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00만원짜리가 1시간 만에 판매"..한국 미술품 시장 판 커진다

이상현 2021. 10. 30.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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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15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한국국제아트페어(키아프)'에서 관람객들이 전시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요즘 그림에 관심이 커지던 차에 마음에 드는 걸 찾아 사게 됐어요."

출판업계에 재직 중인 2년 차 직장인 A씨는 얼마 전 우연히 방문한 한 전시회에서 마음에 쏙 드는 그림 하나를 발견했다. A씨가 그림을 구매하기로 마음먹고 직원에게 문의하자 "작가가 인기가 많아 추첨을 통해 작품을 판매할 것"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A씨는 과감하게 추첨에 도전했고, 얼마 뒤 30대 1 경쟁률을 뚫고 당첨됐다는 연락을 받았다. 작품 값으로 약 180만원을 지불했다는 A씨는 "(집에) 그림을 걸어놓으니 방 분위기가 확 달라진 기분"이라며 "전시회를 더 열심히 다니면서 공부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MZ세대를 중심으로 '아트테크(미술품 투자)' 열풍이 불면서 미술품 시장이 달아오르고 있다. A씨처럼 자기 자신을 위해 그림을 사려는 소비자도 있지만, 리셀(되팔기) 등 투자 목적으로 미술품을 구입하는 이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이달 25일 자사 쇼핑몰 에스아이빌리지(S.I.Village)에서 지금까지 판매한 모든 제품 중 최고가인 제품이 판매됐다고 밝혔다. '물방울 화가'로 유명한 김창열 작가의 오리지널 미술품 '회귀 2016'이 바로 그것.

신세계인터내셔날에 따르면 이 그림의 판매가는 5500만원이었는데 에스아이빌리지가 작품을 공개한 지 1시간도 채 되지 않아 판매가 이뤄졌다. 업계에서는 미술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높은 관심을 보여주는 사례로 꼽고 있다.

이달 15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한국국제아트페어(키아프)'에서 한 관람객이 전시된 작품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또 앞서 이달 13일부터 17일까지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한국국제아트페어(KIAF·키아프)에서도 소비자들의 뜨거운 관심이 집중됐다. 키아프서울2021 운영위원회에 따르면 아트페어가 치러진 5일간 총 8만8000명이 행사장을 찾았고, 총 매출은 약 650억원으로 집계됐다.

행사 매출은 VVIP들이 입장하는 첫날(이달 13일)에 가장 몰렸는데 5000여명이 관람하는 사이 약 350억원 상당 매출이 발생했다. 키아프가 그 직전에 아트페어를 진행했던 지난 2019년 매출(310억원)을 행사 첫날만에 돌파한 것.

미술품 시장이 이처럼 인기를 끄는 것에 대해서는 다양한 분석이 나온다. 다만 업계에서는 특정 상표나 작가 이름 등보다는 자신의 취향, 경험을 중시하는 MZ세대가 소비 주체로 성장한 게 이 같은 열풍의 원인일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MZ세대 고객들은 기성세대보다 미술품을 보고 느낀 자기 생각, 순간의 감정 등을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어 하는 경향이 있다"며 "최근에는 복제가 불가능한 NFT 아트가 '희소성'을 추구하는 MZ세대의 성향과도 잘 맞으면서 인기를 끌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런가 하면 일각에서는 미술품 시장이 가상화폐 투자나 한정판 의류 리셀 거래처럼 MZ세대의 새로운 투자 대상으로 떠올랐다는 분석도 있다. 미술품이 재테크 수단으로 각광 받으면서 관련 온·오프라인 시장 규모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 미술품 재테크 전문 업체 관계자는 "희소성이 있는 제품일수록 소비자들 사이에서 인기인 건 미술품이나 한정판 스니커즈나 원리가 똑같다"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다만 스니커즈 등은 구매한 가격보다 비싸게 팔아 수익을 내는 단발성 투자에 불과하다"며 "미술품은 전문 업체를 통해 개인·기관에 대여해주면서 매달 임대 수익을 내는 것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이상현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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