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안정세 자평할 때 아냐" 전문가들 '절레절레'

강세훈 2021. 10. 3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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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홍남기·노형욱 잇따라 '안정세 전환 중' 자화자찬
시장 전문가들 추세전환으로 보기 어렵다는 견해
내년 선거 이슈·전세 불안·대출 막차 수요 등 지목
"과도기적 현상…아파트값 쉽게 떨어지지 않을 것"


[서울=뉴시스] 강세훈 기자 = 향후 집값이 어디로 향할지를 두고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정부는 집값이 안정 초기 국면에 들어섰다고 판단하고 있으나 시장 전문가들은 집값이 쉽게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2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주택시장은 정부의 다각적 공급확대와 강도 높은 가계부채 관리 등이 이어지면서 과열국면에서 벗어나는 흐름이 강해지는 양상"이라며 "주택시장이 안정 국면으로 진입하는 초기가 아닌가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 27일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그간의 상승 추세가 주춤하고 시장심리 변화 조짐이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들은 수도권과 서울의 주간 주택가격 상승률이 추석 연휴를 기점으로 둔화되고 있고 실제 시장에서 전고점 대비 가격이 하락하는 거래 비율도 9월부터 높아지는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고 있다. 가격흐름에 선행하는 매수심리 지표가 정부·민간 통계 모두 하락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 신호라고 보고 있다.

실제로 한국부동산원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은 이번주 0.16%를 기록해 지난 8월 넷째주(0.22%)를 기점으로 9주째 보합 내지는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부동산원의 서울 매매수급지수도 9월 첫째주 107.2를 기록한 뒤 7주 연속 하락해 100.9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여전히 집값이 올해 5월 마지막주 이후 74주 째 오르고 있는데다 상승폭 자체도 작년 10월(0.01%)에 비해 매우 높은 수준이라 집값 안정을 낙관하기 이르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KB부동산 통계에 따르면 10월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2억1639만원으로 처음으로 12억원을 넘어섰다. 작년 10월 10억971만원에 비해 2억원 넘게 오른 것이다.

[서울=뉴시스]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이 28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출입기자단과의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국토교통부 제공) 2021.10.2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집값 안정 국면 초기 단계'라는 정부의 평가에 실수요자들이 체감하지 못하는 이유다. 정부는 집값이 하락할 때까지 고삐를 죈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고 있지만 시장 전문가들의 반응은 대체로 부정적이다.

최근 집값 상승률 둔화가 대출 규제 등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인데다 전세시장 혼란 등 불안 요인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내년 3월 대통령 선거와 6월 지방 선거를 앞두고 있어 언제든 다시 매매수요를 자극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춰져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재국 한국금융연수원 겸임교수는 "적어도 올해 12월까지 흐름이 이어져야 안정화 초입 단계라 말할 수 있는데 가격이 엄청나게 올랐다가 약간 주춤하는 것을 가지고 안정되고 있다고 정부가 얘기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대출 규제 등으로 인한 과도기적인 현상일 뿐 여전히 수요가 존재하고 매물이 부족하기 때문에 집값이 하락세로 돌아서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매매가격을 떠받치는 전셋값도 여전히 하락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데다 공급 감소 여파도 이어지고 있어 상승압력이 작지 않다는 판단도 나온다. 실제로 부동산원의 이번 주 서울 전세수급지수는 102.4로 7주 만에 반등했다.

또한 올해 들어 10월까지 서울에서 분양한 민간아파트는 5400여 가구로 연초 예상했던 4만4722가구의 12% 수준에 불과하다.

김성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작년과 올해 집값이 너무 오른 데다 정부의 대출 규제 영향으로 쉬어가는 타이밍 정도로 받아들여진다"며 "내년 대선과 지방선거를 앞두고 개발 공약들이 나올 수 있어 기대심리가 올라가는 부분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세시장도 여전히 불안한 흐름인데 내년 하반기에는 계약갱신청구권 첫 물량이 풀리게 돼 전세 가격이 낮아지긴 어렵다"고 전망했다.

정부가 올해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전세대출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대상에서 제외한 것이 대출 막차 수요로 이어지며 중저가 아파트의 매수세를 자극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내년 1월 DSR 본격 시행을 앞두고 대출 막차를 타기위한 수요 쏠림이 생길 수 있다"며 "이에 따라 실수요자가 접근 가능한 중저가 아파트를 중심으로 연말까지 일시적인 수요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아파트 입주물량 감소로 전세 가격의 상승세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런 시장 상황을 고려한다면 단시일 내 매매가격 하락 반전까지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kangs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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