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달릴 수 있지만 잘못된 동작은 악영향..바른 주법 필수"[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양종구기자 2021. 10. 30.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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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자마라톤의 전설’ 권은주 프리랜서 마라톤 감독은 주말엔 지인들과 산을 달리는 트레일러닝을 하며 몸을 만들고 있다. 권은주 감독 제공.
한국 여자마라톤 최고기록을 20년 넘게 보유했다. 은퇴를 앞둔 선수시절부터 마스터스마라토너들을 지도했다. 한 때 스포츠브랜드 아식스 마케팅팀장으로 일하기도 했다. 하지만 역시 좋아하는 것을 해야 행복하다.

‘한국 여자마라톤의 전설’ 권은주 프리랜서 마라톤 감독(44)이 인천 청라호수공원에서 마라톤 교실 ‘Run With Judy’를 운영하고 있다. 월 수 금 오후 8시에 시작한다.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는 가을, 달리기 좋은 계절이다. 권 감독을 통해 ‘잘 달리는 법’을 알아봤다.

‘한국 여자마라톤의 전설’ 권은주 프리랜서 마라톤 감독이 마라톤 교실 ‘Run With Judy’를 인천 청라호수공원에서 운영한다. 권은주 감독 제공.
“2017년 이었습니다. 제가 여자마라톤 한국 최고기록을 세운지 20주년을 맞아 춘천마라톤에서 마스터스 마라토너 20명을 모아 함께 달리는 행사를 마련했습니다. 그 때 제 영어 이름인 Judy를 내세워 ‘Run With Judy’란 행사를 가졌습니다. 선수 땐 혼자 달렸지만 함께 달리니 좋았습니다. 그래서 같이 달려준다는 의미를 담아 마스터스 마라토너들에게 제대로 달릴 수 있는 방법을 전해드리고 싶어 시작했습니다.”

권 감독은 1997년 춘천마라톤에서 2시간 26분 12초의 한국 여자마라톤 최고기록을 세우며 말 그대로 혜성같이 나타났다. 이 기록은 2018년 서울국제마라톤 겸 동아마라톤에서 김도연이 2시간 25분 41초의 새로운 한국 최고기록을 세울 때까지 20년 넘게 난공불락이었다. 권 감독은 마라톤 명문 코오롱을 시작으로 삼성전자, 제주도청, 인천시청, 함안군청에서 선수생활을 하며 2011년 은퇴할 때까지 다시 마라톤 한국 최고기록에 도전했다. 하지만 한국 최고기록을 세운 뒤 ‘1998 보스턴 마라톤’ ‘1998방콕 아시아경기’ 등을 준비하느라 무리하는 바람에 족저근막염에 걸려 수술 받은 뒤부터는 제 실력을 발휘하진 못했다. 그는 “시골서 올라와 더 잘 뛰고 싶다는 욕심에 쉬지 않고 달린 게 화근이었다”고 회상했다. 이 때문에 권 감독은 마스터스 마라토너들을 지도할 때 가장 강조하는 말이 “쉬면서 천천히 해도 된다”는 것이다.

“제 선수시절을 돌아보니 성적에 급급해 예민했어요. 억지로, 타의에 의해 훈련한 측면도 있었고. 마스터스 마라토너들은 자기들이 좋아서 하는 것이잖아요. 취미로 즐기면서. 그런데 취미로 하면서도 열심히 하는 열정을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하지만 너무 무리하는 분들도 많아요. 그래서 제 선수시절 얘기하면서 절대 무리하지 말라고 합니다. 스트레스 풀려고 달리는데 무리해서 다치면 더 스트레스를 받거든요.”

권 감독은 제주도청 선수시절이었던 2000년대 중반부터 이벤트성으로 마스터스 마라토너들을 지도했다. 마라톤 전문 브랜드 아식스와 함께 하는 프로그램이었다. 2015년엔 아식스 정식 직원으로 마케팅 담당을 하면서 ARC(아식스 러닝 클럽)을 이끌기도 했다. 올 6월까지 ARC를 이끌던 그는 아식스가 오프라인 행사를 더 이상 이어가지 못하게 돼 7월부터 인천 청라호수공원에서 마라톤교실을 시작했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A형 간염에 걸려 3개월간 고생하는 바람에 10월 다시 시작하게 된 것이다.

