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의 경제 10편] "나랏돈 바닥나면 어떡하죠?" / 재정준칙 논란 완벽정리

염규현,양효걸 2021. 10. 30.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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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 기자 ▶

경제와의 거리를 좁히다, 거리의 경제입니다.

세상에 ‘빚 많이 내서 좋을 사람’은 없겠죠?

하지만, 때론 빚이 꼭 필요할 때도 있습니다.

이건, 국가도 마찬가진데요.

코로나 극복을 위해 돈을 푸는 지금이 그렇습니다.

하지만 빚을 지금보다 더 내서 훨씬 많이 풀어야 한다, 아니다. 신중하게 써야 한다.

엇갈리는 논쟁도 벌어집니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이런 논쟁이 나오고 쟁점은 뭔지?

지금부터 현장으로 가보겠습니다.

◀ 리포트 ▶

[ 현장1/ 소상공인 손실보상 ]

( 서울 강남의 한 호프집 )

(최근 80% 손실보상을 받은 자영업자, 상황은?)

[ 이창호 / 호프집 운영 ] "아직까지 회복됐다 이렇게 이야기 드리기 어려울 것 같아요. 코로나 2년 동안 은행에서 받은 대출이 2억 정도 돼요. 그러면 코로나 전에는 은행에 빚이 하나도 없었거든요. 버티기 위해서 받은 거거든요. 그런데 보상은 85일. 7,8,9월에 대해서만 해주다 보니까…"

당초 정부는 소상공인 보상에 1조 원대 예산을 편성했지만, 소상공인에 이어 소기업까지 대상을 늘리면서 규모는 2조 원 대로 2배 이상 급등했습니다.

[ 용어 설명박스 ] 올 상반기 거둬들인 세금은 55조 원이나 늘었지만 이렇게 쓸 곳이 많다 보니 여전히 들어온 세금보다 나갈 돈이 더 많은데요.

이런 상황을 ‘적자 재정(deficit financing)’ 이라고 합니다.

[걸이맨] 이처럼 정부가 적극적으로 돈을 푸는 적자 재정은 특히, 코로나19 상황과 맞물려 전 세계가 나서고 있는데요.

이렇다 보니, 각국은 모자란 돈을 빚을 내서 조달하고 있습니다.

우리도 국가부채가 코로나 이후 크게 늘어난 상황이죠.

이런 적자 재정정책이 성공하려면 한 가지 전제 조건이 필요하다고 하는데요.

그게 무엇일까요?

[아카이브]

1930년대 미국의 경제 대공황 당시 모습입니다.

무리한 투자와 생산은 미국 경제에 거품을 만들었고, 대공황을 기점으로 부동산과 증시가 폭락하면서 실업자가 속출했습니다.

"미국의 가장 1,400만 명이 일자리를 잃었습니다."

당시, 대공황 극복을 위해 미국 정부는 대규모 댐 건설에 나서는 등 이른바, ‘뉴딜(New Deal) 정책’을 도입합니다.

정부가 대규모 빚을 내서 일자리를 만들었던 겁니다.

[ 프랭클린 루스벨트 / 미국 32대 대통령 ] "이 위대한 나라는 언제나 그랬듯 이겨낼 것이 고 부활하고 번영할 것입니다."

당장은 나랏빚이 크게 늘어났지만, 위기를 잘 극복해서 나중에 세금 낼 기업과 국민들이 늘면 결과적으로 경제를 되살릴 거란 경제학자 케인즈의 이론에 따른 정책이었습니다.

[ 양효걸 기자 ] 이 경우 적자 재정은 일종의 투자 개념이기도 했던 겁니다.

그러나, 90년대 일본의 경우에는 사정이 조금 달랐습니다.

거품이 꺼진 일본 경제를 살리기 위해 당시 일본 정부도 나랏빚을 내서 엄청난 돈을 풀었습니다.

"은행을 살리기 위해 일본 정부가 발행한 국채가 국내 총생산에 160%에 이르러…"

그런데, 시간이 지나도 성장률은 점점 떨어지고, 오히려 일본의 나랏빚은 점점 늘어만 갔습니다.

[ 1993년 10월 22일 / 뉴스데스크 ] "장기침체에 빠지면서 이 부분에서의 인원 감축과 신규채용억제가 전체적인 취업난으로 확산 되고 있습니다."

