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 불량?' 韓 테니스 "그래도 대회는 개최해야죠"
제 76회 한국테니스선수권대회가 열린 경북 김천스포츠타운 테니스장. 국내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이 대회는 총 상금 7000만 원을 놓고 남녀 단식 및 복식, 혼합 복식 등 총 5개 종목에서 국내 내로라 하는 선수들이 열전을 펼치고 있다.
당초 이번 대회는 제대로 개최될 수 있을지 적잖은 우려가 있었다. 대한테니스협회가 전임 집행부 시절 소송 패소로 인해 재정적 위기가 왔기 때문이다. 협회는 미디어윌과 대여금 30억 원 반환 소송에서 패소해 50억 원에 이르는 부채로 법원으로부터 사무실 집기 등에 대한 압류 조치를 당한 데다 지난달에는 채무불이행자명부에 등재돼 협회 명의의 카드와 통장이 모두 사용 정지되는 일까지 겪었다.
대한체육회 가맹 종목 사상 초유의 일이었다. 협회가 전국체전 중 법인 카드를 사용하지 못하는 웃지 못할 상황까지 벌어졌다. 이에 협회는 지난달 10일 17개 시·도 테니스협회장 및 사무국장 등 관계자들이 모여 긴급 회의를 열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한국선수권대회는 일단 정상적으로 치러지고 있다. 협회 정희균 회장은 30일 "사실 법원 조치에 따라 협회 업무에 지장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그러나 협회 주관 대회를 치르지 않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통장과 카드 정지로 인해 조금 불편함은 있지만 김천시 등에서 고맙게도 후원을 해줘 대회를 치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대회는 생활체육대회인 '2021 동호인 마스터즈대회'도 함께 열리고 있다. 한국시니어테니스연맹 조용원 전무는 "코로나19로 그동안 생활체육 대회가 열리지 못했는데 동호인들이 모처럼 긴장감 넘치는 경기를 즐기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여전히 협회로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미디어윌에 갚아야 할 부채 문제를 풀어야 한다. 물론 경기도 구리시 육사 테니스 코트 리모델링을 놓고 미디어윌과 소송전을 벌인 것은 곽용운 전 회장 시절인 전임 집행부다. 그러나 사태를 해결해야 할 책임은 엄연히 현 집행부에 있다.
미디어윌 주원석 회장은 테니스협회 부회장 출신으로 친형은 주원홍 현 장애인테니스협회장이다. 주원홍 회장은 곽 전 회장에 앞서 협회 수장을 맡아 당시 미디어윌에서 30억 원을 빌려 육사 테니스 코트 리모델링 사업을 진행했다. 그러나 협회장 연임 선거에서 지면서 협회를 떠나게 됐고, 곽 전 회장이 미디어월에서 육사 코트 운영권을 협회로 가져오면서 대여금 반환 소송이 벌어진 것이다.
올해 초 선거에서 정 회장이 주원홍, 곽용운 등 전 회장들을 제치고 협회를 맡았지만 미디어윌의 부채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미디어윌에서는 "정 회장이 취임 일성부터 부채를 해결하겠다고 했지만 반 년이 지나도록 본인의 연락조차 없었다"면서 "우리로서는 채무 변제에 대한 협회의 의지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는 입장이다.
정 회장은 본격적으로 사태 해결을 위해 직접 나설 의지를 밝혔다. 정 회장은 "사실 그동안은 전임 집행부 시절 협회 행정에 잘못된 부분이 너무 많아 바로잡는 데만 반년 이상이 걸렸다"면서 "이제 차츰 행정이 정상화하고 있는 만큼 내가 직접 미디어윌 측과 만나 부채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각 시도 협회장 중 대표 격으로 몇 분과 함께 주원홍 전 회장을 찾아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협회는 부채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협회 한종우 사무처장은 "협회가 법적으로 부채를 갚아야 하는 것은 엄연한 현실이지만 당초 육사 코트 리모델링 공사 자체가 불법적인 요소가 있었던 만큼 주원홍 회장 시절 협회 집행부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면서 "그런 점에서 미디어윌과 협상을 잘 진행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주원홍 회장과 미디어윌 측에서는 완강한 입장이다. 특히 주원석 회장은 그동안 한국 테니스를 위해 수십억 원을 투자했는데도 테니스인들이 협회장 선거에서 다른 선택을 한 데 대해 크게 서운한 마음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연 테니스협회가 미디어윌과 갈등을 해소하고 한국 테니스의 정상화를 이룰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김천=CBS노컷뉴스 임종률 기자 airjr@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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