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핼러윈엔 놀아야죠"..'노마스크 파티' 이태원은 이미 위드코로나 [르포]

이상현 2021. 10. 30.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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핼러윈데이가 하루 앞으로 다가온 30일 오후 7시 30분께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인근이 인파로 붐비고 있다. [이상현 기자]
“핼러윈이고 주말이잖아요. 그동안 고생 많이 했는데 오늘은 좀 놀아야죠.”

30일 오후 7시 30분께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핼러윈데이가 하루 앞으로 다가온 이날 이태원에서는 코로나19에 대한 우려라고는 조금도 찾아볼 수 없었다. 거리두기는 당연하단 듯이 지켜지지 않았고, 얼굴에 분장을 한 채 마스크를 벗고 다니는 이들도 종종 있었다.

경광봉을 든 경찰관들이 “마스크를 잘 착용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시민들은 친구 또는 연인의 손을 잡고 하나같이 들뜬 표정으로 활보했다. 영화나 드라마 속 인물처럼 코스프레를 하고 거리로 나온 사람도 많았다.

감염병이 확산 중임에도 이날 이태원이 연말연시처럼 붐비는 이유는 ‘핼러윈데이’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30일 이태원 식당과 카페, 술집 등에는 사람이 꽉 들어차 있었다. 서울지하철 6호선을 따라 녹사평역부터 이태원역, 한강진역에 이르는 구간은 차량 통행도 쉽지 않을 정도였다.

붐비는 건 인근 공영주차장도 마찬가지였다. 250대 남짓 차량을 수용할 수 있는 한남동 공영주차장은 이날 차 한 대가 빠져나올 때마다 한 대를 들여보내는 식으로 통제해야 했다. 주차장 진입을 기다리는 차들이 길게 줄을 늘어서면서 인근 교통 흐름에 방해가 되기도 했다.

30일 오후 7시 30분께 서울 한남동 공영주차장에 진입하려는 차량 행렬이 길게 늘어서 있다. [이상현 기자]
올해 핼러윈데이가 유독 주목받는 이유는 정부가 내달 1일부터 시행하는 ‘위드(with) 코로나’를 목전에 앞둔 시점이기 때문이다. 실제 이날 거리에서 만난 시민들은 위드 코로나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연인과 유명 식당을 찾아왔다는 20대 A씨는 “백신 접종을 마쳤으니 괜찮지 않겠냐”며 “마스크 잘 쓰고 다니고, 야외로 다니니 큰 문제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희는 자주 오는 사람도 아니고 모처럼 오늘 하루뿐”이라고 강조했다.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 속 인물로 분장하고 이태원을 찾은 20대 B씨는 “친구들과 하루 재밌게 놀고 싶어 (코스프레 복장을) 인터넷에서 주문했다”고 설명했다. B씨는 ‘코로나19가 우려되지 않느냐’는 질문에 “곧 위드 코로나인데 너무 예민하게 구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방범 순찰을 나왔다는 경찰관 C씨는 “조금 전에 술집에서 시비가 붙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었는데 주차하는 데만 20분이 걸렸다”고 설명했다. C씨는 “거리 인파를 보니 당황스러워서 할 말이 없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그런가 하면 인근 소상공인들은 이같이 들뜬 분위기는 정말 오래간만이라며 밝은 표정을 보였다. 이탈리아 식당을 운영 중인 자영업자 D씨는 “핼러윈에 주말, 위드 코로나 기대감이 모두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 이태원역 인근에서 바를 운영하는 자영업자 E씨는 “매일 오늘만 같으면 좋겠다. 그럼 대출도 금방 갚을 것 같다”고 말했다. E씨는 “작년에 이태원 클럽발 집단감염이 터지고 매출이 줄어 얼마나 마음고생을 했는지 모른다”며 “이제 사람 사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경찰에 따르면 전날 서울에서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위반해 적발된 사람 수는 총 272명이다. 서울시는 12개 기관과 협력해 핼러윈데이 주간이 끝나는 내달 2일까지 합동 점검·단속을 벌일 예정이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전날 국내에서 발생한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는 2104명으로 집계됐다.

[이상현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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