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수 할머니 "위안부 문제 CAT에 회부"..성사 가능성은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가 최근 유엔 고문방지위원회(CAT)에 정부가 단독으로 위안부 문제를 회부해야 한다며 문재인 대통령에게 호소한 가운데 성사 가능성을 두고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할머니는 지난 26일 비대면 기자회견에서 "이제는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며 "정부가 CAT에 위안부 문제를 가져가서 일본이 위안소 제도를 만들고 운영한 것은 전쟁 범죄였고 반인류 범죄였다는 명백한 판단을 받아주길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이 할머니는 "문재인 대통령님 우리 할머니들이 한 분이라도 더 돌아가시기 전에 문제 해결을 위해 앞장서 주세요"라며 "저와 손잡고 CAT로 가주세요"라고 말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 할머니는 29일에는 국회를 찾아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에게 CAT 회부를 위해 힘을 모아줄 것을 요청했다.
이 할머니는 "할머니들한테 '내가 해결하고 왔다'고 이야기할 수 있도록 여러분들도 참여해달라"고 말했다.
유엔 고문방지협약은 고문과 학대 행위를 퇴치하기 위해 만들어진 주요 국제인권조약이다. 1984년 12월 유엔총회에서 채택됐으며 한국은 1995년, 일본은 1999년에 가입했다. 현재 참여국은 172개국에 이른다. CAT는 유엔 고문방지협약의 이행감독기관이다.
이 할머니가 대표직을 맡고 있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 국제사법재판소(ICJ) 회부 추진위원회'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입은 피해가 유엔 고문방지협약에서 말하는 '고문' 또는 '잔혹한, 비인도적인 또는 굴욕적인 대우나 처벌'에 해당되기 때문에 CAT에 제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한일 양국은 유엔 고문방지협약 가입국이다. 협약 제21조 제1항의 'CAT가 당사국 사이에 협약에 따른 의무 불이행에 대한 통보를 심리할 권능 인정'을 선언했다고 보고 있다. 이에 일본의 별도 동의 없이 협약에 따른 CAT의 국가간 통보 절차를 밟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CAT에 따른 해결절차와 ICJ 제소도 동시에 진행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CAT가 국가간 통보절차를 이유로 ICJ 회부를 제한하는 규정을 두지 않고 있기 때문. 또 CAT의 조정 결과에 따라 일본 정부 동의 없이 ICJ에 회부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CAT 얘기까지 거론 된 것은 그만큼의 속사정이 있다. 앞서 이 할머니는 지난 2월 위안부 문제를 ICJ에 제소해줄 것을 요청한 바 있다. 이후 정의용 외교부 장관을 만나고 스가 요시히데 전 일본 총리에게도 서한을 보내 ICJ 회부를 촉구했다.
하지만 일본 측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우리 정부 역시 ICJ 회부가 한일 양국 정부가 모두 재판에 응해야 시작된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실제 위안부 문제의 경우 조약이 아니기 때문에 ICJ에 회부하려면 먼저 한국과 일본이 논란이 되는 '법률상의 문제'에 대해 선(先) 합의가 필요하다. 이를 기초로 'ICJ에 판단을 구합니다'라는 식의 접수 절차를 거쳐야 회부가 가능하다.
우리 정부의 단독 CAT 회부 제안 가능성을 두고 외교가 안팎에서도 '해볼 만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2019년 8월22일 CAT는 1990년대 보스니아 내전 중 세르비아 민병대에 의한 보스니아 여성 강간을 '성'과 '민족'에 기초한 차별에 따른 것으로 유엔 고문방지협약 제1조에서 말하는 '고문'에 해당된다고 판단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신희석 연세대학교 법학연구원 박사는 "위안소에서 일본 군인들이 위안부 피해자들이 저항했을 때 성행위를 강요하기 위해 협박했던 것은 역사적 사실"이라며 "위안부 피해자들이 도주를 시도하면 잔인하게 대응하기도 했다. 이는 고문방지협약의 고문에 해당한다. 충분히 얘기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신 박사는 "ICJ 회부를 정부에 건의했을 때 정부 측에서 난색을 표했던 이유 중 하나가 일본이 ICJ 회부에 동의할 가능성이 없다는 것이었다"며 "CAT 회부 절차는 일본 측의 동의가 필요 없고 (정부의) 정치적 의지, 피해자들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절차"라고 덧붙였다.
n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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