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자가 봉이냐" KPGA 구자철 회장, 개인 SNS 이벤트로 구설

김현지 2021. 10. 30.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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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김현지 기자]

"우승자가 무슨 봉이냐, 협회장 개인 SNS 이벤트에 동원이라니.."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구자철 회장의 SNS가 다시금 도마에 올랐다. 이번엔 이벤트 때문이다.

논란이 된 이벤트는 '우승자 맞히기'다. 국내 프로 스포츠는 물론 프로 골프 대회에서도 흔하게 치러졌고, 치러지고 있는 이벤트다. 대회 홍보와 흥행을 위해 진행할 수 있는 가장 단순한 이벤트다.

흔하디 흔한 '우승자 맞히기' 이벤트가 논란이 된 이유는 구자철 회장의 개인 SNS에서만 진행됐고, 이벤트를 통해 우승자와 '동반 라운드'라는 혜택을 줬기 때문이다.

먼저 구자철 회장 개인 SNS(페이스북)에서만 진행이 된 것에 대해 협회 홍보 실장은 "협회에서 공식 이벤트로 진행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회장님 개인 SNS가 파급력이 더 크다고 느껴 개인 SNS에서 진행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업계 관계자들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선수는 물론, 선수 매니지먼트사, 골프 업계 종사자들까지 구자철 회장의 페이스북에서 '우승자 맞히기' 이벤트가 진행된 지 몰랐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그들은 "개인 SNS보다 공식 SNS의 파급력이 더 큰 것이 당연한 것 아니냐. 공식 SNS에서 진행한 뒤, 개인 SNS에 공유하는 방법도 있다"고 하며 "진정 홍보가 목적이었다면, 중계 방송사와 함께해 보다 많은 골프팬들에게 알릴 수도 있었다. 왜 굳이 개인 SNS냐"라고 했다.

올 시즌 모든 대회에서 이벤트가 진행됐다. KPGA 챔피언스투어(시니어투어) 빅매치인 'KPGA 시니어 선수권대회'에서도 진행됐다. 그러나 홍보가 목적이었다기엔, 어딘가 부족해 보인다. 업계 관계자들도 해당 이벤트에 대해 잘 모르고 있었다.

복수의 관계자들은 "최근 취재가 시작되면서 이 이벤트에 대해 듣게 됐다"며 "깜짝 놀랐다. 이런 이벤트가 진행되고 있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 우승자가 무슨 봉이냐, 협회 발전을 위한 행사도 아니고 협회장 개인 SNS에서 진행된 이벤트에 우승자 동원이라니.. 구 회장의 페이스북 친구, 그들만의 잔치 아니냐"며 말끝을 흐렸다.

우승자들 사이에서도 항의가 있었다. 그들은 "대회가 계속 이어지는 데, 사전에 동의를 구하지 않은 이러한 이벤트라니.. 말이 안되는 것 같다"며 반발했다. 동반 라운드에 참석하지 않는 선수도 나왔다. 그럼에도 이벤트는 계속 진행되고 있다.

KPGA 홍보 실장은 "우승자가 출석하는 것은 의무사항이 아니다. 스케줄이 불가능할 시, 우승자 대신 협회 관계자가 참석해 라운드를 진행한다"고 답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위 답변에도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이러한 이벤트를 하는 것 자체가 "반강제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그들은 "이미 협회장 SNS에 '우승자와 동반 라운드'라고 버젓이 적혀 있다. 더욱이 회장님이 '홍보'를 목적이라 나오라는 데, 거역할 배짱이 있는 선수가 몇이나 될 것 같냐?"고 했다. 이어 "정확한 스케줄을 상의한 바가 없는데, 이미 언제쯤 라운드를 진행할 것이라 공지한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협회장 개인 SNS에서 진행되는 이벤트였기 때문일까. 취재 결과 협회 내 담당자도 없는 이벤트였다. 구자철 회장의 SNS에는 이벤트를 진행할 때, KPGA VIP 김모 팀장이 태그된다. 그러나 김 팀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나는 담당자가 아니다. 홍보, 마케팅을 담당하는 실장이나, 한국프로골프투어(KGT) 대표이사와 통화하라"라고 했다.

이벤트에 태그 되는 이유에 대해 묻자 "단순히 정리만 하는 것이 내 업무"라며 선을 그었다. 우승자에게 연락해 스케쥴을 조율하는 것도, 우승자가 불참했을 때 몇 차례 우승자 대신 라운드를 한 사실도 확인했지만, 본인은 담당자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KGT 대표이사는 해당 건과 관련해 연락을 받지 않았다. 올 시즌 중 뒤늦게 KPGA에 합류한 홍보 실장은 "입사 전부터 진행되던 이벤트다"며 "김 팀장은 담당자라기 보다는 중간에서 연결만 하는 것이 주다. 따지자면 이 이벤트는 담당자가 없다"고 말했다.

2021 KPGA 코리안투어는 이제 마지막 대회인 'LG 시그니처 플레이어스 챔피언십'만을 남겨두고 있다. 지난해 이 대회에서는 KPGA와 네이버 N Golf가 함께 우승자 맞히기 이벤트를 진행했다. 지난해 이 이벤트를 통해 3명에게 '동반 라운드권'이 제공됐다.

다만, 당시에는 협회가 진행하는 공식 이벤트이기에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대회 전 언론을 통해 충분한 홍보가 됐는 것이 차이점이다. 올해는 LG 전자가 동일한 이벤트로 LG 트롬 스타일러(1명), 스릭슨 아이언세트(1명), LG 톤프리(3명), 스릭슨 골프볼(100명),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기프티콘(100명) 등 최대 205명에게 경품을 증정한다.

결국 구자철 회장의 '우승자 맞히기 이벤트'는 '홍보'가 목적이었다고는 하지만 파급력도, 업계 공감도 받지 못한 이벤트였다.

이와 더불어 구자철 회장이 SNS 통해 게재했던 글도 일부 선수들의 입에 올랐다. 구자철 회장은 "우승 떡을 대신해 유소년 발전 기금으로 대처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에 올 시즌 우승한 A선수는 "우승 떡은 전통이다. 그 동안 고생한 동료와 관계자들에게 감사의 의미로 돌리는 것. 발전 기금을 낸다고 우승 떡을 안 할 수 없다"며 "돈을 이중으로 써야 하는 건가. 난감하다"고 밝혔다.

한편, KPGA는 현재 가시밭길을 걷고 있다. 구자철 회장 취임식 이후 불과 4개월 여만에 KPGA 노조(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서비스일반 노동조합 KPGA 지회)가 설립됐다.

지난 8월 2일에는 국내 프로스포츠 단체 최초로 조합원의 94.1%가 파업에 돌입했다. 파업은 현재 3개월을 넘어섰지만, 노사는 여전히 접점을 찾지 못한 상태다. (사진=구자철)

뉴스엔 김현지 9288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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