“경기도육상경기연맹 회장님의 도움으로 3개월 무료로 한 뒤 유료화하려고 했는데 제가 아픈 바람에 10월만 무료로 하고 11월부터 유료화 합니다. 달리기를 돈 주고 배우려는 분들이 별로 없지만 조금이라도 돈을 내야 더 참여도가 높아진다고 생각합니다. 또 제대로 배워야 부상 없이 오래 달릴 수 있습니다.”

‘한국 여자마라톤의 전설’ 권은주 프리랜서 마라톤 감독이 마라톤 교실 ‘Run With Judy’를 인천 청라호수공원에서 운영한다. 권 감독은 직접 마스터스마라토너들과 함께 달리며 실전 교육을 한다. 권은주 감독 제공.
권 감독은 달리기가 운동화와 운동복만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다는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한다.

“누구나 쉽게 달릴 수 있지만 잘못된 동작은 몸에 악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바른 주법을 배워야 하고 적당한 근육운동, 그리고 잘 쉬어야 잘 달릴 수 있습니다.”

권 감독은 ‘배에 힘을 주고 똑바로 서서 팔을 앞뒤로 자연스럽게 흔들고 발을 11자로 달려야 한다’는 기본자세도 중요하지만 개인의 신체구조에 맞는 방법으로 달리는 것을 권유한다.

“처음엔 기본자세를 알려주지만 계속 달리다보면 자신만의 자세가 나오게 됩니다. 그럼 쓸데없는 에너지 낭비 없이 효율적으로 달리는 법도 알게 되지요. 똑바로 서서 달리는 사람, 약간 앞으로 몸을 숙이고 달리는 사람, 고개를 뒤로 젖히고 달리는 사람 등 다 스타일이 다릅니다. 기본자세를 강조하지만 개인 스타일에 맞추는 것도 중요합니다.”

‘한국 여자마라톤의 전설’ 권은주 프리랜서 마라톤 감독(앞줄 왼쪽)이 마스터스마라토너들과 서울 경복궁 주변을 달리고 있다. 권은주 감독 제공.
권 감독은 땅에 발을 착지하는 방법까지 고민해 지도한다. 권 감독은 “그동안 뒤꿈치부터 닿은 뒤 중간, 앞으로 밀어주는 게 좋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최근엔 발 중간(미드풋·mid foot)으로 디딘 뒤 바로 다음 발로 넘어가는 게 더 효율적이란 연구 결과가 많다. 땅에 지지하는 시간을 줄이고 발목과 무릎에 받는 충격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요즘 조깅 및 마라톤 화도 미드풋으로 착지하도록 설계돼 나오고 있다고 한다.

권 감독은 바른 주법, 코어 근육운동 방법, 적당한 휴식 등 가장 효과적으로 달릴 수 있게 지도하고 있다. 플랭크, 스쾃, 런지, 푸시업, 윗몸일으키기 등 달리는데 필요한 바디웨이트(프리 웨이트·몸으로 할 수 있는 근육운동) 방법은 물론 다양한 보강훈련 법도 전수한다. 권 감독의 강점은 함께 달리며 지도한다는 점이다. 함께 달리기 때문에 바로 옆에서 잘못 된 점을 지적할 수 있다. 권 감독은 레슨 때 5~10km를 함께 달리고 주말에 지인들과 산을 달리는 트레일러닝 20km를 하며 몸을 관리하고 있다. 홈트레이닝으로 코어 및 전신 근력운동도 계속 하고 있다.

일반인들에게 가장 좋은 달리기 방법은 무엇일까?

‘한국 여자마라톤의 전설’ 권은주 프리랜서 마라톤 감독(앞줄 왼쪽)이 마스터스마라토너들과 서울 경복궁 주변을 달리고 있다. 권은주 감독 제공.
“거의 매일 운동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라면 2일에 한번씩 달리고 그 중간에 근력운동을 끼워 넣는 게 좋습니다. 우리 몸은 같은 근육을 계속 사용하면 피로도가 높아져 쉽게 지치고 부상 위험도 높습니다. 시간을 쪼개서 운동하는 사람이라면 주 3~4회를 권합니다. 이 땐 달리는 것과 근육운동을 같이 하는 게 좋습니다. 달리기 반, 근육운동 반. 특히 나이 드신 분들은 근육운동을 꼭 해야 합니다.”

