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왜..자민당 총재가 계속 총리를 하는 걸까요[dot보기]

송지유 기자 2021. 10. 30. 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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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연임한 아베 이어 스가, 기시다 모두 자민당 총재..1955년 창당 이후 2차례 빼고 줄곧 다수당으로 집권

[편집자주] '점(dot)'처럼 작더라도 의미 있는 나라밖 소식에 '돋보기'를 대봅니다

일본 전·현직 총리들. 아베 신조(왼쪽)와 스가 요시히데(오른쪽 위), 기시다 후미오(오른쪽 아래)/사진=AFP통신, AP통신

'아베 신조→아베 신조→아베 신조→스가 요시히데→기시다 후미오.' 일본은 다수 정당이 있는 엄연한 의회 민주주의 국가인데 왜 집권당이 바뀌지 않고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이 총리를 독점하는 걸까. 각종 비리로 얼룩진 아베 전 총리가 스스로 사임한 이후에도 막강한 정치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배경은 뭘까.

"경제살렸다" 콘크리트 지지…극우부터 진보까지 '국회의원 종합쇼핑몰'
일본 집권당인 자민당의 주요 파벌/그래픽=블룸버그
대통령제인 한국과 정치 구조나 관행이 확연히 다른 일본의 의원내각제는 자민당의 역사라고 해도 무방하다. 자민당은 1955년 창당 이후 단 2차례(1993년·2009년 총선)를 제외하고 모두 최다 의석을 차지하며 집권해 왔다. 자민당 창당에는 미국도 관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이 사회주의 세력에 편입될 것을 우려한 미 중앙정보국(CIA)이 경쟁 구도에 있던 보수파들에게 합칠 것을 권유하며 수년간 자금을 지원했다는 것이다. 자민당이 본격 집권했던 1960~1970년대 일본이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루면서 국민들의 지지가 굳어졌다. 특히 중·장년층에겐 '자민당이 하면 잘 먹고, 잘 산다'는 뿌리 깊은 신념이 박혀 있다.

66년을 이어오면서 자연스럽게 다양한 성향의 소속 의원들이 모였다는 것도 자민당의 경쟁력이다. 극우부터 중도까지 넓은 스펙트럼의 의원들을 보유하고 있어 선거에서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유권자들이 특정 인물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는 분위기면 다른 성향의 후보를 내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당 내 복잡한 파벌은 자민당의 단점이자 장점으로 꼽히는데 언제든지 다양한 후보를 뽑아 쓸 수 있다는 점에선 단연 이점이다. 자민당 내 주요 파벌로는 △호소다파(97명) △아소파(53명) △다케시타파(52명) △니카이파(47명) △기시다파(46명) △이시바파(17명) △이시하라파(10명) 등이 있다. 아베가 총리에서 사임한 뒤에도 굳건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도 자민당 내 최대 파벌인 호소다파를 이끌고 있어서다.

지난달 29일 치러진 일본 자민당 총재 선거에 나왔던 후보들. 왼쪽부터 고노 다로 전 행정개혁담당상(현 홍보본부장), 기시다 후미오 자민당 전 정무조사회장(현 총리), 다카이치 사나에 전 총무상(현 정무조사회장), 노다 세이코 자민당 간사장 대행. /사진=AFP통신

지난달 29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 역시 후보들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총재 선거 후보로 나왔던 무파벌인 다카이치 사나에 자민당 정무조사회장은 극우 성향으로 호소다파의 적극 지지를 받았다. 반면 노다 세이코 자민당 간사장 대행의 경우 동성애자 결혼 등에 찬성하는 등 자민당 내에서 진보 성향 인물로 분류된다.

고노 다로 자민당 홍보본부장은 '개혁의 아이콘'으로 불리며 보수당에 염증을 느끼는 젊은층의 절대적 지지를 받았지만, 당내 세력 다툼에서 밀려 낙마했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의 경우 파벌 규모가 작지만 분배를 강조하는 중도 온건파라는 점이 부각돼 자민당 총재로 당선될 수 있었다.

