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구프로화..양궁, 태권도도 할 수 있다 [김세훈의 스포츠IN]
[스포츠경향]
스포츠 프로화는 여러 의미가 있다. 우선, 기량이 뛰어난 선수들이 많아야 한다. 해당 종목은 선수단 운영, 연고지, 마케팅, 스폰서, 미디어 등 여러 방면에서 산업화한다. 외국인 유입, 국제대회 출전 등 종목 세계화도 가능하다.
한국 탁구가 내년 프로리그를 출범한다. 27개 실업팀이 참가한다. 기업팀은 1부 리그격인 코리아리그에서, 지방자치단체 팀은 2부 리그격인 내셔널리그에서 경쟁한다. 정규리그는 풀리그 방식이다. 리그 총 경기수는 210경기(4단1복 단체전 기준)다. 개인으로 보면 1년에 18~36차례 매치에 나선다. 코리아리그는 우승상금 5000만원, 준우승상금 2000만원이다. 내셔널리그는 절반이다. 내셔널리그 우승팀은 코리아리그로 승격한다. 당분간 코리아리그에서 내셔널리그로 강등은 없다.
탁구 프로리그를 운영하는 나라는 독일, 중국, 일본 등이다. 독일은 1933년부터 프로리그를 운영하고 있다. 유승민(대한탁구협회장)도 2001년 말부터 분데스리가에서 뛰었다. 그게 2004년 아테네올림픽 남자 단식 금메달을 따는 데 큰 도움이 된 건 물론이다. ‘탁구세계 최강’ 중국도 프로리그를 운영한다. 주세혁(2003~2006, 2009~2014), 오상은(2005~2006, 2008, 2010), 유승민(2000~2001, 2005~2006), 이정우(2006), 김경아(2009~2011)가 중국리그에서 활약했다. 일본은 2018년 프로리그를 출범했다. 일본이 2020 도쿄올림픽에서 사상 첫 금메달(혼합복식)을 따내는 데 기여했다. 일본은 외국인 출전 제한이 없다. 대한항공 소속 신유빈은 도쿄올림픽 직후 일본프로팀 규슈 아스티다와 계약했다. 한국 대회와 일본 프로리그를 병행하려는 의도다.
골프와 바둑은 많이 프로화한 종목이다. 골프는 웬만한 국가가 프로리그를 운영한다. 세계랭킹이 높거나 시드전을 통과해 출전권을 받으면 세계 어느 리그든 뛸 수 있다. 바둑리그는 중국과 한국에서 운영된다. 시즌 개막에 앞서 팀이 선수들을 골라 계약한다. 신진서, 박정환 등 한국 정상급 기사들도 한국리그와 중국리그를 병행하고 있다. 우리나라 골퍼와 기사들이 세계 정상을 지키는 데는 해외리그에서 최고 선수들과 꾸준히 맞붙은 경험이 큰 힘이 됐다.
탁구리그는 명실상부한 프로가 되려면 해야 할 일이 많다. 완성도는 떨어지지만, 탁구리그는 국제 경쟁력 강화와 탁구 산업화 등을 향한 ‘작지만 큰 발걸음’이다. 유승민 회장은 “선수들이 더 많은 관심을 받고, 더 경쟁적인 분위기에서 꾸준히 경기를 소화한다면 한국 탁구는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며 “무리하지 않고 실상에 맞게 보완해가겠다”고 말했다.
양궁, 태권도, 쇼트트랙 등은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정상 기량을 유지하는 종목들이다. 이 종목에서도 프로리그가 출범한다면 세계 중심이 될 수 있다. 양궁은 현대차가 회장사다. 태권도는 대한민국 국기다. 정부, 기업, 경기단체, 국제연맹 등이 힘을 합한다면 프로리그 출범이 결코 불가능한 건 아니다. 탁구프로리그가 성공적으로 안착해 다른 종목 프로화에도 이정표가 되기를 바란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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