[ 1998년 10월 11일 / 뉴스데스크 ] "일본정부는 불황을 타개하기 위해서 국민들에게 상품권을 거저 나눠주기로 했습니다. "

( 국채 쏟아부었지만 경기 불황은 계속 )

( 일본 현재 국가부채 GDP 대비 250% 돌파… 매년 증가 /2020년 258%, IMF )

일본의 주요 대기업들이 국제 경쟁에서 도태되고, 급속한 고령화로 빚을 갚을 세대 자체가 줄어든 겁니다.

( 일할 사람이 없어진 조선소들 )

"후계자를 키우고 싶어도 젊은이들이 조선소에 들어오지 않으니 기술을 물려줄 수 없어요."

( 나랏빚을 내는 방향 자체는 맞았지만 성장을 통해 회복하지 못했던 일본 )

[ 양효걸 기자 ] 즉, 적절한 성장을 통해 빚을 갚을 능력을 갖추지 못 할 경우, 지금의 재정 적자는 자칫 미래세대에 부담으로 다가올 수도 있는 겁니다.

자, 그렇다면 지금 우리의 상황은 어떨까요?

( 현장 / 구인난을 겪고 있는 중소 기업 )

[ 양효걸 기자 ] 저는 지금 경기도의 한 공장에 나와 있는데요.

이 공장, 인력 상황은 어떤지 한 번 알아보겠습니다.

( 동판을 가공하는 국내 중소기업 )

( 직원 11명, 평균 연령이 58세? )

[ 김기흥 / 중소기업 운영 ] "걱정이 뭐냐면 지금 전부 다 나이가 환갑이 지난 사람들이 거의 반이 되다 보니까 젊은 사람 참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예요."

( 인력난으로 주문에 쫓기는 상황까지…)

[ 김기흥 / 중소기업 운영 ] "이러다 보니까 심지어 우리가 지금 그만둔 사람 82세, 75세, 76세인 사람도 급할 적에는 알바로 데려다 쓰고 있습니다. 코로나가 없어진다고 해도 이런 영세 기업들은 더 어려울 것 같아요. 세대교체를 가야 맞는데 그게 제일 문제입니다."

( 저출생 OECD 1위… 고령화 속도 일본보다 빨라 )

이처럼 저성장에 고령화로 미래가 불투명하다 보니 정부에서도 나랏빚의 관리 기준인 ‘재정준칙 (Fiscal Rules)’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선 겁니다.

* 재정준칙(fiscal rules) * 나랏빚과 국가의 씀씀이가 일정 수준을 넘어 과하지 않도록 건전성을 관리하는 규범

[ 2021년 10월 6일 / 정오뉴스 ] "(앵커) 정부가 늘어나는 나랏빚을 관리하기 위해 한국형 재정준칙을 도입하기로 했습니다." "(기자) 정부가 정한 국가채무비율 마지노선은 GDP 대비 60%입니다."

[ 홍남기 경제부총리 / 2021년 10월 6일 ] "인구구조 변화와 여러요인 고려시 중장기적으로는 재정건전성 관리 및 재정여력 축적이 긴요하다…"

물론, 아직까지 우리나라의 GDP 대비 국가부채 비중은 양호한 편입니다.

어느 정도 빚을 더 낼 여력은 있다는 거죠.

게다가, 우리 대기업들도 세계적으로 경쟁력을 갖추고는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추세가 앞으로 더 길어지면 결국 증세를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습니다.

( 조세연구원 “머지 않은 미래에 증세 필요” / 재정포럼 10월호 )

[ 류덕현 / 중앙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 “(연구에 따르면) 고령화 비율이 1% 늘어날 때마다 (정부 지출) 20조 원 정도가 자동적으로 늘어나는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그에 대한 부담을 어떤 식으로 조달할 것인가 하는 것이죠. 세금을 해서 할 거냐. 빚을 내서 할 거냐의 문제인데…”

◀ 기자 ▶

지금의 적자 재정은 당장 급한 불을 끄기 위해 꼭 필요한 측면이 큽니다.

이건 다른 나라들도 마찬가지죠.

하지만, 다른 나라들보다 압도적으로 빠른 고령화를 경험하고 있는 우리는 미래에 대한 대비도 남들과 달라야 할 수밖에 없습니다.

단기간에 고령화 문제 해결이 어려운 상황에서 재정지출마저 줄일 수 없다면, 나라가 빚을 더 내든지 아니면 세금을 올려 빚을 갚아야 하는 어려운 문제가 우리 앞에 놓여 있습니다.

거리의 경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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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규현,양효걸 기자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2021/nwdesk/article/6311152_3493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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