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다" 삼성 고백 이것 때문이었나..D램 급락에 도로 6만전자

심재현 기자 2021. 10. 3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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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반도체 생산라인. /사진제공=삼성전자


"예상보다 골짜기가 깊다."

D램 고정거래가격이 1년만에 하락했다는 소식에 30일 시장에서 나오는 얘기다. 고정거래가격 하락폭이 예상 수준을 넘어서면서 2년만에 가장 많이 하락했다.

반도체 업황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면서 보름만에 다시 6만원대로 내려앉은 삼성전자 주가에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1년만에 하락…서버용 너마저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용 범용 D램(DDR4 8Gb)의 10월 평균 고정거래가격이 3.71달러로 전달보다 9.51% 하락했다. 시장에서 이 제품의 4분기 가격이 5%가량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던 것을 감안하면 낙폭이 2배에 가깝다. 연말까지 남은 두달 동안 가격이 더 떨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분위기다.

업계가 더 주목하는 것은 서버용 D램 고정거래가격이다. 서버용 D램은 PC용 D램보다 수익성이 높은 고부가제품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D램 전체 매출에서 서버용 D램 비중이 40% 안팎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서버용 D램 실적이 반도체 실적, 더 크게는 삼성전자의 실적과 직결되는 셈이다. 사양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서버용 D램 가격도 10월 들어 최대 4.38%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3월부터 전조…"끝내 겨울이 왔다"

D램 고정거래가격 하락 전조는 지난 3월말부터 있었다. 당시 PC용 D램 현물가격이 5.3달러까지 올랐다가 내리막길을 걸기 시작했다. 지난 8월 말에는 현물가격이 고정거래가격 아래로 떨어지면서 고점론을 본격적으로 부추겼다. 모간스탠리가 반도체 시장 전망을 두고 '겨울이 온다(Winter's coming)'는 제목의 보고서를 낸 게 이맘때다. 모간스탠리는 최근 '겨울이 왔다(Winter's here)'는 보고서를 다시 냈다.

메모리반도체 현물가격은 주로 중소 IT업체나 PC부품 도매상이 소량으로 거래할 때의 가격을 말한다. 거래 물량이 적어 수급 상황에 더 민감해 그동안 고정거래가격의 선행지표로 통했다. 현물가격이 2~6개월의 시차를 두고 고정거래가격 추이에 반영되는 경우가 많다. 고정거래가격은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가 애플, 구글, HP 등 글로벌 업체와 통상 분기별로 계약하는 가격이다.

재고 누적·수요 감소 겹쳐…애플도 감산
애플의 스마트폰 아이폰13 시리즈 판매가 시작된 10월8일 서울 강남구 애플 가로수길에서 고객이 아이폰13을 살펴보고 있다. /뉴스1

D램 가격 급락의 원인으로는 시장 재고 누적과 반도체 주요 고객사인 스마트폰·PC·가전 등 완제품 제조사의 수요 감소가 지목된다. 올 상반기 반도체 부족을 우려한 완제품 제조사가 물량 확보에 속도를 내면서 재고가 상당한 반면, 최근 CPU(중앙처리장치)·통신칩 등 시스템반도체 부족과 부품난이 겹치면서 완제품 제조사의 생산일정이 차질을 빚고 있다.

애플이 올해 말까지 생산할 예정이었던 아이폰13 물량을 9000만대에서 8000만대로 1000만대가량 감산하기로 한 게 대표적이다. 시장조사업체인 트렌드포스는 "PC 제조사들의 경우에도 D램 재고 수준이 높아지면서 수요가 약해진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삼성도 당혹…"가격 협상 어려워졌다"

급격한 상황 변화에 메모리반도체 제조사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기색이다. 삼성전자가 지난 28일 진행한 3분기 실적 설명회(콘퍼런스콜)에서 유독 불확실성을 토로했던 것을 두고도 이런 사정 때문이었다는 분석이 뒤늦게 나온다. 삼성전자는 이날 메모리반도체 업황 전망은 물론, 연말까지 두달 동안의 시설투자 계획도 공개하지 못했다.

한진만 삼성전자 메모리 전략마케팅실장(부사장)은 실적 설명회에서 "코로나19 일상 회복, 부품수급, 원자재 가격 상승 등 변수가 너무 많다"며 "고객사마다 메모리반도체 시황 전망에 대한 시각차가 존재해 가격 협상 난도가 높아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10월 들어 글로벌 고객사와의 공급가격 협상이 힘들어지면서 여건이 만만치 않다는 점을 에둘러 밝혔던 것이라는 해석이다.

주가 충격 얼마나…"겨울 짧을 것" 반론도

시장의 관심은 향후 추이로 향한다. 당장 연말까지 남은 기간 동안 가격이 더 떨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가 나온다. 트렌드포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내년 중반까지 가격 하향세가 이어질 것"이라며 "내년 평균 가격이 올해보다 15∼20% 낮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10월 고정거래가격 낙폭이 시장 예상 수준을 넘어서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 우려도 커지는 분위기다. 삼성전자는 지난 29일 6만9800원에 마감하면서 지난 14일(6만9400원) 이후 보름만에 다시 '6만전자'로 내려앉았다. SK하이닉스는 10만3000원으로 거래를 마치면서 '10만닉스' 유지가 위태로운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앞으로 메모리 수요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반도체 겨울'이 짧고 무난하게 지나갈 것이라는 긍정론도 나온다. 한진만 삼성전자 부사장은 "과거보다 메모리 사이클의 주기나 변동 폭이 줄고 삼성전자의 재고 수준도 낮아 크게 우려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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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현 기자 urm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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