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부자 되자마자 돈 낼 걱정 앞서는 일론 머스크 [추적자 추기자]

추동훈 2021. 10. 30.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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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자 추기자] 지난주 전기차 기업 테슬라가 드디어 주가 1000달러의 벽을 뛰어넘으며 화제를 모았습니다. 혁신의 아이콘이자 트러블메이커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역시 이러한 주가 상승 덕에 세계 1위 부자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지난 28일 기준 머스크의 재산은 2920억달러(약 342조원)를 기록했습니다.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가 1960억달러 규모의 재산으로 1등에서 2위로 내려앉았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머스크는 26일 하루 동안에만 재산이 360억달러 늘어났는데 이는 세계 34위 부자의 자산 규모와 같다고 합니다. 세계 1등인 것은 알겠지만 그 규모가 얼마나 큰지는 사실 가늠이 잘 안 될 텐데요. 머스크의 순자산은 일본의 대표기업이자 자동차 제조업체인 도요타 시가총액을 넘어서는 수준입니다. 도요타의 순자산이 2830억달러입니다.

그리고 그의 재산의 2%만 있어도 전 세계 기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해요. 유엔 산하 세계식량계획(WEP) 수장인 데이비드 비즐리 사무총장은 한 언론사 인터뷰에서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4200만명을 살리는 데 60억달러가 필요하다"며 "베이조스와 머스크와 같은 사람들이 통 큰 기부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60억달러는 머스크 재산의 2% 수준입니다.

역시 돈이 많으니 견제가 더욱 거세지는데요. 최근 그의 재산과 관련해 화제가 된 일이 있었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추진 중인 사회복지법안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수단으로 '억만장자세' 도입이 가시화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극소수의 최고 부자를 대상으로 하는 억만장자세는 재산이 10억달러 이상이거나 연간 소득이 3년 연속 1억달러 이상인 부자 약 700명을 대상으로 부과될 예정입니다.

억만장자세는 주식이나 채권 등 미실현 자본 이득에 대해 20% 세율을 적용한다는 방침인데요. 미국에서는 주식이나 채권에는 보유세가 적용되지 않았습니다. 즉 보유 기간이나 물가 인상 등으로 인해 자산 가치가 올랐어도 매각하지 않으면 과세 대상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실현된 이득이 아니더라도 세금을 매기겠다는 겁니다.

민주당은 이를 통해 향후 10년간 2000억달러의 세수를 올릴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억만장자세 도입이 가속화되고 있는 이유는 바로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이 추진 중인 사회복지법안과 관련이 있습니다. 전통적인 사회기반시설에 투자하는 1조2000억달러 규모의 인프라스트럭처 법안은 연방 상원을 초당적으로 통과해 하원에서의 표결을 앞두고 있었는데요. 3조5000억달러에 달하는 큰 규모와 일부 법안 내용에 공화당이 반대하면서 법안 처리가 교착상태에 빠졌습니다.

이 문제의 해결책으로 나온 것이 바로 억만장자세인 것입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민주당이 상원에서 추진 중인 억만장자세가 실행되면 머스크를 비롯해 베이조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를 비롯한 '슈퍼 부자' 10명이 부담하는 세수가 2760억달러, 우리 돈 322조원에 육박할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금액인데요.

현재 자산 1위인 머스크는 법 시행 이후 첫 5년 동안 미실현 이익에 대한 세금으로 500억달러(약 58조원)를 내야 할 처지가 됐습니다. 현재 기준 전체 재산의 6분의 1 수준입니다.

부유세 추진에 대해 머스크는 자신의 트위터에 글을 올려 "이번 조치는 민주당의 한층 강력한 세금 인상의 시작"이라고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열심히 벌어놓은 돈을 순식간에 세금으로 내려니 화를 낼 만도 하겠죠.

WP는 민주당의 부유세 추진과 관련해 편향성 때문에 소송 시 대법원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민주당과 바이든이 추진 중인 억만장자세가 과연 어떻게 결론이 날지 그 결과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지는 이유입니다.

세계 1위에 오른 테슬라와 머스크, 하지만 그 앞날은 여전히 기대보단 걱정이 많은데요. 제너럴모터스(GM)가 최근 전기차 시장 경쟁력 확보를 내세워 적극적으로 타도 테슬라를 외치고 있습니다. GM 외에도 현대자동차, 폭스바겐 등 주류의 전통 자동차 메이커 역시 하나둘씩 영글어가는 전기차 시장에 너도나도 뛰어들고 있는 형국입니다. 이처럼 치열한 전쟁터가 될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는 또 어떤 혁신과 변화를 보여줄 수 있을까요. 그 미래가 궁금해집니다.

[추동훈 뉴욕 특파원 (chu.newyor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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