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민준의 골프세상] 골프의 즐거움과 핸디캡의 상관관계
방민준 2021. 10. 30. 13:17
- ▲사진제공=ⓒAFPBBNews = News1
[골프한국] 물라 나스루딘이 죽어서 지옥으로 갔다. 그는 오랫동안 자신을 기다리고 있던 사탄을 만났다. 나스루딘은 그를 환영하는 사탄에게 말했다. “오 친구여, 나는 이곳 천국에 오게 된 것이 얼마나 기쁜지 모른다.”
그러자 사탄이 말했다.
“나스루딘이여, 그대는 잘못 알고 있다. 여기는 천국이 아니라 지옥이다.”
다시 나스루딘이 말했다.
“그것은 당신 생각이다. 나는 인도에서 왔고 내게는 이곳이 천국처럼 보인다”
(오쇼 라즈니쉬의 유머모음집 「지혜로운 자의 농담」 중에서. 물라 나스루딘은 7세기경 이슬람문명권에서 생성되기 시작한 많은 우화의 주인공으로, 성자 이야기꾼 장사꾼 농사꾼 뱃사공 미치광이 등 다양한 모습으로 등장해 우리의 고정관념과 편견 따위를 깨뜨리고 삶의 통찰과 지혜를 알려준다.)
핸디캡은 골프의 즐거움과 어떤 관계가 있을까.
핸디캡이 낮으면 골프의 재미가 더하고, 핸디캡이 높으면 그 재미가 줄어드는가.
많은 골프 전문가들이 핸디캡과 골프 재미와의 상관관계를 찾아보려고 애를 썼지만 모두 실패했다. 그들의 노력은 핸디캡과 골프의 재미는 아무 상관관계가 없다는 것을 입증하는 데 기여했을 뿐이었다.
핸디캡이 골프의 즐거움을 재는 척도가 될 수 없음은 수많은 에버리지 골퍼들이 현장에서 체험하고 있다.
같은 하이 핸디캐퍼라도 한두 번의 호쾌한 드라이버샷이나 예상 못 한 퍼트 성공에 흡족해하거나 아예 스코어에 신경 쓰지 않고 자연 속에서 친구들과 담소하는 것 자체를 행복으로 여기는 골퍼가 있는가 하면, 평소에 연습도 하지 않으면서 만족한 샷이 나오지 않는다고 시종 불만에 싸여 라운드하는 골퍼도 없지 않다.
- ▲사진제공=ⓒAFPBBNews = News1
싱글 골퍼 중에도 자신의 기준에 미치지 못하면 불만인 사람이 있는가 하면, 스코어에 별 신경을 안 쓰고 경기에 최선을 다해 집중하는 것에서 더 짜릿한 즐거움을 얻는 골퍼도 적지 않다.
40대가 넘어 골프 재미에 빠진 미국의 소설가 어네스트 헤밍웨이(1899-1961)는 스코어가 골프의 묘미를 해친다며 아예 스코어카드 없이 라운드한 것으로 유명하다.
골프의 묘미는 상대적이다. 수많은 골퍼들이 나름대로의 철학을 갖고 골프를 대하지만 모두가 골프에서 즐거움을 얻는 것은 아니다.
어떤 자세와 척도를 갖고 있느냐에 따라 필드는 천국이 될 수도, 지옥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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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방민준: 서울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한국일보에 입사해 30여 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30대 후반 골프와 조우, 밀림 같은 골프의 무궁무진한 세계를 탐험하며 다양한 골프 책을 집필했다. 그에게 골프와 얽힌 세월은 구도의 길이자 인생을 관통하는 철학을 찾는 항해로 인식된다. →'방민준의 골프세상'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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