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AL 리뷰] '원 볼란테' 황인범, 결승골 관여..루빈 카잔, 6주 만에 승리

한만성 2021. 10. 30.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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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비형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한 황인범, 무난한 활약 후 공격적으로 올라서자 결승골 장면 기점 역할

[골닷컴] 한만성 기자 = 다섯 경기 연속으로 이어진 무승의 사슬을 드디어 끊어낸 루빈 카잔이다. 그리고 루빈 카잔이 러시아 전통의 강호 CSKA 모스크바를 제압한 중심에는 전천후 미드필더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한 황인범(25)이 있었다.

루빈 카잔은 30일(한국시각) CSKA 모스크바를 상대한 2021/22 러시아 프리미어 리그(RPL) 13라운드 홈 경기에서 경기 종료 직전 터진 미하일 코스튜코프(30)의 결승골에 힘입어 1-0으로 승리했다. CSKA를 꺾은 루빈 카잔은 최근 다섯 경기 연속으로 승리하지 못하며 침체됐던 팀 분위기를 쇄신할 수 있게 됐다. 더욱이 이날 루빈 카잔이 꺾은 CSKA는 최근 여덟 경기 연속 무패를 달리며 무서운 상승세를 타고 있었다.

황인범은 CSKA를 상대로 선발 출전해 풀타임을 소화했다. 이날 홀딩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한 그는 후반 막판 루빈 카잔이 선수 교체를 통해 팀 전술을 변화하며 공격적으로 올라선 경기 종료 직전 코스튜코프의 결승골 장면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기점 역할을 해내며 팀이 극적으로 승리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황인범은 더 공격적인 역할을 부여받기 전까지는 수비적으로 안정적인 활약을 펼치며 루빈 카잔이 강호 CSKA를 상대로 무실점을 기록하는 데 일조했다.

# 황인범, 혼자 후방 미드필드에 배치된 '원 볼란테'로 선발 출전

레오니드 슬러츠키 루빈 카잔 감독은 이날 주전 중앙 수비수이자 주장 필립 우레모비치(24)가 결장하며 4-2-3-1 포메이션을 가동해온 평소와 다른 4-1-4-1 포메이션을 바탕으로 선발 라인업을 구성해야 했다. 주로 수비형 미드필더로 활약하는 올리버 아빌트고르(25)가 중앙 수비수로 보직을 변경하며 몬타사르 탈비(23)와 최후방에서 조합을 이뤘다. 그러면서 황인범은 4-1-4-1에서 첫번째 '1'에 해당하는 홀딩 미드필더 역할을 홀로 맡았다. 그가 지난 9월 한국 대표팀이 레바논을 상대한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2차전 홈 경기에서 정우영(31)이 빠진 탓에 소화한 '원 볼란테' 역할을 이날 그대로 소속팀 루빈 카잔에서 맡은 셈이다.

우레모비치 외에는 루빈 카잔의 주전 최전방 공격수 조르제 데스포토비치(29)가 여전히 부상으로 이날 경기에 결장했다. 대신 게르만 오누가(25)를 최전방에 배치한 루빈 카잔은 좌우 측면 수비수 일리아 사모슈니코프(23), 게오르기 조토프(31), 2선 공격진은 좌우에는 크비차 크바라츠켈리아(20)와 솔트무라드 바카에프(22),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로는 세아드 하크샤바노비치(22)와 안더스 드레이어(23)가 선발 출전했다.

상대팀 CSKA는 황인범이 작년 8월 루빈 카잔 이적 후 유럽 무대 데뷔전에서 만난 상대이며 슬러츠키 감독이 2009년부터 2016년까지 이끈 팀이다. CSKA의 현재 사령탑은 현역 시절 슬러츠키 감독 체제에서 붙박이 주전 중앙 수비수로 활약했던 알렉세이 베레주츠키 감독이다. CSKA의 골문은 지난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한국을 상대한 골키퍼 이고르 아킨페예프(35)가 맡았다. CSKA는 이날 4-4-2 포메이션으로 루빈 카잔 원정에 나섰다. 중앙 수비수 이고르 디페예프(22), 오른쪽 측면 미드필더 마리오 페르난데스(31), 중앙 미드필더 막심 무킨(19), 최전방 공격수 안톤 자볼로트니(30)는 모두 현역 러시아 국가대표로 활약 중인 RPL 정상급 선수들이다.

또한, 이날 선발 출전한 CSKA 중앙 수비수 야카 비욜(22)은 지난 시즌까지 하노버96에서 활약하며 독일 무대를 누빈 슬로베니아 출신 센터백이며 왼쪽 측면 미드필더 치데라 에주케(23)는 올 시즌 네덜란드 에레디비지 구단 히렌벤을 떠나 CSKA로 이적한 나이지리아 국가대표 측면 공격수다.

# 황인범, 후방 미드필드 지역에서 수비와 공격 전개 돋보였다

이날 루빈 카잔은 중앙보다는 측면을 통해 공격을 전개하는 빈도가 높았다. 그 사이 황인범은 오프 더 볼 상황에서 공수 진영을 넘나들며 팀이 공격 방향을 전환할 때 중앙 지역을 거쳐갈 수 있도록 적재적소의 자리를 메워주는 역할을 주로 수행했다.