체중이 많이 나가는 사람은 걸어야 한다.

“과체중인 분들은 달리면 역효과가 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걸어야 하는데 평지보다 약간 높은 야산을 걷는 게 좋습니다. 오르막 내리막이 연결돼 일종의 인터벌트레이닝 형식을 갖출 때 살이 잘 빠집니다. 다리 근육 발달에도 좋습니다.”

다이어트에는 인터벌트레이닝(Interval Training)이 효과적이다. 운동생리학적으로 등산은 오르막 내리막을 계속 반복하기 때문에 자연 속에서 하는 인터벌트레이닝으로 불린다. 인터벌트레이닝은 일정 강도의 운동과 그 운동 사이에 불완전한 휴식을 주는 훈련 방법으로 주로 엘리트 선수들의 심폐지구력을 강화할 때 쓰인다. 에너지 소비량도 더 높다.

‘한국 여자마라톤의 전설’ 권은주 프리랜서 마라톤 감독(가운데)이 마라톤 교실에서 참가자들에게 보강훈련을 시키고 있다. 권은주 감독 제공.
최근 달리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다.

“좋은 현상입니다. 젊은이들은 일명 크루라고 무리지어 달리는 것을 좋아합니다. 함께 달리고 SNS에 올리며 자신들의 에너지를 과시합니다. 코로나19로 주춤했지만 그에 맞게 2,3명 3,4명 씩 달리는 문화도 생겼습니다. 함께 달리며 서로 응원하고 잘못된 자세를 바로잡아주는 문화가 아주 좋다고 생각합니다.”

권 감독은 혼자 달리는 것보다는 여럿이 함께 달리는 것을 권유한다. 달리기가 혼자 할 수 있는 스포츠이긴 하지만 함께 달리면 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받쳐주며 더 쉽게 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여성 달림이들도 늘었다.

“사실 모든 스포츠에서 남녀의 장벽이 없어지고 있다는 것을 느껴요. 달리기 걷기 등산 등 유산소 운동이 몸에 좋다는 것을 다 알고 있어요. 하느냐 안 하느냐는 개인의 선택이죠. 과거엔 여자 운동선수하면 거칠게 봤는데 이젠 그렇지 않아요. 그리고 무엇보다 건강한 아름다움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어요. SNS에 여성 인플루언서들이 많아진 것만 봐도 느낄 수 있습니다. 달리면 에너지 넘치고 활기차 보입니다. 예쁘고 건강한 이미지에 많은 사람들이 호응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따라서 합니다. 이제 여성들이 달리고 근육 만드는 게 전혀 이상한 게 아닙니다.”

‘한국 여자마라톤의 전설’ 권은주 프리랜서 마라톤 감독이 마라톤 교실 ‘Run With Judy’를 인천 청라호수공원에서 운영한다. 권은주 감독 제공.
권 감독은 운동이 사람들을 긍정적으로 바꾸고 있는 측면을 강조했다.

“지도하다보면 본인들이 이렇게 잘 달릴지 모르고 있다가 직접 느낀 뒤 자신감을 얻는 사람들을 많이 봤어요. 달리면서 자신감이 붙어 열정적으로 살아가죠. 너무 과해서 부상 등 역효과에 고생하는 분들도 있지만 달린 뒤 더 활기차게 사는 사람들이 많아요. 많은 사람들이 달렸으면 좋겠습니다.”

권 감독은 일단 인천에서 시작하고 조만간 서울에서도 달리기 교실을 열 계획이다. 기회가 된다면 엘리트선수들도 지도하고 싶단다. 엘리트를 지도하더라도 마스터스 마라톤교실은 계속 운영한다.

“제가 좋아서 함께 달리는 겁니다. 달리기는 제 스스로를 관리하는 수단이기도 하고요. 100세 할머니가 돼서도 달리고 있을 겁니다.”

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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