일본 와세다대 미에코 나카바야시 사회과학대학 교수는 자민당을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에 비유하기도 했다. 미에코 교수는 "일본의 유권자들은 다른 후보를 선택하려고 야당으로 갈아탈 필요가 없다"며 "자민당 내에서도 얼마든지 취향에 맞는 후보를 찾아낼 수 있다"고 말했다.
유권자 결집 파워 약한 야당…뿔뿔이 쪼개져 구심점마저 잃어
지난 4일 기시다 후미오 자민당 총재가 의회 의결을 거쳐 100대 일본 총리에 올랐다. /사진=AFP통신
국민들을 결집하지 못하는 약한 야당도 자민당의 장기 집권 배경이다. 일본은 헌법상 양원 체제인데 영국의 하원 격인 중의원의 경우 전체 의석인 465석 가운데 자민당이 276석으로 단독 과반을 차지하고 있다. 기시다 자민당 총재가 당선되자 마자 일본 신임 총리로 불릴 수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일본 총리가 되려면 의회에서 표결 절차를 거처야 하는데 자민당은 중의원 과반 이상이고, 상원격인 참의원(107석)에서도 연립정부(연정)를 꾸린 '공명당'과 합하면 이 또한 과반이 넘는다. 총리 임명에 아무런 걸림돌이 없었던 것이다.

일본 의회에는 입헌민주당·일본유신회·일본공산당·국민민주당·레이와신센구미·사회민주당·NHK당 등 총 7개 야당이 있다. 이 중 제1 야당인 입헌민주당의 중의원은 110석에 불과하다. 일본공산당과 일본유신회는 각각 12석, 10석이다. 나머지 당은 10석 미만의 소수당이다.

일본의 의회는 영국의 하원 격인 중의원과 상원 격인 참의원으로 구성된 양원 체제다. 사진은 중의원들이 의회에 모여 있는 모습. /사진=AFP

과거 일본의 대표 야당이었던 민주당은 지난 2009년 8월 중의원 총선에서 480석 중 308석을 획득하며 자민당 독주 체제를 깨며 일본 정치 판도를 뒤집은 적이 있다. 하지만 내각 운영 경험이 절대 부족한 민주당은 중요한 정책 결정에서 잇따라 실수를 범해 금세 국민 지지를 잃었다. 집권 8개월 만에 내각 지지율이 20%대로 추락하는 불명예 기록을 썼다. 특히 정부 재정을 동원해 무상복지를 늘리는 경제정책을 앞세워 집권당이 됐는데, 재정이 고갈되자 소비세를 올려 강한 조세 저항을 불렀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국민들이 민주당에 등을 돌린 결정적인 한 방이 됐다. 원전사고에 이어 쓰나미와 지진이 일본을 강타했는데 당시 간 나오토 내각은 대형 재난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여론을 불러 일으켰다. 민주당은 그 이후로 이미지 회복에 실패해 2016년 결국 해산했다. 미국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의 동아시아정책연구센터는 "일본의 야당이 잠깐 집권했던 시기에 커다란 흉터를 남겼다"는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옛 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유신회와 손 잡고 민진당을 창당했는데, 이들 중 자유주의 인사들이 2017년 따로 나와 신당을 창당했다. 이것이 현재의 입헌민주당이다. 제1 야당의 역사가 4년에 불과한 셈이다. 민주당의 해산 이후 야당이 쪼개지면서 여당에 실망한 유권자들을 끌어모을 구심점이 사라졌다는 해석도 있다.

제3당인 공명당과의 안정적 연정…정권 교체에 무관심한 국민들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지난 2014년 자민당 당사 앞에서 선거 승리를 외치고 있다. /사진=AFP
1999년 공명당과의 연정도 자민당의 장기집권 요인으로 꼽힌다. 공명당은 1964년 종교단체(불교)인 창가학회가 정치활동을 목적으로 세운 정당이다. 의석수는 중의원 29석, 참의원 28석으로 자민당과 입헌민주당에 이어 3번째로 큰 정당이다. 일본은 소선거구제와 구속명부식 비례대표제로 의원을 뽑는데 자민당과 공명당이 서로 이득을 볼 수 있는 지역을 나누는 방식으로 표를 교환하고 있다. 어떤 선거구에서는 당선자 1명을 뽑고, 어떤 지역에서는 후보 정당에 투표하는데 양당이 상의해 이를 적절히 배분하는 것이다.

국민들의 정치 무관심도 자민당의 장기 집권에 한 몫 했다. 자민당에 대한 불만이 많지만 정작 투표에 참여하지 않아 좀처럼 정권 교체가 이뤄지지 않는다. 총선 투표율이 69%였던 2009년 자민당은 민주당에 집권당 자리를 내줘야 했다. 자민당이 다시 내각을 차지한 2012년에는 투표율이 60% 아래로 떨어졌다.

한국과 달리 국민들이 투표 자체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는 해석도 있다. 한국의 경우 지난 2017년 5월 대통령 선거 투표율이 77.2%, 2020년 국회의원 선거 투표율은 66.2%였다.

일본 국민들이 지난달 29일 신문에 실린 자민당 총재 선거 결과를 읽고 있다. /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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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지유 기자 cli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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