황인범은 11분 수비 진영 깊숙한 위치에서 루빈 카잔의 수비라인 앞 공간에서 상대 패스를 차단한 후 감각적인 백힐 패스로 압박에서 벗어나며 공격을 전개하는 노련함을 과시했다. 그는 후반전 시작 직후 루빈 카잔이 실점 위기를 맞았으나 양 팀 선수가 뒤엉킨 페널티 지역 안 혼전 상황에서 자신이 직접 침착하게 볼을 탈취한 뒤, 강한 압박을 해오는 상대 선수와의 몸싸움을 버텨내며 역습을 시작하는 전진 패스를 연결했다. 이어 49분 CSKA 최전방 공격수 페도르 찰로프가 루빈 카잔의 페널티 지역 안에서 슈팅 각도를 잡으려는 상황에서 황인범이 그와 적절한 신체 접촉을 유도하며 경합한 끝에 볼을 빼앗은 후 전개한 공격이 상대 페널티 지역까지 진입하는 패스 시퀀스로 이어졌다.

후방 미드필드 지역에서 루빈 카잔의 수비진에 안정감을 불어넣은 황인범의 역할은 계속 이어졌다. CSKA는 51분 왼쪽 측면 공격수 에주케가 루빈 카잔 라이트백 조토프를 제치고 페널티 지역까지 파고들었지만, 황인범이 그를 막아선 후 깔끔한 태클로 볼을 빼앗으며 팀을 위기에서 구해냈다.

또한, 황인범은 루빈 카잔이 득점 기회를 창출하는 데도 기여했다. 그는 37분 공격 상황에서는 후방 미드필드 지역에서 왼쪽 측면을 단숨에 열어주는 침투 패스를 연결했고, 이를 뒷공간을 침투한 크바라츠켈리아가 받아 페널티 지역까지 진입해 상대 수비수와의 경합 과정에서 쓰러졌으나 주심은 오히려 페널티 킥을 유도하려는 시뮬레이션을 주장하며 옐로카드를 꺼내들었다. 이어 황인범은 43분 상대 진영 아크 정면까지 볼을 몰고 전진하며 파고든 뒤, 왼쪽 측면에서 좁혀들어오는 움직임을 가져간 크바라츠켈리아에게 패스를 건넸다. 크바라츠켈리아가 이를 약 20미터 중거리 슈팅으로 연결했으나 이는 골문을 크게 벗어났다.

# 골이 필요한 데 수비형 미드필더 투입? 알고 보니 '황인범 시프트' 가동한 루빈 카잔

슬러츠키 감독은 경기 종료를 약 5분여 남겨두고 승부수를 띄웠다. 그는 측면 공격수 바카에프를 빼고 수비형 미드필더 레온 무사에프(22)를 투입하며 변칙적인 전술 변화를 꾀했다. 수비형 미드필더 무사에프가 수비라인 앞에 배치되며 황인범이 한칸 올라선 위치에서 공격에 더 관여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황인범은 무사에프 투입 직후 상대 공격 진영으로 전진해 페널티 지역 안으로 침투하는 크바라츠켈리아에게 날카로운 침투 패스를 시도하며 팀 공격을 이끌었다.

결국, 슬러츠키 감독의 결단은 루빈 카진이 경기 종료 직전 결승골을 터뜨리는 결과로 이어졌다. 상대 아크 정면 부근에서 볼을 잡은 황인범이 오른쪽 측면으로 빠진 하크샤바노비치에게 패스를 연결했다. 하크샤바노비치는 황인범의 패스를 지체없이 문전으로 강하게 붙여주는 크로스로 연결했고, 이를 앞서 교체 투입된 미하일 코스튜코프(30)가 강력한 헤더로 마무리하며 골망을 흔들었다. 이 덕분에 루빈 카잔은 5경기 연속 무승의 사슬을 끊을 수 있었다.

루빈 카잔은 이날 CSKA와의 빅매치를 앞두고 황인범을 중심으로 글로벌 히트작 '오징어 게임'을 테마로 경기를 홍보했다. 황인범은 구단이 촬영한 홍보물에서 초록색 트레이닝복을 입은 '오징어 게임' 참가자 역할을 맡았다. 그는 루빈 카잔이 CSKA를 꺾은 후 구단 소셜 미디어(SNS) 팀과 진행한 짧은 인터뷰에서 "TV 시리즈와는 달리 오늘 경기에서는 초록색 팀이 이겼다. 어떻게 된 건가?"라는 질문에 "우리가 대본 내용을 바꿨다"며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루빈 카잔은 약 한 달 전까지 러시아 프리미어 리그 선두 다툼을 벌였으나 최근 부진 탓에 9위로 추락한 상태였다. 그러나 루빈 카잔은 이날 CSKA를 격파하며 리그 7위 자리로 올라섰다. 현재 리그 선두 제니트는 루빈 카잔에 승점 10점 차로 앞서며 격차를 벌린 상태다. 그러나 7위 루빈 카잔은 2위 디나모 모스크바를 승점 4점 차, 4위 로코모티브 모스크바를 단 승점 2점 차로 추격 중이다. 루빈 카잔은 7일 로스토프 원정을 치른 후 A매치 휴식기에 돌입한다.

사진=FC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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