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北 가는게 기적이다" 역대 교황들의 '대북 메시지'

김지훈 기자 2021. 10. 30.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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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2000년 방북을 추진했다 무산됐던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왼쪽)과 북한의 초청을 방한 조건으로 제시한 프란치스코 교황.(C) News1

프란치스코 교황을 비롯한 역대 교황들의 한반도 평화 관련 메시지들에 관심이 쏠린다. 청와대가 29일(현지시간) 바티칸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을 단독 면담한 문재인 대통령이 교황으로부터 한반도 평화에 대한 지속적인 지지 의사를 확인했다고 밝히면서다.

실제 프란치스코 교황은 물론 베네딕토 16세·성 요한 바오로2세 교황도 남북관계 개선·대북 인도적 지원 메시지를 낸 적이 있다. 다만 이날 만남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문 대통령의 방북 요청에 대해 '북한의 초청장'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프란치스코 교황 "아시아 평화, 특히 한반도 평화를 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즉위 첫해인 2013년 '주님 부활 대축일 미사'에서 "아시아 평화, 특히 한반도 평화를 빈다"고 말했다. 2014년 8월 방한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명동대성당에서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를 집전하며 "대화하고, 만나고, 차이점들을 넘어서기 위한 기회들이 생겨나도록 기도합시다"라고 당부했다.
= 프란치스코 교황이 18일 오전 서울 명동성당에서 '평화와 화해의 미사'를 마치고 서울공항으로 향하며 시민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프란치스코 교황은 성남 서울공항에서 간단한 환송식을 갖고 한국에서의 4박5일 일정을 마치고 로마행 비행기에 오르게 된다. 2014.8.18/뉴스1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7년 주님 성탄 대축일에는 "한반도 대치 상황이 해소되도록 기도하자"고 했고, 2018년 수요 일반 알현 강론에서 "이번 올림픽(평창 동계올림픽)이 우정과 스포츠의 위대한 제전이 되길 기원한다"고 했다.

2018년 4월 부활 삼종기도에서는 "남북 정상이 보여 준 담대한 노력에 기도로 함께할 것"이라며 "평화로운 미래를 향한 희망과 형제적인 친교가 좌절되지 않기를 주님께 기도한다"고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문재인 대통령과 2018년 10월 만났을 당시 "한반도에서 평화 프로세스를 추진 중인 한국 정부의 노력을 강력히 지지한다"고 한 적도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 "초청장을 보내 주면 여러분을 도와주기 위해"
(AFP=뉴스1) =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바티칸 교황청에서 프란치스코 교황과 단독 면담을 위해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C) AFP=뉴스1
이날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의 서면 브리핑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교황궁에서 배석자 없이 진행된 이번 면담에서 "교황님께서 기회가 되어 북한을 방문해 주신다면 한반도 평화의 모멘텀이 될 것"이라며 "한국인들이 큰 기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도 프란치스코 교황은 "초청장을 보내 주면 여러분들을 도와주기 위해, 평화를 위해 나는 기꺼이 가겠다"며 "여러분들은 같은 언어를 쓰는 형제이지 않느냐, 기꺼이 가겠다"고 말했다. 2018년 10월 문 대통령 면담 때 나왔던 반응과 같이 초청장을 언급한 것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20년 9월 주한교황청대사를 통해 한국에 보낸 메시지에서 "한국 정부가 북한과의 평화와 화해를 이루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 줄 것을 희망한다"고 했다. 2020년 10월엔 문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에서 "문 대통령님과 대한민국 국민에게 진심 어린 인사를 보낸다"며 "여러분을 위해 그리고 평화를 위해 기도한다"고 했다.
베네딕토 16세 교황 식량난 언급…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 "내가 북한을 가면 기적이다"
전임인 베네딕토 16세 교황(2004~2013년 재임)은 2007년 남북 정상회담과 관련, "화해를 위한 노력이 한반도 안정과 평화에 이바지하리라는 희망을 낳고 있다"고 밝혔다. 또 베네딕토 16세 교황은 2009년 교황청을 찾은 이명박 대통령을 만나 "식량난으로 어려움을 겪는 북한 주민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1978년~2005년 재임)은 1989년 세계성체대회 관련 메시지를 통해 "한국인들에게 하느님 평화가 모두의 마음속에 자라나길 바란다"고 밝혔다.

김대중 대통령은 2020년6월 국무회의에서 남북 정상회담과 관련, "김(정일 국방) 위원장에게 지난 3월 유럽을 갔을 때 교황을 만났는데 교황께서 북한을 가고 싶다는 마음을 갖고 있었고 '내가 북한을 가면 기적이다'라고 말씀을 하셨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어 김 대통령은 "김 위원장은 '교황의 나이가 어떻게 되느냐'고 물은 뒤 그렇다면 '오시도록 하십시오'라고 말했다"고 했다. 당시 교황청은 북한 내 전교 활동 인정과 성직자 입북 허용 등을 교황의 방북 전제조건으로 제시했지만 북한이 미온적 태도를 보이자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북한에 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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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훈 기자 lhsh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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