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쭉날쭉' 스펠맨, 제2의 설린저 가능할까?
안양 KGC 인삼공사는 외국인 선수를 잘 뽑기로 유명한 팀이다. 특히 팀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주는 기술자형 외인을 선택하는데 탁월한 행보를 보여왔다. 화려한 플레이를 앞세워 원년 최고 인기 외인으로 명성을 떨친 제럴드 워커를 필두로 단신 득점기계 래리 데이비스, 막슛의 달인 데니스 에드워즈, 전천후 스코어러 마퀸 챈들러, 15연승의 주역 단테 존스, 안양의 쇼타임을 이끈 작은 거인 키퍼 사익스 등 기량은 물론 특별한 임팩트까지 남긴 외인들이 득실거렸다.
국내 프로농구에서 외국인 선수가 전력의 절반 이상이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KGC의 외국인선수 데려오는 솜씨는 그야말로 경이로울 정도다. 지난 시즌 역시 KGC의 이러한 능력이 빛났다. 크리스 맥컬러(26·208㎝)의 대체선수로 5라운드 후반에 합류한 자레드 설린저(28·206cm)가 미친듯한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KGC를 우승까지 이끌었다.
지난 시즌 KGC는 멤버도 좋고 포지션별 밸런스 역시 잘 잡혀있는 탄탄한 전력의 팀이었지만 기대만큼의 성적은 나오지 않고 있었다. 적어도 설린저가 오기 전까지는 그랬다. 내외곽 득점은 물론 리딩까지 책임졌던 설린저는 이른바 차원이 다른 기량을 선보이며 KGC를 확 바꿔놓았고 플레이오프 10전 전승으로 KGC의 통산 3번째 우승을 만들어줬다. ’설교수‘라는 애칭까지 얻었다.
김승기 감독의 KGC에서 내외곽을 오가며 득점을 책임지는 기술자는 말 그대로 화룡점정같은 존재다. 앞선에서부터 적극적으로 뺏는 농구, 끊임없이 뛰는 농구 등 체력과 에너지 레벨이 많이 소모되는 전술을 주로 구사하는지라 여기에 기술자가 추가되면 서로간 시너지 효과가 극대화된다. 2번째 우승 당시에는 지금은 전주 KCC로 간 이정현, 단신 외국인 선수 사익스 등이 그러한 역할을 해줬다.
KGC 팀컬러와 기술자 외인의 좋은 궁합
KGC에는 리그 최고의 스페셜 수비수 두명이 버티고 있다. 현재는 부상으로 빠져 있지만 복귀 예정인 베테랑 양희종(37·194㎝)과 제2의 양희종으로 불리는 문성곤(28·196㎝)이 그들이다. 양희종은 여전히 노장이라고 믿을 수 없을 만큼 수비 에너지가 넘친다. 한창 때에 비해 신체 능력은 떨어졌지만 경기 흐름을 보는 눈은 더 좋아지고 플레이가 완숙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문성곤은 젊은 선수답게 그야말로 미친 듯이 수비하는 들개형 디펜더다. ’체력을 갈아 넣는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코트에 나서면 매우 공격적으로 수비한다. 때문에 문성곤, 양희종이 교대로 혹은 동시에 나서게 되면 수비 쪽에서의 탄탄함은 견고함 그 자체다. 거기에 변준형(25·185㎝) 등 앞선의 젊은 가드진 또한 매우 적극적인 수비를 펼치는지라 당하는 상대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죽을 맛이다.
때문에 앞서 언급한 것처럼 KGC에는 내외곽을 오가는 전천후 공격 기술자가 필요하다. 단순히 공격만 잘하는 것이 아닌 지난 시즌 설린저처럼 넓은 시야와 패싱 능력까지 겸비한다면 금상첨화다.
