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공천 개혁' 말하는데..대권후보는 '공천권 협박' 논란에
기사내용 요약
이준석 'PPAT' 소개한 직후 불거진 '지선 공천권' 논란
당 대표 공천 개혁에 대권주자들이 발목 잡으며 엇박
예비후보 '공천' 발언 배경엔 대선 후보의 '당무 우선권'
이준석의 공천시험, '보복 공천' '특혜 공천' 해결책 될까
[서울=뉴시스] 양소리 기자 =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지방선거 공천에 적성 평가(PPAT)를 도입하겠다며 대대적인 공천 개혁을 예고한 직후인 30일, 대통령선거 예비 후보들 사이에서는 내년 6월 지방선거 '공천권'을 두고 당협위원장의 정치 활동을 위협하는 발언까지 나왔다. 이 대표가 이끄는 공천 개혁에 대권주자들이 발목을 잡은 모양새가 됐다.
홍준표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자신의 지지행사가 예정된 경기도 포천에서 당협위원장이 또 다른 당원 행사를 예고한 데에 "그 당협위원장은 나중에 지방선거 공천 추천권을 주지 않겠다"고 발언했다.
그는 '캠프에 합류한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내일(30일) 포천에서 지지활동을 하는데 (포천 지역) 당협위원장이 다른 곳에서 행사를 한다. 당원들과의 만남을 차단시키는 데 영향을 주지 않을까'라는 질문에 이같이 말하며 "두고 보라. 내가 그렇게 안 하는지"라고 했다. 이어 "내가 모르는 것 같아도 전국의 당협(위원장)을 손바닥에 다 보고 있다"고 위협했다.
윤석열 캠프는 국민의힘 당협위원장의 아들이라고 주장한 사람이 인터넷 커뮤니티에 익명으로 쓴 글의 여파를 직격으로 받았다.
해당 게시글에는 "윤석열 캠프에서는 아버지한테 매일 독촉 전화를 몇번 씩이나 한다. 정확히는 중진 국회의원이다, 주ㅇㅇ, 권ㅇㅇ 등등"이라며 "그렇게 전화해서는 공천 등을 빌미로 해서 협박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정황상 윤석열 캠프의 선대위원장인 주호영 의원과 종합지원본부장인 권성동 의원을 지칭하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이 글은 삭제된 상태다. 이 글에 직접적으로 언급된 권 의원은 " 형사고발을 통해 실제 작성자와 작성경위를 명명백백히 따질 것"이라고 대응했다.
예비후보가 '공천권' 입에 올린 이유는?…대선 후보의 '당무우선권'
국민의힘 당규 '지방선거 공직후보자 추천 규정'의 제7조 3항에 따르면 각 시·도당 공천관리위원회는 해당 지역의 기초단체장, 지역구 광역의원, 지역구 기초의원 등을 추천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시·도당 공천관리위원회는 각 지역의 당협위원장이 맡는다.
이렇게 각 지역에서 추천된 인사는 시·도당 공천관리위원회의 심사를 거친다. 그러나 그 심사기준은 늘 모호하다. 당헌에는 '면접심사, 당무감사위원회 감사결과, 윤리위원회 심사결과, 현지 실태조사, 여론조사 결과 등(제15조)'의 요소가 명시돼 있으나 모두 수치로 집계하기 힘든 기준들이다.
때문에 결정권자의 입김이 상당히 반영될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 당규 제5장 제74조에 따르면 대통령 후보자는 필요에 따라 당무 전반에 관한 모든 권한을 우선하여 가진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흔히 말하는 대선 후보의 '당무 우선권'이다. 대선 기간 당 내부 문제의 모든 결정권은 후보가 쥐게 된다는 뜻이다.
당협위원장들이 예비후보에 줄서기를 하는 이유도, 예비후보들이 공천권을 놓고 위협을 가할 수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준석의 공천 시험 제도, '보복 공천' '특혜 공천' 해결책 될까
국민의힘 공직후보자역량강화 특별위원회는 지난 26일 공직자 직무수행·현안 분석 능력 등 두 가지 영역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적성평가(PPAT)를 도입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이 대표는 29일 울산시당에서 열린 당원 간담회에서 "무슨 일을 하는 데 있어서 최소한의 능력 갖췄는지 검증하는 것"이라고 PPAT를 설명했다. 이 대표는 PPAT의 도입 효과에 대해 "후보가 최소한의 능력을 갖췄다는 확신을 주기 위한 것"이라며 "마지막날 누구를 찍을까 고민하는 사람들이 이제 국민의힘을 찍을 것이다. 지방선거에서 더 큰 승리를 얻을 수 있다"고 부연했다.
지방선거 공천을 당원의 투표로 결정하는 상향식 공천 방안도 제시했다. 그는 "적어도 광역자치단체장은 전 지역에서 경선할 계획이다"며 "기초자치단체에서도 당원이 충분한 곳, 인구의 몇 퍼센트 이상이 당원이면 무조건 경선을 하는 것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당원이 투표로 후보를 뽑는다면 각 지역 당협위원장들의 '내 사람 꽂기'식 공천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 대표가 이같은 공천 구상을 현실화한다면 예비후보들의 공천권 발언 역시 힘을 잃을 것으로 보인다.
☞공감언론 뉴시스 sound@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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