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우매우 신중한 검토중'이라는 삼성전자가 보는 메모리 반도체 시황 전망은 [MK위클리반도체]
삼성 "과거와 같은 메모리 사이클 변동 없을 것"
[MK위클리반도체] 삼성전자가 3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을 지난 28일 개최했습니다. 메모리 반도체 고점론이 이어지는 가운데 삼성전자가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 관심이 모아졌는데요. 삼성전자는 내년도 전망을 묻는 애널리스트들의 질문에 "불확실성이 크다"면서도 시장의 우려가 과도하다는 입장을 조심스럽게 내비쳤습니다.
삼성전자는 3분기 매출 73조9800억원, 영업이익 15조8200억원을 기록했습니다. 분기 기준 역대 최대 매출인 동시에 영업이익도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실적인데요. 영업이익률 역시 전분기 대비 1.6%포인트 개선된 21.4%를 기록했습니다.
3분기에도 역시 메모리 반도체 사업이 삼성전자의 실적을 이끌었습니다. 특히 서버용 D램 반도체 수요가 크게 증가하면서 역대 최대 분기 D램 출하량을 기록했다고 삼성전자는 밝히기도 했습니다.
삼성전자가 3분기 반도체 부문에서 거둔 매출액은 26조4100억원에 달합니다. 영업이익은 10조600억원이었습니다. 이는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끝난 2018년 이후 최대 분기 매출이며 10조원 이상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도 2018년 3분기 이후 처음입니다. 전 분기 대비로는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16.1%, 44.9% 증가한 수치입니다.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호황을 맞았던 정보기술(IT) 제품에 대한 수요가 위축되는 가운데 전 세계적인 부품 공급망 이슈까지 발생하며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불확실성은 확대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서버용 제품을 중심으로 삼성전자의 3분기 메모리반도체 사업은 성장을 이어간 것인데요. 삼성전자는 서버용 제품이 수요를 이끈 가운데, 부품 공급 이슈로 생산에 차질을 빚은 모바일용 D램 사업에선 주요 완성품 업체들이 신제품을 출시하며 수요가 회복됐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이 같은 호실적에도 메모리 시장에 대한 시장의 불안감은 이어지는 상황입니다. 이날 실적 발표 후에도 삼성전자의 주가는 큰 변동 없이 7만원대 초반대를 이어갔습니다.
이러한 우려의 원인은 주요국을 중심으로 '위드 코로나' 체제가 자리를 잡으면서 상반기 수요를 이끌었던 '펜트업 수요'가 약해지고 있다는 시각 때문인데요. 또 공급망 이슈에 따른 부품수급 불안과 이에 따른 완성품 제조 고객사들의 수요 불확실성도 사업 전망을 어둡게 하는 요인입니다.
과거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가격 상승 주기가 약 2년간 이어지는 양상을 보였습니다. 그러나 올해 상반기까지 장밋빛이었던 메모리 반도체 시황 전망은 최근 들어 급격히 반전된 모양새입니다. 1년이 채 되지 않는 기간에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보합세로 돌아서면서 역대 최단기간 슈퍼사이클이 될 것이란 관측까지도 나오는 실정입니다.
특히 일부 시장조사기관에서는 내년 D램 가격이 최대 20%까지 떨어질 것이란 전망까지 제기되는 분위기입니다. 트렌드포스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내년 D램 시장의 평균판매가격(ASP)이 올해보다 15%에서 많게는 20%까지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습니다.
이날 삼성전자 역시 "코로나19의 일상 회복 영향, 부품 수급 및 원자재 가격 상승 등 거시적 요인으로 내년 메모리 시황에 대한 불확실성이 아주 높다"며 "부품 수급 차질과 이에 따른 세트 생산 차질이 예상보다 장기화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고객사마다 메모리반도체 시황 전망에 시각차가 존재해 가격 협상 난도가 올라가고 있다"며 "불확실성이 커 회사 차원의 내년 메모리반도체 시황 전망을 밝히지 않겠다"고도 덧붙였습니다.
이처럼 삼성전자가 내년 반도체 사업 전망에 대해 다소 보수적인 입장을 취하자 애널리스트들의 추가 질의가 이어졌습니다. 이날 컨퍼런스콜의 질의응답 세션에서 국내외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반도체 시황에 대한 다양한 질문을 쏟아냈습니다. UBS는 메모리반도체의 최근 시황과 전망을 고려했을 때 내년 D램과 낸드플래시 분야에 대한 투자 계획을 조정할 계획이 있는지를 물었는데요. 이에 대해 삼성전자는 불확실성이 크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면서도 "투자 규모나 방향에 대해선 내부적으로 '매우 매우' 신중한 검토를 바탕으로 결정할 예정"이라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또 "아직 내년 경영 계획도 확정되지 않은 상태라 내년 설비투자 관련해서는 방향성 제시 정도도 어려운 상태"라고 했습니다.
다만 이날 삼성전자가 이처럼 소극적인 답변만을 내놓은 것은 아닙니다. 메모리반도체 시황에 대한 우려가 과도한 수준이라는 시각도 함께 드러냈는데요. 2018년 호황기 이후 업황이 급락했던 때보다 이번 하락 주기는 짧게 끝나 내년 하반기부터는 다시 회복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습니다.
내년 메모리반도체 수요의 위험과 기회 요인은 무엇이냐는 HSBC의 질의에 삼성전자는 "과거 대비 메모리 사이클의 주기와 변동 폭이 줄어들었다"며 "현재 재고 상황도 낮기 때문에 크게 우려할만한 시장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에 KB증권에서 메모리 사이클이 더 이상 과거와 같지 않을 것으로 보는 근거가 무엇이냐고 물었는데요. 이에 대해 삼성전자는 메모리 사이클의 변동 폭과 주기가 줄어든 3가지 원인을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먼저 과거 PC 중심이었던 메모리반도체 응용처가 다양한 분야로 확대되면서 포트폴리오가 다양해져 경기 변동 가능성도 줄어들었다는 것인데요. 이어 메모리반도체 공정 자체가 미세화하고 난이도가 올라가면서 과거와 달리 급격한 생산량 증가 달성이 어려워졌고, 반도체 공급 부족이 전망돼도 생산량을 끌어올리는 데 제약이 따른다는 설명입니다. 실제 현재 메모리반도체 공급업체들의 재고 수준은 지난 분기에 이어 낮은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이 밖에도 2018년 호황 이후 극심한 공급 과잉을 겪으면서 수요자와 공급자 모두 시장 전반의 건전성 확보 필요성을 학습했기 때문에 과거와 같은 급격한 시황 변동은 없을 것이란 분석도 덧붙였습니다.
한편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등 비메모리 분야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를 집행하겠다는 계획도 밝혔습니다. 삼성전자는 "3나노 파운드리 공정 개발이 내년 상반기 목표로 정상 진행 중"이라며 "2세대 GAA 공정에서 획기적 성능 개선을 통해 삼성의 리더십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고객 수요를 최대한 충족하기 위해 전례 없는 투자를 계획 중"이라며 "2017년 대비 올해 기준으로 생산능력이 약 1.8배 확대됐으며 오는 2026년까지 약 3배 가까이 생산능력을 확대할 것"이라고도 밝혔습니다.
[박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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