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성의 금융CAST]대출 빡빡해진 것도 서러운데..

김유성 2021. 10. 30.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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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영 받는 기업대출, 규제 대상 가계대출
옛말이 된 서민 자산 증식 수단 은행 예금
금융지주 실적, 역대 최대 기록하고 있는데
서민 급전 노린 스팸 사기 문자만 '활황'

[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주택이라는 든든한 담보가 있는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평균 3% 선을 넘었습니다. 아직 2%대 금리를 받고 있는 대출자가 있겠지만, 대부분은 3%를 받을 것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담보가 없어 주담대보다 높은 금리를 부담해야 하는 신용대출 금리는 4%대를 넘었습니다. 웬만한 고신용자가 아니라면 3%대 신용대출은 언감생심이 됐습니다.

사진 : 이미지투데이
가계대출 급증을 우려한 금융당국의 규제가 여전하고, 시장금리마저 오르고 있으니 대출 금리 상승은 당연한 수순으로 보입니다.

11월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상이 유력시 되는 가운데 내년도 기준금리 추가 인상전망마저 나오다보니 단기금리를 중심으로 뛰고 있습니다. 올해 초 인플레이션 우려로 장기채 금리가 뛰었던 것과는 또다른 모습입니다.

우리의 대출 금리는 앞으로 얼마만큼 더 오를까요?

가계대출 ‘꽁꽁’, 기업대출 ‘환영’

결론부터 말하자면 당분간 주담대나 신용대출을 받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은행들도 ‘이미 받을 사람은 다 받았다’며 금융당국의 방침을 차분히 잘 따르고 있습니다.

대신 기업 대출을 늘리며 순이익 규모를 늘리고 있습니다. 규제도 피하면서 금리 상승에 따른 이익도 더 늘어나니 은행들 입장에서 마다할 이유가 없습니다. 기업들의 대출은 대부분이 6개월에서 1년 등 단기로 연장을 하고 그에 따라 금리를 결정하는 구조다보니, 시장 금리 변화 추이를 빠르게 적용할 수 있습니다.

자료 : 한국은행
이는 한국은행이 이달 중순 집계한 ‘국내은행의 차주별 대출태도지수’를 보면 드러납니다. 지난 3분기는 가계와 기업 모두 대출 태도지수가 마이너스(-)였습니다. 대기업에 대해서는 -9,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3이었습니다. 가계주택은 -35였고, 가계일반은 -29였습니다. 가계에 대해서 훨씬 가혹할만큼 은행의 문턱이 높았다는 뜻입니다.

이 추세는 4분기 들어 갈립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플러스(+)로 돌아선 반면 가계주택(-15)과 가계일반(-32)에 대해서는 여전히 마이너스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자신의 소득을 넘는 신용대출은 막혔고, 가계주택은 실수요자가 아니면 더 이상 빌리기 어렵게 됐습니다.

이런 와중에 금리는 상승하고 있습니다. 29일 발표된 ‘9월 금융기관 가중평균 금리’ 통계에서 주택담보대출의 평균 금리는 3.01%로 올라섰습니다. 0.13%포인트가 8월 대비 한달 사이 뛴 것입니다.

자료 : 한국은행
일반 신용대출 금리는 4.15%를 기록했습니다. 올해 들어(지난해 12월말 대비) 0.65%포인트 뛴 것입니다. 서민들이 급전으로 빌리는 500만원 이하 소액대출의 금리는 4.98%로 이 기간 0.73%포인트 뛰었습니다.
자료 : 한국은행
같은 기간 기업대출의 금리가 평균 0.22%포인트 정도 뛰었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일반 가계 신용자들의 대출 부담은 1년 사이 실제로도 많이 커진 것입니다.

예금 금리는 제자리, 은행 실적은 껑충

1년이란 기간을 놓고 봤을 때 지난해 9월 대비 올해 9월 은행들의 수신 금리는 떨어졌습니다. 올 여름부터 점진적으로 올랐다고는 하지만, 1년전과 비교하면 여전히 낮은 셈입니다.