물론 변준형, 전성현(30·189㎝), 오세근(34·200㎝) 등 국가대표급 라인업은 충분히 공격에서 위력적이다. 하지만 변준형은 플레이에 기복이 심하고 시야가 넓거나 패싱 플레이를 잘하는 편이 아니다. 전성현은 전형적인 ’오프 더 볼 무브‘ 슈터다. 오세근은 파워와 테크닉을 겸비한 노련한 빅맨이지만 포지션 특성상 내 외곽을 오갈 수는 없다. 더욱이 노장이 된 지금은 기동력과 활동 영역이 다소 좁아진 상태다. 지난 시즌 우승 때는 설린저가 공격, 수비, 패싱플레이 등 전 영역에서 KGC를 업그레이드시켜줬다. 감독이 할게 없다는 말이 나왔을 정도로 북치고 장구치고 다했다.
스펠맨, KGC 특급 외국인계보 이을까?
올 시즌 역시 KGC는 외국인 선수를 잘 데려온 것으로 보인다. 오마리 스펠맨(24·203㎝)과 대릴 먼로(35‧196.6cm)는 빼어난 기량, 서로 다른 플레이 스타일로 인해 전략적으로도 잘 맞는 구성이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2018년 NBA 드래프트 30순위 출신 스펠맨에 대해서는 커리어는 물론 나이까지 젊다는 점에서 ’제2의 설린저‘로 기대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스펠맨은 대학 시절부터 올라운드 빅맨으로 유명했다. 4, 5번을 넘나드는 빅맨이면서도 준수한 슈팅력과 드리블을 갖추고 있어 팀플레이를 잘했고 상황에 따라서는 스팟업 슈터 역할까지해냈다.
아쉽게도 NBA에서는 그러한 장점이 빛이 나지 못했다. NBA는 워낙에 엄청난 선수들이 많은지라 정말 대단한 올라운드 플레이어가 아니라면 사이즈, 운동능력, 주특기 등 확실한 자신만의 무기가 있어야 경쟁이 가능하다. 빅맨으로서 크지도 않고 기술적인 면에서도 상위클래스까지는 아니었던 스펠맨인지라 기존의 올라운드함은 NBA기준에서 어정쩡함으로 바뀌어버렸고 결국 제대로 경쟁력을 가져가지 못했다.
당시의 부진은 어디까지나 무대가 NBA였기 때문이다. NBA가 아닌 다른 무대에서의 스펠맨은 여전히 경쟁력이 높은 선수이며 KBL에서 역시 마찬가지다. 이를 입증하듯 KBL에서의 스펠맨은 대학 시절의 다재다능함을 다시금 선보이고 있다. 거기에 그간 여러 무대에서 다양한 경험까지 쌓았던지라 에이스로서의 위력까지 드러내고 있는 모습이다.
스펠맨은 7경기를 치른 현재 평균 17.43득점, 3어시스트, 8리바운드, 2블록슛으로 전방위로 활약중이다. 3점슛, 골밑슛, 돌파 등 내외곽을 가리지 않고 득점을 올려주고 묵직한 몸과 힘, 위치선정 능력을 앞세워 리바운드도 잘 잡아주고 있다. 패싱능력도 좋은지라 킥 아웃 패스, 아울렛 패스, 바운드 패스 등 다양한 방식으로 찬스를 봐주는 것을 비롯 타이밍과 탄력이 돋보이는 블록슛은 외국인 선수 중 최고다는 평가다.
문제는 기복이다. 아직 젊은 선수인지라 쉽게 흥분하고 그로인해 플레이까지 영향을 받고 있다. 개막전부터 펄펄 날다가 최근 2경기에서는 부진한 모습을 보이는 등 꾸준함에서 다소 아쉽다. 그러나 KGC에는 먼로가 있다. 베테랑 먼로는 아직 젊고 혈기왕성한 스펠맨을 경기장 안팎에서 잘 잡아주고 있고 상황에 따라서는 자신이 직접 나서서 팀을 위기에서 구하기도 하는 모습이다. 29일 DB전에서는 트리플더블까지 작성하며 KGC의 승리를 이끌었다.
과연 한창때 KBL 무대를 밟은 스펠맨은 제2의 설린저로 거듭나며 또다시 KGC 외인성공신화를 만들어낼 것인지, 젊은 거물 외국인 선수 행보에 팬들의 눈과 귀가 집중되고 있다.
#글 / 김종수 객원기자
#사진 / 유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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