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필요한 영어 성적에 재산세 증명까지..황당한 해고 기준
[앵커]
서울 도심의 한 호텔에서 수십 년 동안 일해온 조리사에게 정리해고 기준으로 영어 성적을 요구해 큰 논란이 됐죠.
호텔 측이 이뿐만이 아니라 재산세 납부 증명서와 같은 민감한 개인 정보 등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데, 어찌 된 일인지 김혜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지난 30년 동안 호텔 조리사로 일해온 A 씨.
최근 호텔로부터 정리해고 기준을 통보받았습니다.
주방에서만 일하고 있는데 영어나 중국어, 일본어 등 외국어 능력 증명서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더욱 황당한 건 재산 보유 현황을 보겠다며 관련 증명서까지 요구한 것입니다.
[A 씨 / 호텔 조리사 : (회사 측에선) 말 같지도 않은 것으로 직원들을 압박하고 이걸 안 내면 불이익을 주겠다…. 청춘을 다 바친 회사에 이렇게까지 수모를 당하고….]
같은 호텔에서 15년 동안 웨이터로 일했던 B 씨는 넉 달 전부터 청소 일을 맡게 되었습니다.
이들 모두 호텔 측이 퇴사 쪽으로 일부러 내몰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실제 호텔 측이 재산 수준과 외국어 능력을 포함한 정리 해고 기준을 제시하거나 전혀 다른 업무로 인사 조치한 것은 희망 퇴직 모집에 대부분의 직원들이 응하지 않은 이후입니다.
[B 씨 / 호텔 웨이터 : (업무 전환 협의 없이) 바로 이쪽에 속해서 청소 업무를 해라, 로비 청소부터 시작해서 하나하나 늘어나면서 화장실 청소도 하고, 복도 청소도 하고…. 희망퇴직을 해서 여기서 안 나가면 구조조정 대상자가 돼서 한 푼도 못 받고 나간다 이런 분위기를 만들어서….]
이런 기준이 근로기준법에 부합할까?
정리 해고와 관련된 기준은 모두 4가지인데 이런 요건들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심준형 / 직장갑질119 노무사 : 업무 관련성 있는 기준으로 합리적이고 공정한 해고자를 선정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전혀 업무 관련성이 없는 영어 성적이라든지 기타 사정을 고려한다고 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할 것이고요.]
호텔 측은 전반기에 막대한 적자를 기록한 상황에서도 정리해고 전에 최대한 노력을 했다는 입장입니다.
[세종호텔 관계자 : 올해도 현재까지 적자가 지금 60억 원이 넘어가고 있어요. 희망퇴직도 지금 받았고. 여러 가지 회사에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방법은 다 동원하고 있고요.]
다음 달 초 단계적 일상 회복 이후 코로나 위기로 침체기를 겪던 서비스 업종의 경기도 함께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 2년 가까이 쌓인 영업 피해에 대한 부담을 노동자들에게 전가하려는 건 아닌지 되짚어 볼 일입니다.
YTN 김혜린입니다.
YTN 김혜린 (khr0809@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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