정기 예금 금리는 9월 기준 1.16%로 지난해 연말 대비로 0.27%포인트 올랐습니다. 예금 금리가 대출 금리보다 후행적으로 움직인다고 해도, 그간 대출금리가 올라갔던 속도와 폭을 생각해봤을 때 실망스러운 수치일 수 있습니다.

자료 : 한국은행
이 같은 결과로 은행의 여수신 금리 차이는 최근 1년새 가장 큰 2.14%포인트를 기록했습니다. 평균 여신금리와 평균 수신금리의 차이가 금리 상승기에 계속 벌어지고 있다는 뜻입니다.

금리 차이가 커지면서 가장 덕 본 곳은 은행입니다. ‘가계대출과 기업대출 자산이 늘어나는 효과’에 ‘여수신금리 차 확대 효과’까지 더해지면서 국내 1금융사들은 너나할 것 없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할 전망입니다.

실제 KB와 신한금융은 올해 순이익 4조원 돌파가 거의 확실시되고, 하나금융도 3조원 순이익 달성이 불가능하지 않습니다. 우리금융이나 다른 지방금융사들도 커진 순이자마진(NIM) 덕에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했습니다. 하반기 금리 상승이 이어진다면 이들의 실적은 더 늘어날 수도 있습니다.

막힌 대출, 스팸만 기승

또 한 곳 호기를 맞은 곳이 있습니다. 대출을 가장한 스팸 업자들입니다. 이들은 대출이 급한 이들에게 정부의 정책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것처럼 꾸며 대출을 뿌리고 개미지옥처럼 피싱의 덫을 놓고 있습니다.

오죽이나 했으면 직접 금융당국이 나서 스팸 주의보를 내렸을까요. 은행사칭 불법 스팸 유통방지 대책까지 내려졌지만, 이 글을 쓰는 저조차도 끊이지 않고 대출 유혹 문자를 받고 있습니다.

은행사칭 불법스팸은 시중은행에서 취급하는 대출상품을 가장해 급전이 필요한 소상공인, 고령층 등 취약 계층을 대상으로 상담을 유도하고 있습니다. 전화금융사기, 문자사기 등 금융 범죄로 악용하는 전형적인 수법입니다.

자료 : 한국인터넷진흥원
정부는 코로나19를 계기로 불법스팸이 급증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지만, 대출 규제에 따른 은행 문턱이 높아진 이유도 있습니다.

휴대전화 불법스팸 신고탐지량은 2020년 하반기 1717만건에서 2021년 상반기 1966만건으로 15% 증가했으며 은행사칭 불법스팸 신고 건 수는 2021년 1분기 16만건에서 2021년 2분기 29만건으로 81% 급증했습니다. 올해 상반기 전체로는 46만2462건으로 작년 상반기 대비로는 약 6배 가량으로 뛰었습니다.

가계대출 규제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코로나19에 따른 자산가격 급등에 대한 우려를 당국이 하고 있다는 것에 대해 ‘이해 안된다’라는 국민은 아마 없을 것입니다. 혹자는 일본의 1980년대 거품경제 붕괴와 비교하기도 합니다.

다만 현재의 구도는 자본이 있거나 자본력이 강한 이들에게 너무나 유리해 보인다는 점입니다. 실제 최근의 자산가격 급등에 따른 이익도 거의 이들에게 돌아간 것으로 보입니다. 혹은 앞서 투기 목적으로 투자를 했던 이들이겠죠.

쉽게 말해 정부 규제에 충분한 대응력이 있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일반 사람들 간의 간극이 더 커졌다는 뜻입니다.

10년 뒤 지금의 시점을 우린 어떻게 볼까요? 한 번 생각해볼 부분입니다.

김유성 (kys40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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