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 KAL호텔네트워크, 공공도로 37년 무단점용..사유화 갑질

백나용 2021. 10. 30.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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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KAL호텔 인근 3개 필지에 유리온실 짓고 정원·산책로 조성
지자체 원상복구 명령은 거부, 변상금 납부하고도 소송 제기로 시간 끌기

(제주=연합뉴스) 백나용 기자 = 제주 서귀포칼호텔이 37년째 무단으로 사용해 온 공공도로를 도민 품으로 돌려줄 수 없다면서 지지부진한 소송을 이어가고 있어 시민을 상대로 갑질을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귀포KAL호텔 [KAL호텔 제공]

28일 서귀포시 등에 따르면 한진그룹 계열사인 KAL호텔네트워크는 1985년부터 서귀포KAL호텔에 인접한 국토교통부 소유 공공도로 3필지(573㎡)를 무단 점용해 사용하고 있다.

이 도로는 KAL호텔네트워크가 서귀포시로부터 공유수면 점·사용 허가를 받아 30년 넘게 이용 중인 구거(하천보다 규모가 작은 개울) 약 4천94㎡와 맞닿아 있다.

KAL호텔네트워크는 호텔 부지를 가로지르는 이 공유수면을 매립해 송어양식장과 호텔 이용객을 위한 테니스장, 잔디광장을 조성해 활용하고 있다.

더불어 공유수면인 구거와 인접한 공공도로에도 불법적으로 유리온실 등 시설물을 설치하고 산책로와 정원을 조성해 이용하고 있다.

이 부지는 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부인 이명희 씨의 '올레길 폐쇄 갑질' 논란이 불거진 곳이기도 하다.

제주올레는 2007년 올레 6코스 개장 당시 검은여에서 서귀포칼호텔 정원을 가로지르는 공동도로를 따라 서북쪽으로 한라궁 호텔까지가는 코스를 개통했다.

하지만 2009년 연말 KAL호텔네트워크 측이 돌연 정원으로 들어오는 길을 막았고, 제주올레 측은 결국 호텔을 우회하는 코스로 변경했다.

KAL호텔네트워크 측은 당시 공공도로 주변 사고 위험성이 높아 통행을 막게 됐다고 했지만, 뒤늦게 이씨가 호텔 정원을 지나는 올레꾼 무리를 보고서는 "저것들 뭐야, 당장 길 막아"라고 지시하면서 해당 부지 통행이 막혔던 것으로 알려졌다.

서귀포시는 2018년 6월 제주지역 시민사회단체가 이 문제를 제기하며 논란이 불거지자 해당 부지에 대해 측량을 하고, 호텔 측이 무단으로 국토부 국유재산을 점유한 사실을 확인해 같은 해 7월 변상금 8천430여만원을 부과했다.

서귀포KAL호텔 부지 주변 공유수면 중 일부 (서귀포=연합뉴스) 백나용 기자 = 서귀포칼호텔 위성 사진. 빨간색으로 색칠된 부분이 KAL호텔네트워크가 30년 넘게 공유수면 점·사용허가를 받아 이용 중인 구거(하천보다 규모가 작은 개울) 약 4천94㎡. 2021.10.28 [서귀포의 미래를 생각하는 모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또 출입이 제한됐던 올레 6코스의 해당 구간을 개방하도록 했다.

시는 이어 같은 해 12월 공공도로에 무단 설치된 시설에 대한 원상복구 명령을 내리고, 2019년 1월 행정대집행을 예고했다.

하지만 KAL호텔네트워크 측은 변상금을 전액 납부하면서도, 시설에 대한 원상복구 명령은 거부해 원상회복 명령 취소와 집행정지 신청을 법원에 잇따라 제기했다.

KAL호텔네트워크 측은 1984년 사업계획승인신청서에 공유수면과 함께 이 공공도로를 합한 면적을 기재했던 점을 들며 "서귀포시가 당시 이를 승인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공유수면 점·사용 허가과 함께 국유재산인 해당 도로에 대한 허가도 얻은 것으로 볼 수 있다는 논리다.

그러면서 본인들이 도로 사용에 대해 허가를 얻지 않았다는 점을 서귀포시가 입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서귀포시는 "KAL호텔네트워크가 공공도로 사용 허가 절차를 진행하지 않았기 때문에 관련 서류가 당연히 없는 것"이라며 "일제강점기 지적조사원에서도 이 일대 토지가 공유수면과 도로로 분리돼 있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지난해 5월 진행된 1심 선고공판에서 서귀포시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공유수면 점·사용 허가와 국유재산 사용 허가는 근거 법률부터 대상, 요건, 목적 등 성격과 내용을 전혀 달리하는 별개의 것"이라며 KAL호텔네트워크 측 청구를 기각했다.

서귀포칼호텔 부지와 인접한 국유재산 지적도 현황 (서귀포=연합뉴스) 서귀포KAL호텔 부지와 맞닿은 공공도로 지적도. 빨간색 부분이 국토교통부 소유 공공도로. 2021.10.28 [서귀포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공유수면 점·사용 허가로 국유재산 사용 허가를 갈음할 수 없다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이다.

하지만 KAL호텔네트워크 측은 이 같은 판결에 불복해 항소한 데 이어 조정안까지 제시했다.

KAL호텔네트워크 관계자는 항소장 제출 당시 "행정당국이 공유수면과 함께 공공도로 점용 인허가를 내줬기 때문에 30년 넘게 해당 부지를 사용할 수 있던 것 아니냐"며 "행정당국과 우리측이 서로 도로 점용 허가와 관련된 증거문서를 제시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한쪽 말만 듣고 원상복구 명령을 내리는 것은 부당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KAL호텔네트워크 측 조정안에 따라 지난 1월부터 항소심 재판 과정에서 호텔과 서귀포시간 조정이 진행되고 있지만, 여태껏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다음 조정일은 오는 11월 18일 오후 3시로 예정된 상태다.

시 관계자는 "조정안이 제시되기는 했지만, 공개할 수 없는 단계"라며 "원상복구가 필요하다는 시의 기존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윤봉택 서귀포의 미래를 생각하는 모임 공동대표는 "호텔 측이 변상금을 납부했다는 것은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한 것과 같다"며 "잘못은 인정하면서도 항소까지 하면서 원상복구를 못 하겠다고 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는 행태"라고 비판했다.

윤 대표는 "호텔 측이 국유재산을 사유화하는 것도 모자라 통행을 막으며 도민을 상대로 갑질까지 벌였다"며 "도민이나 올레꾼이 호텔 부지를 걷는다고 해서 호텔 이미지가 실추되거나 영업 방해가 되는 것은 절대 아니다"라고 말했다.

윤 대표는 그러면서 "우리나라에서 내로라하는 대기업에서 운영하는 호텔이, 그것도 서귀포시의 자연경관을 활용해 사업을 하면서도 공적인 의무는 하지 않았다"며 "절대로 호텔 측 바람대로 조정을 하거나 봐주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제주 올레 6코스 (제주=연합뉴스) 서귀포KAL호텔 측이 공공도로 통행을 막아 변경됐던 제주 올레 6코스 구간(사진 위). 2018년 7월부터 호텔을 우회하는 이 코스에서 정원을 지나 소정방폭포까지 갈 수 있도록 하는 코스(아래)로 조정됐다. 2021.10.25 [제주올레 홈페이지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dragon.m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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