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로마의 정치·경제 중심지 '포로 로마노' [랜선 사진기행]
[랜선 사진기행-72] 이탈리아 로마의 로마 역사지구 중심 포로 로마노. 언덕에서 내려다본 광장의 모습은 오랜 역사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었다. 기둥이나 초석만 남아 있는 허름한 건물들마저도 거리의 사람들을 압도하는 거대한 규모로 고대 로마의 위용을 뽐내고 있었다.
포로 로마노는 수도 로마를 비롯한 고대 로마 도시의 중앙광장이다. 카피톨리노 언덕과 팔라티노 언덕 사이의 저지대에 자리해 있다. 주요 정부기관 건물들이 직사각형 모양의 광장을 감싼 형태로 고대 로마의 생활 중심지였을 뿐만 아니라 정치, 경제, 종교 등 활동이 활발히 이뤄졌던 곳이다. 포로 로마노란 이름은 '로마인의 광장'이란 뜻이다.
고대 로마의 가장 중요한 건축물 대부분이 포로 로마노에 있다. 로마에서 가장 오래된 신전인 사투르누스 신전(기원전 497년)을 비롯해 고대 왕궁과 베스타 신전, 베스타 여사제들 거처가 이곳에 있었고 그 밖에 원로원 회의장과 재판장, 로물루스 신전, 2개의 개선문 등이 자리해 있다.
유적 동남쪽에는 로마 공화정 시기의 의회장이 있다. 율리우스 카이사르는 광장 한가운데 '율리우스 바실리카'를 지어 원로원 회의장과 재판장을 모두 옮겼고, 로마 공화정 후반과 제정 초반에 시민들이 이곳에 모여 국가 핵심 업무를 수행했다.
로마를 호령했던 카이사르는 자신의 양아들인 브루투스 무리의 칼에 맞아 폼페이 극장에서 암살 당하는데, 그의 시신을 화장한 '카이사르의 화장터'도 포로 로마노에 남아 있다.
포로 로마노의 건물들은 로마 제정 시기에 크게 확장됐다. 포로 로마노에서 맡았던 경제 관련 업무는 이 시기 대부분 트라야누스 포로 같이 더 큰 규모의 건물로 옮겨졌다. 하지만 '정치, 경제 중심지'라는 포로 로마노의 상징성은 그 이후로도 200년 이상 이어졌다.
포로 로마노는 17세기부터 발굴되기 시작했다. 이후 1803년 한 고고학자가 셉티미우스 세베루스 개선문에 쌓여 있던 잔해들을 치우면서 본격적인 발굴 작업에 들어갔다. 1898년에는 이탈리아 정부가 공식적으로 발굴과 복원을 시작했고, 현재는 어느 정도 발굴 작업이 마무리된 상태다.
포로 로마노를 걸어서 찬찬히 둘러보는 데는 약 1시간30분이 소요된다. 로마 시내 지하철 B선 콜로세오 역에서 하차해 걸어가면 된다.
한편 22개 리오네(로마시의 전통적인 행정구역)를 아우르는 로마 역사지구는 로마 공화정과 로마 제국의 중심지이자 기독교 세계의 수도 역할을 했던 곳으로 고대 로마 유적들로 가득하다. 1980년 유엔(UN)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이래 1990년 우르바누스 8세의 성벽까지 확장 지정됐다.
로마 역사지구 세계문화유산에는 포로 로마노를 비롯해 아우구스투스 영묘, 하드리아누스 영묘, 판테온, 트라야누스 원주,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원주, 교황령 로마 내의 종교 건축물, 공공 건축물과 같은 고대 기념물들이 포함돼 있다.
[송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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