다. 그는 공격시 마치 스윙맨처럼 플레이했다. 특히 슈팅력에 자신감을 가지고 있어서 미들, 3점을 가리지 않고 찬스다 싶으면 과감하게 던져댔는데 적중률 또한 좋은 편이었다.
존슨은 지공, 속공상황을 가리지 않고 빼어난 패스 감각을 뽐냈다. 속공시 달리는 동료의 움직임에 맞춰 정확하게 볼을 건넸으며 외곽에서 패스를 높이 띄워 골밑의 동료를 봐주는 패스에도 능했다. 존슨의 3점슛이 워낙 위협적인지라 통할 수 있었던 패스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시야가 넓고 공격시 슛을 던질지 패스를 해야 될지 판단력이 빨라 존슨이 경기를 뛰게 되면 볼이 잘 돈다는 평가가 많았다.
재키 존스(54‧202cm)는 데릭스, 존슨에 비하면 패싱센스가 아주 좋은 편은 아니었다. 센터 포지션을 보면서도 기동성이 좋고 탁월한 외곽슛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특징인 빅맨이었다. 하지만 리바운드 후 이어지는 아울렛 패스는 역대 어떤 선수와 비교해도 돋보일 만큼 일품으로 평가받는다. 마치 미식축구선수를 연상케 할 정도로 신속하고 멀리 정확하게 던졌던지라 속공시 굉장한 위력을 발휘했다. 쟁쟁한 국내 퓨어가드들 조차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을 정도다.
이러한 스타일의 끝판왕은 역시 고 크리스 윌리엄스(사망‧198cm)다. 역대 최고 외국인 선수를 꼽을 때 무조건 들어갈 정도로 탁월한 기량을 자랑했던 윌리엄스는 득점, 수비는 물론 팀플레이까지 잘했다. 상대적으로 다른 능력에 비해 3점슛이 약한 편이었지만 만약 그러한 약점조차 없었다면 국내 무대에서 보지 못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윌리엄스는 단순히 패스를 잘하는 수준을 넘어 어지간한 주전급 퓨어 포인트가드 이상의 리딩 능력까지 갖추고 있었다. 수비시 상대 팀의 패스 길을 끊어내던가 직접 공을 빼앗는 실력도 일품이었다. 그야말로 공수를 겸비한 완전체 포인트 포워드였는데 그로 인해 듀얼가드 유형의 양동근과 환상의 호흡을 자랑했다.
현재 8경기에서 평균 7.88득점, 3.25어시스트(외국인 선수 1위), 5.75리바운드를 기록 중인 KGC 2옵션 먼로는 윌리엄스의 다운 그레이드판을 연상시킨다. 올라운드 플레이어면서 3점슛이 뛰어나지 못하다는 점까지 같다. 1옵션 오마리 스펠맨(24·203㎝)이 폭발적 운동능력을 바탕으로 뜨거운 플레이를 펼친다면 먼로는 노련하고 차분하다. 경기장 안팎에서 젊고 혈기 넘치는 스펠맨을 다독여주는 것을 비롯 자신만의 이타적인 스타일로 팀에 기여하고 있다.
먼로의 최대 강점은 넓은 시야다. 경험이 많은 베테랑답게 상대 팀의 움직임까지 봐가면서 적절한 타이밍에서 딱 맞는 패스를 동료들에게 전해준다. 스펠맨의 패스가 화려하고 다이나믹하다면 먼로의 패스는 상대적으로 평범(?)해 보인다. 하지만 그 평범해 보이는 패스를 받게 되는 동료들은 슛을 시도하기 편한 상황을 맞게 되고 여지없이 득점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얼마나 먼로가 노련한 선수인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먼로는 지공 상황에서 패스 한번으로 기회를 만들어주는 능력이 좋아 에너지 넘치는 농구, 빠른 농구를 특기로 하는 KGC에 또 다른 무기를 하나 더 만들어주었다는 극찬을 받고 있다. 베테랑의 품격을 보여주고 있는 알짜 2옵션 먼로가 KGC 외국인 선수 성공신화를 이어 갈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글 / 김종수 객원기자
#사진 / 박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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