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옳았다"..천연가스 무기로 유럽 '가스라이팅'하는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한 마디에 국제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락하고 있다. 세계 최대 천연가스 보유국인 러시아가 에너지 자원을 무기로 유럽을 쥐락펴락할 것이라는 미국의 우려가 현실이 된 것이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6일(이하 현지시간) 유럽에 천연가스를 충분히 공급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얼마 뒤 공급량을 동결한다는 완전히 상반된 결정으로 국제 사회를 당혹감에 빠뜨렸다. 하지만 지난 27일 또 다시 공급 확대를 언급했다.
이 때문에 천연가스 선물 시세가 하루 만에 10% 이상 올랐다 떨어지는 혼란을 반복하고 있다.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 따르면 이달 5일 100만BTU당 6.31달러까지 뛰었던 12월물 천연가스 시세는 하루 만에 10.09% 하락한 5.67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25일에는 전날보다 10.89% 올라 다시 6달러를 넘어섰다. 푸틴 대통령의 공급 확대 메시지가 나온 직후인 28일에는 6.71% 하락한 5.78달러로 마감했다. 이날 독일과 영국 천연가스 선물 시세 역시 10% 안팎 떨어졌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전했다.
이같은 상황이 반복되자 미국은 러시아가 에너지 위기를 겪고 있는 유럽에 천연가스를 무기화했다며 비판 목소리를 높였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에너지 안보 보좌관인 아모스 호흐슈타인은 지난 25일 기자단 브리핑에서 "푸틴 대통령이 천연가스를 무기로 사용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내 생각에 거의 그 선에 가까워졌다"고 답했다.
지구촌 전체로 범위를 넓혀도 러시아는 세계 천연가스 공급의 25%를 담당한다. 푸틴 대통령 말 한마디에 글로벌 가스 선물시장이 출렁이는 이유다. 에너지 전문가인 티에리 브로스 파리정치대 교수는 "유럽의 가스 위기로 러시아의 절대적 영향력이 확인됐다"며 "유럽의 정전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은 푸틴뿐"이라고 말했다.
유럽 각국이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에 공을 들이는 중에 대규모 풍력발전소가 설치된 북해의 바람이 멈춘 것도 천연가스 수요 폭증 요인으로 꼽힌다. 동절기를 앞둔 상황에서 유럽 천연가스 재고 수준이 10년 내 최저치로 떨어지면서 가정에서 쓰는 전기료는 최대 5배 폭등했다. 영국·네덜란드·스페인 등의 경우 집권당 지지율이 흔들릴 정도로 위기를 맞고 있다.
하지만 정권 교체기인 독일의 사용 승인이 늦어지자 이에 천연가스 공급을 동결해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푸틴은 지난 2009년 우크라이나를 거치는 천연가스관을 열흘 넘게 잠근 적이 있다. 최근엔 가스 부족으로 에너지 비상사태를 선언한 몰도바에 유럽연합(EU)과 협력을 줄이면 싼 값에 천연가스를 주겠다고 제안했다. 이와 관련 EU 외교·안보정책을 총괄하는 호세프 보렐 고위대표는 "러시아가 경제적으로 어려운 국가에 노골적으로 에너지 무기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공식 비판했다.
노르트스트림2가 승인되면 러시아에서 유럽으로 가는 주요 4개 경로(독일·벨라루스·우크라이나·터키)의 천연가스 수송관이 완성돼 푸틴의 유럽 에너지 시장 지배력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푸틴이 천연가스를 무기로 경제 뿐 아니라 정치·외교·안보 등 이슈에서도 유럽 등에 압력을 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천연가스 공급을 둘러싸고 미국과 러시아간 갈등이 격화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최근 천연가스 가격 폭등의 배후에 러시아가 있으며, 유럽은 러시아의 볼모가 될 것이라는 미국의 주장이 사실상 확인됐기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가 새 가스관을 정치적으로 이용할 경우 추가 제재를 가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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