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골퍼 '버디 값' 하듯 톱 프로골퍼는 '우승 값' [오태식의 골프이야기]

오태식 2021. 10. 30.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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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LPGA '시즌 6승' 박민지도
두 차례 우승 후 컷오프 당해
송가은도 우승 후 컷탈락
SK네트웍스 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에 출전한 박민지. <사진 KLPGA 제공>

올해 상반기에만 6승을 거둔 박민지는 SK네트웍스·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 출전을 앞두고 한 인터뷰에서 올해 자신의 플레이에 대해 93점을 매겼다. 최고의 시즌을 보내면서도 100점 만점에 7점을 뺀 것은 바로 컷오프가 많다는 이유에서다.

올해 네 번이나 컷오프를 당한 박민지는 특히 두 번은 우승 후 컷 탈락을 했다. 시즌 첫승이었던 넥센·세인트나인 마스터즈 다음으로 출전했던 크리스 F&C 제43회 KLPGA 챔피언십에서 컷탈락의 쓴 맛을 봤다. 또 셀트리온 퀸즈 마스터즈와 DB그룹 제35회 한국여자오픈에서 2연승을 거둔 뒤 맥콜 · 모나파크 오픈에서는 또 컷오프를 당했다.

SK네트웍스·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에서도 박민지는 또 한번 컷오프 숫자를 늘릴 뻔 했다. 지난 29일 제주 서귀포의 핀크스 골프클럽에서 열린 2라운드에서 박민지는 3오버파 공동60위를 기록해 턱걸이로 3라운드에 진출했다. 2라운드가 끝나갈 때 쯤 만해도 예상 컷오프 선이 2오버파여서 컷 탈락할 뻔 했지만 마지막에 한 선수의 순위가 밀리면서 ‘기적’처럼 컷을 통과한 것이다. 3오버파에 있던 송가은, 박주영 등 올해 관심을 모으고 있는 선수들도 덩달아 극적으로 컷오프를 면했다.

주말골퍼의 세계에는 ‘버디 값’이란 게 있다. 가뭄에 콩 나듯 나오는 버디를 잡은 후 흥분한 나머지 그다음 홀에서는 집중력을 잃고 샷 실수를 자주 한다고 해서 나온 말이다. 프로골퍼들에게 비슷한 게 있다면 바로 ‘우승 값’일 것이다.

우승한 선수들은 그 다음 대회에서 주요 조에 편성되고 주목을 받게 된다. 그렇게 되면 마지막 날 챔피언 조에 낀 것 이상으로 긴장감을 갖게 되고 그게 ‘우승 값’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실제로 우승한 후 다음 대회를 망친 선수들이 은근히 많다.

특히 올해는 부활과 의외의 우승이 많고 이변도 많이 연출되는 만큼 롤러코스터를 탄 선수들도 많다고 볼 수 있다.

하나금융그룹 챔피언십에서 생애 첫 승을 거둔 신인 송가은도 그 다음 대회인 하이트진로 챔피언십에서 컷오프 됐다.

한화 클래식 2021에서 우승을 차지한 이다연은 다음 대회인 KB금융 스타챔피언십에서 첫날 77타를 친 뒤 기권을 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는 뉴질랜드 동포 리디아 고가 지난 4월 열린 롯데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그 다음 대회인 휴젤 에어 프리미어 LA오픈에서 컷 탈락했다.

태국의 신예 패티 타와타나낏은 메이저 대회인 ANA 인스퍼레이션에서 우승하는 대이변을 연출했지만 그 다음으로 출전한 휴젤 에어 프리미어 LA오픈에서는 3라운드에 진출하지 못하고 일찌감치 짐을 싸기도 했다.

혼다 타일랜드에서 2년10개월 만에 우승 소식을 전한 태국의 에리야 쭈타누깐도 다음 출전 대회인 퓨어실크 챔피언십에서는 컷탈락의 아픔을 맛봤다.

2020~2021 시즌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우승을 차지한 ‘코리안 브라더스’ 두명도 모두 우승 후 컷 탈락했다.

자신의 80번째 출전 대회인 AT&T 바이런 넬슨에서 한국인 8번째 PGA 챔피언이 된 이경훈은 바로 그 다음 주 열린 PGA 챔피언십에서는 컷을 넘어서지 못했다. 올 초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에서 우승을 차지했던 김시우도 바로 다음 대회인 파머스 인슈어런스 오픈에서는 컷탈락했다.

지난 5월 열린 PGA 챔피언십에서 만 50세 11개월의 나이로 우승해 53년 묵은 메이저대회 최고령 우승 기록을 갈아치웠던 필 미컬슨(미국)도 ‘우승 후 컷탈락’이라는 올해 묘한 징크스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물론 거꾸로 연속으로 컷오프를 당하다가 우승을 차지해 기쁨을 배가 시킨 선수들도 있다. 부상 등으로 힘겨운 시간을 보내던 브룩스 켑카는 3연속으로 컷오프를 당하다가 웨이스트 매니지먼트 피닉스오픈에서 우승하는 반전을 이뤄냈다. KLPGA 투어에서 시즌 시작하자마자 3연속 컷탈락 하던 곽보미도 교촌 허니 레이디스 오픈에서 정상에 오르는 반전을 이뤄냈다.

하지만 ‘우승 값’ 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는다는 선수도 있다. 실력 뿐 아니라 멘탈도 강한 선수들이다. 최근 세계 1위 자리를 탈환한 고진영이 대표적인 선수다. 고진영은 최근 5개 대회에서 3승을 거두고 가장 나쁜 성적도 공동6위 일 정도로 최고의 샷을 날리고 있다.

[오태식 골프포위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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