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인사대천명 그리고 죽기 살기로' LG 역사상 첫 번째 기적까지 한걸음

윤세호 2021. 10. 30.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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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선수들이 지난 26일 대전 한화전에서 승리한 후 하이파이브하고 있다. 대전 | 연합뉴스
[스포츠서울 | 윤세호기자] 결국 마지막까지 왔다. 자력으로 대업을 이룰 수는 없지만 가능성은 열려있고 그 가능성까지 한 걸음만 남았다. LG가 27년 만에 정규시즌 우승, 혹은 7년 만에 페넌트레이스 2위를 향해 부산에서 최종 승부에 임한다.
지난주 6경기에서 3무 3패를 기록할 때까지만 해도 3위로 끝나는 것 같았다. LG 류지현 감독 또한 이번주 대전 원정 3연전에서 순위가 확정될 경우를 대비해 두 가지 시나리오를 짰다.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갈 기회가 있다면 부산에서도 총력전을 펼치지만 3위로 순위가 결정되면 준플레이오프를 대비해 주축 선수들에게 휴식을 주기로 했다. 이를 고려해 지난 25일 잠실 롯데전에 등판한 에이스 케이시 켈리를 엔트리에서 제외하지 않았다. 정규시즌 최종전까지 순위경쟁은 이어졌고 켈리는 30일 144번째 경기에 선발 등판한다.

◆WIN NOW(윈나우), 그리고 盡人事待天命(진인사대천명)
LG는 올해 그 어느 때보다 정상을 향한 의지를 강력하게 드러냈다. 디지털 팬북 표지부터 윈나우를 표명했고 프런트 오피스도 이에 걸맞는 행보를 보였다. 정규시즌 개막에 앞서 토종 선발진 컨디션이 제대로 올라오지 않자 트레이드를 통해 함덕주를 영입했다. 브레이크 기간에는 2루 포지션을 보강하기 위해 서건창을 트레이드로 데려왔다.

두 차례 굵직한 트레이드 외에도 로베트로 라모스 대체자로 저스틴보어 영입, 그리고 시즌 종료까지 43경기를 앞두고 단행한 1·2군 코칭스태프 교체까지 부단히 애를 쓰는 모습이었다. 차명석 단장은 “진인사대천명 아니겠나.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하늘 만이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냥 원하는 대로 결과가 나오지는 않았다. 함덕주는 사실상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 채 팔꿈치 수술 진단을 받고 시즌아웃됐다. 서건창은 당초 기대했던 리그 정상급 2루수의 모습과는 거리가 있다. 보어는 오래만에 구단 외국인선수 흑역사에 한 페이지를 더했다. 코칭스태프 교체도 대단한 반전을 가져오지는 못했다.

그래도 팀이 무너지지 않았다. 외국인투수 앤드류 수아레즈의 부상 이탈로 힘든 9월을 보냈으나 근근이 버텼다. 순위표 최상단에 자리한 삼성과 KT도 정규시즌 막바지 고전하면서 역사상 최초로 1위부터 3위가 페넌트레이스 결승점에서 결정된다.

◆“끝까지 죽기 살기로 하겠습니다.”
주장 김현수는 지난 29일 사직 롯데전에서 승리한 후 방송사 인터뷰에서 정규시즌 마지막 승부에 임하는 각오를 밝혔다. 김현수의 말대로 LG는 연일 총력전을 펼치면서도 무너지지 않았다. 시즌 내내 마운드는 굳건했고 리드오프 홍창기는 출루했다. 홍창기 외에 해결사는 김현수와 채은성 정도지만 야수들 대부분이 단단한 수비를 펼치며 최소실점 경기에 힘을 보탠다.
LG 김현수가 지난 7일 광주 KIA전에서 적시타를 치고 세리머니하고 있다. 광주 | 연합뉴스
정상 컨디션인 선수는 없다. 모두가 이런저런 부상을 감수하고 체력도 바닥인 상태로 그라운드에 선다. 김현수부터 늘 솔선수범하면서 팀 전체에 쉽게 끊어지지 않는 단결력이 생겼다. 경기에서 지거나 아쉽게 무승부에 그쳐도 어떻게든 일어난다. 그러면서 최종전까지 승부를 끌고 왔다. 3위로 시즌을 마쳐도 2013년 이후 가장 높은 곳에서 포스트시즌을 맞이하지만 여기까지 온 이상 누구도 3위에 만족하지 못한다.

◆“늘 1위를 꿈꾼다” 144번째 경기 나서는 빅게임 피처 켈리
LG 선발투수 케이시 켈리가 지난 8일 광주 KIA전에서 투구하고 있다. 광주 | 연합뉴스
켈리는 참 많은 것을 포기하고 마운드에 서는 외국인선수다. 보통의 외국인선수와 다르게 정상 등극을 위해 둘째 아이가 태어나는 순간을 포기했다. 올시즌에 앞서 3년째 계약을 체결할 때도 1년차보다 2년차 때 고전했다며 연봉삭감에 동의했다. 갑자기 태평양을 건너거나 삭감된 연봉을 거부하며 팀과 결별하는 외국인선수들과는 여러모로 다르다.

마운드 위에서의 모습 또한 더할나위없다. 가장 중요한 시기 더 밝게 빛난다. 전반기보다 후반기에 강하며 후반기보다 포스트시즌에 더 강하다. 켈리는 지난 2년 동안 등판한 포스트시즌 3경기에서 평균자책점 2.29를 기록했다. 그리고 LG는 켈리가 선발 등판한 포스트시즌 3경기를 모두 승리했다. “나는 늘 1위를 꿈꾼다. 우리가 1위에 오르는 순간까지 내 모든 것을 쏟아부을 것”이라는 다짐을 마운드 위에서 투구로 증명한다.

켈리는 포스트시즌 만큼 중요한 144번째 경기에 나선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지만 켈리 만한 카드도 없다. 켈리는 지난 20일 잠실 키움전 이후 25일 잠실 롯데전, 그리고 30일 사직 롯데전까지 4일만 쉬고 마운드에 선다. 만일 LG가 3위에 그친다면 또다시 4일만 쉬고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 나올지도 모른다.

현재 켈리와 LG 선수단의 머릿속에는 정상만 자리하고 있다. 3위 LG가 30일 사직 롯데전에서 승리하고 KT가 문학 SSG전, 삼성이 창원 NC전에서 패하면 LG가 정상에 오른다. KT와 삼성이 무승부를 기록해도 LG가 이기면 역대 최초로 3위팀이 마지막날 1위에 오르게 된다. LG가 롯데와 무승부, KT와 삼성이 패해도 LG가 1위로 올라선다. 새로운 기적까지 마지막 한걸음에 하늘이 응답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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