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 대청봉은 우리 땅"..강원 인제·속초·양양 '소유권 다툼' 후끈

정성원 기자 2021. 10. 30. 15:0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우리 동네 24시]
설악산 대청봉에 설치된 표지석 모습. /인제군

‘인제군 북면 용대리 산 12-21번지’. ‘속초시 설악동 산 41번지’, ‘양양군 서면 오색리 산 1번지’,

이들 3곳의 주소는 서로 다르지만, 모두 한 곳을 가리킨다. 바로 설악산 대청봉이다. 해발 1708m 대청봉은 설악산 최고봉으로, 설악산의 상징이다. 대청봉을 경계로 강원도 인제군과 속초시, 양양군 등 3개 시·군이 맞닿아 있다. 하지만 시·군마다 등록된 임야도가 서로 맞지 않거나 비어 있어 경계가 사실상 불명확하다.

특히 대청봉이란 명칭의 상징성과 전국적 인지도 때문인지, 이들 시·군은 각자 대청봉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며 오랫동안 갈등을 빚어왔다. 최근 강원도 인제군이 지적 경계선을 직권으로 정정하면서 해묵은 갈등에 또다시 불이 붙었다.

◇인제군 “대청봉 표지석 부지 3개 시·군 공동 점유”

인제군은 지난 18일 ‘설악산 대청봉 주소지를 찾다’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 8월 동부지방산림청이 관리하는 국유림경계도를 발견해 검토한 결과, 인제군과 속초시, 양양군 등 3개 시·군의 경계가 대청봉 정상 표지석 부지를 공동 점유하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지적 관련 법규에 따라 최초 등록된 임야 도면인 국유림 경계도를 근거로 대청봉 일원 행정구역 지적 경계선 정리도 마쳤다”고 밝혔다. 이어 “그간 건축물 대장상 양양군의 토지 소재지였던 중청대피소가 인제군 행정구역 안에 있음이 확인됐다”고 했다.

국유림 경계도는 일제 강점기에 제작된 것으로, 해당 문서엔 3개 시·군의 경계가 대청봉 표지석이 세워져 있는 부지에서 나뉘는 것으로 표시돼 있다. 애초 인제군은 대청봉 표지석에서 40m 아래인 대청봉 일부만 소유한 상태였으며, 대청봉 정상의 표지석 일대는 속초시와 양양군 소유였다. 인제군청 지적관리 담당자는 “산림청의 국유림 경계도라는 명확한 근거를 바탕으로 행정구역 지적 경계선을 정리한 만큼 속초시와 양양군도 이에 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속초·양양 “인제군의 직권 정정은 무효”

속초시와 양양군은 “협의 없는 직권 정정은 무효”라며 일제히 인제군에 원상복구를 요구했다. 특히 이들 시·군은 국유림 경계도의 작성 시기가 명확하지 않은데다, 법적으로 인정받은 문서도 아닌 만큼, 이를 근거로 한 인제군의 행정구역 경계 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속초시 지적정보 담당자는 “‘공간정보의 구축 및 관리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국유림 경계도는 지적 공부의 복구 자료로 사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양양군은 인제군의 절차 위반을 지적했다. 양양군 지적담당은 “인제군의 직권 정정은 공간정보의 구축 및 관리 등에 관한 법률 제84조를 위반했다”면서 “등록 사항의 정정으로 토지 경계가 변경될 경우 토지 소유자인 산림청과 신흥사의 승낙이나 요청이 필요한데 이런 절차 없이 추진됐다”고 말했다.

강원도 역시 이 부분을 지적하며 인제군에 원상복구를 권고했다. 강원도청 토지과 관계자는 “지적도 관리는 시·군의 고유 사무로, 강제 조정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면서 “다만 인제군의 직권 정정 과정에서 토지 소유자의 신청 및 인접 토지 소유자의 승낙서 누락 등 절차상 문제를 지적했다”고 했다.

◇대청봉 둘러싼 갈등, 이번이 처음 아냐

대청봉을 둘러싼 3개 시·군의 갈등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3년 양양군이 ‘서면 오색리 산 1-24번지’이던 대청봉 지번을 ‘서면 오색리 산 1번지’로 변경하는 등 선점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속초와 인제가 강하게 반발하며 한 차례 갈등을 겪었다.

지난 2016년에는 양양군이 서면을 대청봉면으로 명칭 변경을 추진하다가, 속초와 인제군의 반발에 가로막혀 명칭 변경을 철회하기도 했다. 당시 양양군은 “서면이 단순히 방위적인 명칭에 불과하고, 대청봉이 서면 오색리 산1번지인 만큼 이를 지명으로 사용해 정체성을 찾겠다”는 입장이었지만, 속초와 인제는 설악산 고유 지명인 대청봉을 양양의 전유물로 생각해선 안 된다면서 대청봉면으로 명칭 변경에 반대했다.

지역 간 다툼으로까지 번진 이 문제는 강원도의 중재와 양양군의 개명 변경 철회로 갈등은 일단 봉합됐다. 강원도 관계자는 “대청봉 소유를 위한 소모적 갈등을 피하고, 상생을 위해 해법을 마련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