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대출금리①]MZ세대 '부글부글'
기사내용 요약
청년층 DSR에 미래소득 반영도 '무용지물'
젊은층 "설국열차, 앞 칸 이동 불가능해졌다"
[서울=뉴시스] 정옥주 기자 =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방안 이후 "내 집 마련의 꿈이 더 멀어졌다"는 젊은층의 한숨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정부는 본격적인 금리 상승기에 대비하기 위해선 급증하는 '빚투(빚내서투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 수요를 조기 차단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젊은층은 현 상황을 '설국열차'에 빗대어 "아예 앞 칸으로 이동할 기회마저 사라졌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26일 내년 1월부터 차주의 대출총액이 2억원, 내년 7월부터 1억원을 넘으면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40% 규제를 적용하는 내용의 가계부채 관리방안을 내놨다.
DSR은 개인의 상환 능력에 맞춰 대출 한도를 제한하는 정책이다. DSR 40% 규제가 적용된단 것은 연 소득의 40% 이상을 원리금을 갚는데 쓸 수 없다는 뜻이다. 소득이 적거나 신용대출 등 기존 대출을 받은 이들일 수록 대출 한도가 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여기에 DSR 산정 시 내년 1월부터 신용대출의 상환 만기를 7년에서 5년으로 단축하는 내용이 포함되면서 매달 갚아야 할 원리금 금액도 커진다. 상대적으로 소득이 적은 20·30 사회초년생들이나 실수요층인 40대가 집중 타격을 받는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이번 DSR 조기 도입으로 인해 규제 대상이 되는 대출자들의 수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위에 따르면 2단계가 적용되는 총 대출액 2억원이 넘는 대출자는 전체 차주 2000만명 중 13.2%인 약 264만명, 3단계에 해당하는 총 대출액 1억원을 초과하는 차주는 29.8%, 약 598만명으로 추산된다. 이는 금액 기준으로 각각 51.8%. 77.2%에 해당하는 수치다.
금융위가 이렇게 가계부채 관리 수위를 계속해서 높이는 것은 최근 가계부채의 실물경제 대비 규모와 증가속도가 우리경제를 위협할 최대 잠재위험 요인으로 부각되고 있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증가율이 주요국과 비교할 때 매우 빠른 속도로 올라가고 있어, 이를 방치하면 금융불균형이 심화될 것이란 우려다.
특히 당국은 코로나19 이후 재무건전성이 취약한 청년층의 가계대출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금리가 가파르게 증가해 가계의 상환부담이 대폭 늘어날 경우, 다중채무자와 MZ세대(1980~2000년대 초반 출생) 등 취약 차주를 중심으로 이자부담이 급증, 부실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경제연구원은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가계대출 금리가 단기간 내 1%포인트까지 상승할 경우, 은행권 가계대출연체액은 2조7000억~5조4000억원 늘어나고 은행권 가계대출연체율은 0.32%~0.62%포인트 급등할 것으로 전망했다. 올 1분기 기준 가계대출연채액이 1조7000억원, 연체율이 0.2%인 것을 감안하면, 가계연체액·연체율이 4.1배까지 증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시장에 전반적으로 유동성 공급이 많은데 빚을 내서라도 뭔가 투자를 해야 되겠다는 방향으로 쏠려 있는 것 같다"며 "특히 20·30 젊은층의 경우 실수요가 아닌 주식, 가상자산 등에 꽂혀 있는데, 빚을 내서 투자하는 건 굉장히 위험하다는 인식을 형성하고 견제장치를 마련하지 않으면 가계부채라는 둑은 터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정운천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20·30대 청년층 가계부채 비중은 코로나19 이후 크게 늘어 올 2분기 기준 26.9%를 기록했고, 가계부채 증가율은 전년 동기대비 12.8%로 다른 연령층의 증가율 7.8%를 크게 웃돌았다.
또 다중채무자(3건 이상 금융기관 차입)이면서 소득 하위 30% 또는 신용점수 664점 이하인 청년층 취약차주의 비중은 6.8%로 다른 연령층(6.1%)보다 높았다. 소득 하위 30%인 청년층 저소득 차주 비중은 올 2분기 기준 24.1%로 다른 연령층 14.4% 대비 2배 가까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틀어막기식 규제, 애꿎은 실수요자들만 피해"
한 은행 관계자는 "당국의 가이드라인도 있으나 최대한 실수요에 맞게끔 도움을 줘야 하는데, 은행들로서 할 수 있는 게 제한적"이라며 "현재 주담대 보다 몇백만원, 몇천만원 단위 신용대출 건수가 급증하고 있는데 이 수 많은 사례들을 어떻게 일일이 실수요를 다 확인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이어 "특히 90% 이상 신용대출이 비대면으로 진행되고 있는데 무조건적으로 총량으로 막아버리고 있으니, 일관성도 없지만 현 금융환경과도 역행하는 정책"이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도 "젊은층의 빚투, 영끌도 있겠지만 특히 40대 이상의 경우 생활자금 목적이 강한 이들이 많다"며 "가수요, 투기수요를 막는다는 취지는 공감하지만 이 때문에 저소득, 무주택자 등 진짜 실수요자들이 피해를 보게 될 것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실제 가계부채 관리방안이 나온 이후 인터넷 커뮤니티 등지에는 젊은층의 거센 반발이 이어지거고 있다. 한 네티즌은 "이제 현금 없으면, 수도권에서 내 집 마련은 끝났다고 봐야한다"며 "빈부격차는 더 커질텐데, 결국 설국열차의 꼬리칸에서 벗어나는게 불가능해졌다 봐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금융당국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청년층 등의 대출한도 산정시 미래소득을 반영하는 정책도 내놨지만, 이 또한 사실 '무용지물'이나 마찬가지다. 금융위는 지난 6월 가계부채 대책 발표 당시 DSR 규제 강화로 인해 소득이 적은 젊은층이 불리할 수 있는 만큼, 청년층 대출한도 산정시 대출 만기까지 예상되는 미래소득을 반영한다고 밝힌 바 있디.
이는 고용노동부의 직군, 연령대별 평균소득 통계를 바탕으로 추산한 대출자의 미래소득을 DSR 산정시 반영하는 것으로, 현재 소득이 낮아도 미래소득이 높다면 대출 한도는 더 올라가는 식이다.
하지만 한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 자율적으로 하도록 돼 있어 은행마다 산정하는 기준이 다를 수 있지만 미래소득을 산출해 활용한다는 근거는 마련돼 있다"며 "다만 각 은행 점포별 상황에 맞게 실행이 되고 있어 지금과 같이 가계부채를 조이고 총량 한도에 여유가 없는 상황에서 이를 적극적으로 취급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즉 정부의 방침에 따라 은행들이 구체적 방안을 만들었고 시행은 하고 있지만, 제대로 실행을 할 수는 없는 환경이란 것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가계부채가 늘어나니 사실상 총량을 막아버리는 형태로 정책이 운영되는 것이 문제"라며 "소득이나 신용도가 있는 실수요자들에는 대출이 정상적으로 제공되도록 금융기관과 감독당국의 면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며, 그렇지 않으면 실수요자들이 오히려 위험한 쪽으로 내몰리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channa224@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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