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샷원킬' 호날두, '고군분투' 손흥민 울렸다..'경질 더비' 명암
31일 EPL 10R 토트넘, 맨유에 0-3 패배...호날두 1골1도움 '수훈'
[더팩트 | 박순규 기자] 작은 차이가 승부를 갈랐다. 슈퍼 소니' 손흥민(29·토트넘)과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6·맨유)의 차이는 미세했다. 하지만 그 차이가 득점 찬스에서 나타나 두 팀의 운명을 좌우했다. 호날두는 골을 넣었고, 손흥민은 실패했다. 이로 인해 단두대에 오른 두 팀 사령탑 가운데 한 명은 한숨을 돌렸고, 또 다른 한 명은 고개를 떨궜다.
토트넘 공격수 손흥민은 31일 오전 1시30분(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2021~2022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10라운드 홈경기에서 4-2-3-1전형의 왼쪽 윙어로 선발 출전, '고군분투'하며 풀타임을 소화했으나 0-3 패배를 막지 못 했다. 두 팀 사령탑의 '경질 더비'인 'El Sackico(엘 사키코)'로 불린 이날 경기에서 손흥민은 세 차례의 결정적 득점 기회를 살리지 못한 반면 맨유의 호날두는 '원샷 원킬'의 날카로운 득점력을 보여 양 팀 감독의 희비를 갈랐다.
'해고하다'란 뜻의 'Sack'와 세계적 전통 더비인 프리메라리가의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의 '엘 클라시코'를 더해 만든 '경질 더비'란 풍자 신조어인 '엘 사키고'에서 살아남은 올레 군나르 솔샤르(48) 감독은 지난 리버풀전 0-5 참패에서 벗어나 한숨을 돌린 반면 토트넘의 누누 에스피리투 산투(47) 감독은 웨스트햄전 9라운드 0-1 패배에 이어 또다시 리그 연패에 빠지며 경질설에 계속 시달리게 됐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5승2무3패 승점 17로 상위권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고, 5승5패 승점 15의 토트넘은 5할 승률에 머물며 연패 탈출이란 시급한 과제를 안게 됐다.
관심을 모았던 손흥민과 호날두의 EPL 첫 맞대결은 호날두의 완승으로 막을 내렸다. '백넘버 7번'를 나란히 단 손흥민과 호날두는 두 팀의 핵심 공격수로 역할을 하면서 상대를 위협했지만 관록에서 앞선 호날두가 1골1도움으로 팀 승리를 이끌어 차이를 보였다. 물론 호날두는 수비 가담은 물론 전방 압박에도 가담하지 않은 채 오로지 공격만 하는 '반쪽 플레이'를 하면서도 결정적 찬스에서 골을 기록하고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하면서 왜 자신이 팀에 필요한지를 입증했다.
이날 전반 39분까지 거의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 하다가 골 넣는 순간 딱 모습을 보였다. 일진일퇴의 공방전이 계속되던 전반 39분까지는 사실 손흥민의 활약이 더 컸다. 손흥민은 공격 삼각 편대를 이루는 오른쪽 윙어 루카스 모우라와 원톱 해리 케인이 부진한 가운데 홀로 상대 문전을 위협하며 잇따라 득점 기회를 창출했다. 전반 6분 왼발 슛으로 첫 슛을 기록한 것을 시작으로 24분 모우라의 침투 패스를 왼발 트래핑 후 오른발 슛으로 연결하는 등 맨유 골문을 위협했다. 전반 28분에는 로메로의 골이 오프사이드로 판정날 당시 코너킥을 올리기도 했다.
손흥민 35분에는 가장 골에 근접하기도 했다. 해리 케인이 하프라인 부근에서 찔러준 침투패스를 받은 손흥민은 단독 드리블 후 골지역 안 오른쪽에서 오른발 슛을 날렸으나 상대 수비수의 몸을 날린 태클에 걸려 골문을 뚫지 못했다. 반 박자 빠른 슛이 아쉬운 대목이었으며 호날두와 비교되는 장면이기도 했다.
