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집 100명 대기.."백신 맞았잖아요" 핼러윈 인파 '두 표정'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을 이틀 앞둔 30일, '핼러윈데이(31일)'를 맞아 서울 용산구 이태원 거리는 인파로 가득 찼다.
이날 저녁 6시께 이태원 거리는 100m를 걷는데 7~8분이 소요됐다.
날이 어두워질수록 인파가 늘어나 '이태원 거리두기'는 단속이 의미 없는 수준이 됐다.
포장마차를 운영하는 한 상인은 "핼러윈 덕에 사람들이 많이 오는 게 반갑다. 그래도 코로나가 걱정돼 테이블을 일부만 설치해뒀다"고 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100m 걷는 데 8분..단속 의미 없는 수준
"상권 살아야" "그래도 이렇게 많이 모이면.."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을 이틀 앞둔 30일, ‘핼러윈데이(31일)’를 맞아 서울 용산구 이태원 거리는 인파로 가득 찼다. 그동안 경영난에 신음해온 상인들은 핼러윈 특수에 대한 기대감을 표했다. 다만 지난해 클럽발 집단감염을 떠올리며 거리를 가득 메운 인파에 조심스레 우려를 나타내는 이들도 있었다.
이날 오후 이태원 골목은 핼러윈을 맞아 코스튬 복장을 한 사람들로 붐볐다. 특히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인기몰이를 증명하듯 코스튬 복장을 한 10명 중 1명꼴로 드라마에 나오는 분홍색과 초록색 트레이닝 옷을 입고 거리로 나왔다. ‘오징어게임 진행요원 풀세트-점프수트·가면·장갑·벨트·명함, 25000원’이라고 적힌 입간판이 있는 매대 앞에는 사람들이 줄을 섰다. 한쪽에서는 시민단체 소속 10여명이 모여 ‘외국인 보호소 폐지를 위한 봉투 가면 행진’을 하기도 했다.
“감염 걱정 안 되는 건 아니지만…”
해가 질 무렵이 되자 몇몇 술집 앞에는 100여명이 줄을 섰다. 이날 저녁 6시께 이태원 거리는 100m를 걷는데 7~8분이 소요됐다. 날이 어두워질수록 인파가 늘어나 ‘이태원 거리두기’는 단속이 의미 없는 수준이 됐다. 저녁 7시30분을 넘어서자 거리는 앞이 안 보이고 한 발 딛기도 어려울 만큼 사람들이 밀집했다. 현장에 나온 시민들은 “생각보다 사람이 너무 많다”고 입을 모았다. 친구로 보이는 두 사람은 “사람 너무 많다 우리 내일 코로나 검사 받으라고 하는 거 아냐?”, “어우 야 무서운 소리 하지 마”라고 말을 주고 받기도 했다.
가게들이 손님으로 가득 차 저녁 식사를 하지 못하고 돌아가는 사람도 있었다. 중학교 동창 2명과 이곳에 나온 김아무개(35)씨는 “처음으로 이태원에서 핼러윈을 즐겨보고 싶어서 주변의 만류를 거절하고 나왔다. 셋 다 백신 접종은 완료했다. 감염 걱정이 안 되는 건 아니지만 어차피 걸릴 사람은 걸리고 안 걸리는 사람은 안 걸린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손님 반갑죠, 그래도 테이블은 일부만 설치”
상인들은 반가운 표정이 역력했다. 이태원에 있는 한 펍에서 2년째 일하고 있는 조홍훈(27)씨는 “(이태원 클럽발 집단감염이 있었던) 작년 5월 이후 겨우 버티며 일했다. 감염 확산이 걱정되지만 영업하는 입장에서는 그래도 사람이 있는 게 좋다”고 말했다. 조씨는 “단계적 일상회복이 발표되자 확진자가 2천명까지 뛰었다. 부디 확진자를 억제하면서 유동 인구도 생기게 상생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포장마차를 운영하는 한 상인은 “핼러윈 덕에 사람들이 많이 오는 게 반갑다. 그래도 코로나가 걱정돼 테이블을 일부만 설치해뒀다”고 했다.
인근 주민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이태원 근처에서 40년째 거주하는 민아무개(69)씨는 “상권이 사는 것도 좋지만 코로나 상황을 생각하면 이렇게 사람들이 몰려나오는 것은 이르다”고 말했다. 반면 김종록(63)씨는 “백신을 맞아서 큰 걱정이 안 된다. 이제 코로나에 걸렸다고 해서 죽는 사람이 거의 없는데 사람들이 즐기는 것을 막을 수 없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마스크 벗고…담배 연기가 한증막 증기처럼
방역은 허술했다. 밤이 깊어질수록 길에서 마스크를 벗고 술을 마시거나 노래를 부르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한 골목에서는 10여명이 마스크를 벗고 함께 담배를 피우기도 했다. 담배 연기가 한증막 증기처럼 골목을 메웠다. 세계음식거리로 들어가는 한쪽 입구에는 통과할 때 전신이 소독되는 방역 소독 게이트가 설치됐지만, 인파의 절반이 소독을 받지 않고 지나갔다. 이날 아르바이트로 온 방역요원은 “길 가는 사람들을 이 기계로 다 감당할 수 없다. 사람들에게 소독을 강제할 수 없는 것도 마찬가지다”라고 말했다.
이주빈 박강수 기자 yes@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술집 100명 대기…“백신 맞았잖아요” 핼러윈 인파 ‘두 표정’
- 문 대통령 “교황 방북 제안”에 바이든 “반가운 소식”
- ‘오징어 게임’ 명배우를 낡은 편견에 가둔 ‘나 혼자 산다’
- 이정후 타격 1위 등극…세계 최초 ‘부자 타격왕’ 탄생
- ♥ 좀 그만 그리세요…복원 2년 ‘천혜의 이끼터널’ 난도질
- 대선을 비호감 경쟁으로 끝낼 것인가
- 문 대통령 “교황 방북 제안”에 바이든 “반가운 소식”
- [포토] 고등학생이 할 말인가…“일하다가 죽기 싫어요”
- [논썰] ‘공정·법치·상식’ 간데없는 윤석열의 ‘대선 행보’ 4개월
- 너 혹시…차단했어? 절친한테 ‘손절’ 당한 뒤 남은 것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