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보다는 승리" 노 히터 선발 교체 수긍한 애틀란타 선수들 [현장스케치]

김재호 2021. 10. 30.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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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발 투수가 5회까지 단 한 개의 안타도 내주지 않았고 부상도 없었는데 교체됐다. 정규시즌 경기였다면 말이 나왔겠지만, 지금은 월드시리즈다. 모두가 결정에 수긍하는 모습이다.

애틀란타는 30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트루이스트파크에서 열린 월드시리즈 3차전에서 2-0으로 이겼다. 선발 이안 앤더슨의 호투가 돋보였다. 5회까지 볼넷 3개, 사구 1개를 내줬지만, 안타를 한 개도 허용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상위 타선과 세 번째 대결을 앞두고 교체됐다. 남은 4이닝을 불펜진이 막으며 승리를 지켰다.

이날 경기로 앤더슨은 월드시리즈에서 최초로 5회까지 노 히터를 기록하고 교체된 선발 투수가 됐다. 선수들은 어떤 반응이었을까?

애틀란타 선발 이안 앤더슨은 이날 5회까지 한 개의 안타도 허용하지 않았다. 사진(美 애틀란타)=ⓒAFPBBNews = News1
이날 8회 등판, 1이닝을 막았던 타일러 마젝은 "이유가 있었을 것"이라며 감독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그도 아마 노 히터에 도전하는 것을 원했을 것"이라 말하면서도 "그러나 동시에 노 히터보다는 나오는 경기마다 이기는 것을 택했을 것이다. 그는 이기적인 선수가 아니기 때문이다. 기록과 월드시리즈 우승 둘 중 하나를 택하라면 우승을 택했을 것이라 확신한다. 그는 이기고 싶은 선수"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루크 잭슨, A.J. 민터 등 불펜에서 대기하고 있던 선수들은 노 히터가 진행중인 것도 모르고 있었다. 자신은 알고 있었다고 밝힌 그는 "우리 할 일은 변하지 않았다. 나와서 아웃 3개를 잡으며 임무를 완수하고 다음 선수에게 넘기는 것이다. 거기에 집중했다"며 기록 도전은 의식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포수 트래비스 다노도 "기록 달성은 우리의 목표가 아니었다"며 이런 의견에 힘을 실어줬다. 고등학교 시절 투수로 4이닝 노 히터를 경험했다고 밝힌 그는 "우리 목표는 계획대로 공을 던져 아웃을 잡고 마지막에 이기는 것"이라며 승리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앤더슨도 "마젝이나 민터, 루크, 윌같은 불펜 투수들을 보유하고 있다면, 이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을 탓할 수 없다. 내가 경기에 계속 남았다면 기록 도전 기회가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선수들이 막판에 나올 수 있다면 망설이지 않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달랬다. 그는 자신이 감독을 하더라도 같은 결정을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애틀란타는 앤더슨이 내려간 이후에도 7회까지 불펜진이 노 히터를 이어갔지만, 8회 알레드미스 디아즈에게 안타를 허용했다. 뜬공 타구가 좌익수와 유격수 사이에 떨어졌다. 특히 좌익수 에디 로사리오 바로 앞에 떨어져 아쉬움을 남겼다.

8회 허용한 안타는 아쉬움이 남았다. 사진(美 애틀란타)=ⓒAFPBBNews = News1
안타를 허용한 뒤 아쉬운 표정이 역력했던 로사리오는 "타격하는 순간 바로 달려나갔는데 댄스비(유격수 댄스비 스완슨)도 달려오는 것을 봤다. 그는 등진 상황이었고, 우리 모두 공을 잡으려고했다. 내가 잡을 수 있다고 판단해서 '아이 갓 잇(I got it)'이라고 외쳤지만, 댄스비가 들을 수 없는 상황이었고 의사소통이 안된다는 것을 알고는 충돌을 피하고자 속도를 늦췄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브라이언 스닛커 감독은 "더그아웃 뒤쪽에 앉아 있어서 못봤다"고 말하면서도 "스프링캠프 때부터 연습하는 장면이지만, 관중 소리가 워낙 커서 서로 듣기가 어려웠을 것"이라며 선수들을 감쌌다.

기록 도전은 실패했지만, 앤더슨의 존재감은 빛난 경기였다. 무엇보다 그는 신인답지 않은 침착함으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잭슨은 "나이는 스물셋인데 마치 예순 다섯같다"고 평했고 오스틴 라일리도 "절대로 스물셋으로 안보인다"며 그의 침착함을 칭찬했다.

앤더슨은 그런 성숙함이 어디에서 오는지를 묻는 질문에 "부모님이 나를 그렇게 키우신 거 같다"고 답했다. 세 형제와 함께 성장한 그는 "어렸을 때부터 일을 차분하게 받아들이는 연습을 했다. 흐름에 맡기면서 느긋하게 대처하는 법을 배웠다. 그런 경험들이 상황을 차분하게 바라보는 것에 도움이 되는 거 같다"며 생각을 전했다.

[애틀란타(미국) = 김재호 MK스포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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