하지만 호날두는 그때까지 거의 존재감을 보이지 못 했다. 경기장 분위기도 토트넘의 약간 우세로 흘러갔다. 바로 그 순간, 호날두의 '원샷 원킬'이 경기 흐름을 완전히 뒤바꿔 놓았다. 호날두는 전반 39분 토트넘 진영 페널티 에어리어 왼쪽에서 넘어온 크로스를 토트넘 수비수 벤 데이비스 뒤에서 오른발 발리슛으로 골문을 뚫어 선제 결승골을 낚았다. 지난 8월 12년 만에 맨유에 복귀한 이후 EPL 4호골을 가장 결정적인 순간에 기록하며 솔샤르 감독에게 기쁨을 안겼다. 사실 호날두의 이 슛은 벤 데이비스가 앞서서 헤더로 걷어낼 수 있었으나 위치 선정 부족으로 흘려보낸 것이 먹이를 노리던 호날두의 발에 걸리면서 골로 연결되고 말았다.
상대 수비의 허점을 놓치지 않는 호날두의 득점력은 후반 3분에도 빛을 발했다. 이 골은 비록 VAR 판독을 거쳐 오프사이드로 판정이 났으나 페널티지역 오른쪽 바깥에서 날리 호날두의 오른발 아웃프런트킥은 토트넘 주전 골키퍼 위고 요리스가 손을 쓸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회전이 걸리면서 골망을 흔들어 보는 이의 감탄을 자아냈다. 호날두는 후반 19분 페르난데스의 침착한 패스를 받아 페널티지역 중앙으로 파고드는 카바니에게 정확한 침투패스를 넣어 두 번째 골을 어시스트한 뒤 후반 26분 래시포드와 교체됐다.
지도력 부재의 비판을 받고 있는 누누 산투 감독은 홈 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경기를 리드하기는커녕 0-2로 끌려가자 모우라와 스킵, 로 셀소를 베르바인과 은돔벨레, 알리로 잇따라 교체 투입하며 반전을 노렸으나 결국 후반 41분 교체멤버 래시포드에게 쐐기골을 얻어맞으며 참패를 기록하고 말았다.
산투 감독의 패착은 조직력을 덜 갖춘 상태에서 무리하게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 콘퍼런스리그(UECL)와 리그 컵(카라바오컵), EPL의 세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 위해 로테이션 멤버를 가동한 것으로 분석된다. 스쿼드가 안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3개 대회를 소화하다 공수의 밸런스를 잃고 조직력을 상실하면서 시즌 운영에 차질을 빚어 위기를 자초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날 맨유전에 앞서 28일 펼쳐진 번리와 카라바오컵 16강전 멤버 7명이 3일 만에 그대로 나온 것이나 가장 중요한 포백 수비진의 멤버가 자주 바뀌면서 안정을 찾지 못 한 점, 여전히 들쭉날쭉한 해리 케인의 방황 등이 산투 감독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다. 이날 경기에서 토트넘 공격진은 유효슈팅 하나도 기록하지 못 했다.
토트넘 공격수들이 부진한 가운데 그나마 존재감을 보인 손흥민은 기대를 모았던 호날두와의 맞대결에서 공격포인트를 기록하지 못 해 아쉬움을 남겼다. 손흥민은 이날 경기에서 처음 호날두와 EPL 맞대결을 펼쳤으나 다른 대회에서는 두 차례 마주친 바 있다. 호날두가 레알 마드리드(스페인)에서 뛰던 2017-2018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에서 손흥민은 토트넘의 후반 44분 교체 멤버로 출전해 첫 만남을 가졌고, 2019년에는 인터내셔널 챔피언스 컵(ICC) 토트넘-유벤투스전에서 45분간 선발 대결을 펼쳤다.
토트넘은 오는 5일 네덜란드의 피테서와 UECL 조별리그 경기를 갖는다.
skp2002@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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