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박 느슨한 맨유, 호날두 최전방에 세워도 괜찮은 걸까? [한만성의 축구멘터리]

한만성 2021. 10. 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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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비 관여도 지나치게 저조한 호날두 최전방에 세운 맨유, 이대로 간다면 올 시즌 결말 벌써 우려된다

[골닷컴] 한만성 기자 = 올레 군나르 솔샤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 감독은 작년 12월 홈에서 파리 생제르맹(PSG)에 1-3 완패를 당한 후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 '팀 문화'를 쇄신하겠다고 다짐하며 강도 높은 '압박'을 최우선으로 개선해야 할 점으로 지목했다. 당시 솔샤르 감독은 "압박은 전술적 틀과 체력이 수반돼야 효과적으로 이뤄지지만, 선수 개개인의 태도도 중요하다. 우리 선수들의 우수한 개인 기량을 고려할 때, 우리가 조직적인 압박까지 하게 된다면 이는 맨유의 팀 문화가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뜻일 것"이라고 말했다.

약 1년 전 열린 이 경기에서 맨유는 PSG를 상대로 총 압박 횟수 167회, 파이널 서드에서는 압박 48회를 시도하며 전방에서부터 적극적으로 상대와 경합했다. 맨유는 지난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에서 경기당 평균 총 압박 132.7회, 파이널 서드 안 압박 35.3회를 기록했다. 즉, 맨유는 이날 PSG를 상대로는 평소보다 훨씬 더 강도 높은 전방위적 압박을 가했다. 단, 맨유는 PSG와 69분경까지 1-1로 팽팽히 맞섰으나 맞섰으나 이후 마르퀴뇨스와 네이마르에게 연속골을 허용하며 두 골 차 패배를 당했다. 솔샤르 감독은 앞서 설명한대로 당시 PSG를 상대로 평소보다 강도 높은 축구를 구사하고도 '불과 이 정도 압박'으로는 맨유가 유럽 무대에서 경쟁력 있는 모습을 보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후 지난 시즌을 프리미어 리그 2위로 마친 맨유는 여름 이적시장에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6)를 영입했다. 솔샤르 감독은 호날두를 과거 그가 맡은 왼쪽 측면 공격수 자리가 아닌 최전방 공격수로 낙점했다. 누구보다 화려한 우승 경험과 개인 기록의 소유자 호날두는 지난 시즌 프리미어 리그 준우승을 차지하며 우승후보로 올라설 가능성을 보여준 맨유의 전력에 방점을 찍어줄 '마지막 퍼즐 조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실제로 맨유는 호날두 영입 후 잦은 슈팅으로 상대 골문을 저격하는 빈도가 눈에 띄게 늘어났다.

맨유 시즌별 슈팅 횟수
(프리미어 리그 90분당 평균 기준)

2017/18 - 13.5회
2018/19 - 13.8회
2019/20 - 14.3회
2020/21 - 13.8회
2021/22 - 16.7회*

맨유 시즌별 세트피스 슈팅 횟수
(프리미어 리그 90분당 평균 기준)

2017/18 - 2.8회
2018/19 - 3.6회
2019/20 - 3.0회
2020/21 - 3.6회
2021/22 - 4.2회*

*9라운드 종료 후

일단 맨유의 호날두 영입은 눈에 띄는 슈팅수 상승이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특히 맨유는 호날두를 영입한 후 세트피스 공격 시 공중볼에 강한 그의 존재감 덕분에 데드볼 상황에서 상대 골문을 위협하는 횟수가 최근 다섯 시즌을 기준으로는 처음으로 경기당 평균 4회를 넘어섰다. 맨유는 올 시즌 현재 유효슈팅 횟수도 경기당 평균 5.8회로 리버풀(7.7회), 맨시티(6회)에 이어 프리미어 리그에서 세 번째로 높다. '슈팅량'으로만 따지면 맨유는 프리미어 리그에서 어느 팀 못지않게 상대 골문을 꾸준하게 공략 중인 셈이다.

그러나 단순한 슈팅수 증가가 꼭 득점 기회의 질적 향상을 뜻하지는 않는다. 슈팅 빈도가 늘어난 현상이 득점할 기회가 많아졌다는 뜻은 아니기 때문이다. 올 시즌 맨유는 경기당 슈팅을 지난 시즌보다 약 3회씩 더 시도 중이지만, 정작 득점은 지난 시즌과 비교하면 소폭 하락했다. 맨유의 올 시즌 90분당 평균 기대 득점도 1.52골로 근소한 차이로 지난 시즌(1.58골)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슈팅수는 경기당 3회씩 늘어나는 와중에 기대 득점은 오히려 하락했다는 건, 그만큼 맨유가 득점 기회 창출보다는 단순히 슈팅 자체가 많아졌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맨유 시즌별 90분당 평균 득점
(프리미어 리그 기록)

2017/18 - 1.7골
2018/19 - 1.7골
2019/20 - 1.7골
2020/21 - 1.9골
2021/22 - 1.7골*

맨유 시즌별 90분당 평균 유효슈팅
(프리미어 리그 기록 기준)

2017/18 - 4.7회
2018/19 - 5.9회
2019/20 - 5.7회
2020/21 - 5.6회
2021/22 - 5.8회*

*9라운드 종료 후

# 호날두의 존재는 과거 벤제마마저 '살림꾼'으로 만들었다

호날두는 12년 만에 맨유로 복귀한 후 컵대회 포함 9경기 6골로 적응기도 없이 특유의 폭발적인 득점력을 발휘하고 있다. 그러나 위에 나열한 기록이 보여준대로 올 시즌 그가 펼치는 활약은 자신이 쌓아온 뛰어난 개인 기록의 연장선상이 되고는 있으나 팀의 전반적인 전력 향상으로 이어졌는지에는 여전히 의문 부호가 붙어 있다. 단, 호날두를 영입한 후 맨유가 직면한 더 큰 문제는 약 1년 전부터 솔샤르 감독이 언급한 팀의 압박 강도다. 맨유는 최근 나선 프리미어 리그 두 경기에서 레스터 시티에 2-4 패배, 리버풀에는 홈에서 치욕스러운 0-5 참패를 당했다. 리버풀전 전후로 주춤한 맨유의 경기력을 두고 가장 큰 화두로 떠오른 건 결여된 압박 강도다.

압박의 정의는 단순히 촘촘한 대형을 구축해 상대 공격을 제어하는 수비 방식이 아니다. 압박이란 상대가 자기 골문을 위협할 만한 위험 지역을 향해 전진하지 못하도록 조직적으로 덫을 친 후 정해놓은 구역에서 실수를 유발해 볼을 빼앗는 수비 방식이다. 맨유가 효과적인 압박을 펼치려면 최전방에 배치된 호날두의 적극적인 압박은 선택이 아닌 필수 조건이다. 현대 축구에서 최전방 공격수의 적극적인 압박은 팀의 수비를 시작하는 1차 방어막이다. 전방에서 수비를 시작해주는 스트라이커는 '레퍼런스 포인트(reference point, 기준점)'라고 불리곤 하는데, 이는 최전방 공격수가 상대의 후방 빌드업을 어느 방향으로 몰아주느냐에 따라 뒤에서 수비를 펼치는 동료들이 이에 적합한 대형을 구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올 시즌 프리미어 리그 공격수 압박 횟수 '워스트 5'
(90분당 평균, 9라운드 종료 후 기록 기준)

9.2회 - 메이슨 그린우드(맨유)
8.8회 - 크리스티안 벤테케(크리스탈 팰리스)
6.5회 - 알랭 상-막시맹(뉴캐슬)
6.3회 - 로멜루 루카쿠(첼시)
4.2회 -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맨유)

그러나 이처럼 호날두는 올 시즌 현재 프리미어 리그에서 300분 이상 활약한 공격수 중 압박 시도가 가장 적은 선수다. 애초에 90분당 압박 4.2회는 사실상 해당 선수의 수비적 관여도가 전무한 수준으로 볼 수 있는데, 호날두는 최전방 공격수로 뛰면서도 파이널 서드에서 시도한 압박 횟수가 1.4회에 불과하다. 호날두의 압박 시도는 맨유가 연이어 대량 실점을 헌납하며 실망스럽게 패한 레스터전에서 8회, 리버풀전에서 6회에 그쳤다. 그의 파이널 서드 안 압박 시도는 레스터전 3회, 리버풀전 2회뿐이었다.

반면 호날두를 전방에 배치한 맨유를 상대한 레스터의 최전방 공격수 제이미 바디는 총 압박 28회, 파이널 서드 안 압박 17회를 기록했다. 리버풀의 최전방 공격수 호베르투 피르미누는 맨유전에서 76분만 뛰고도 총 압박 22회, 파이널 서드 안 압박 10회로 반대편에 선 호날두와 달리 공수 상황을 가리지 않고 쉴 새 없이 뛰었다. 호날두는 과거 레알 마드리드, 유벤투스에서도 적극적인 압박 빈도를 기록한 공격수는 아니었으나 당시 그는 대다수 경기에서 1차 방어막 역할을 해줘야 할 부담에서 벗어나 체력을 안배할 시간적 여유가 주어지는 왼쪽 측면에서 활약했다. 레알 최전방 공격수 카림 벤제마가 호날두의 조력자 역할을 수행하며 궂은일을 해준 2017/18 시즌이 그가 최근 다섯 시즌을 기준으로 가장 많은 압박을 시도한 시기였다는 점이 이를 증명한다.

벤제마 시즌별 압박 시도 / 성공 횟수
(스페인 라 리가 90분당 평균 기록 기준)

2017/18 - 16.7회 / 8.4회
2018/19 - 13.5회 / 7.2회
2019/20 - 9.10회 / 4.6회
2020/21 - 7.60회 / 3.9회
2021/22 - 9.10회 / 5.7회*

*라 리가 10라운드 종료 후

지난 시즌 46경기 30골 9도움, 올 시즌 현재 13경기 11골 8도움으로 발롱도르 후보로 떠오른 벤제마도 호날두와 함께 뛴 2017/18 시즌에는 '살림꾼' 역할을 맡아야 했다.

# 호날두의 압박 빈도, 메시와 비교해도 한참 떨어진다

호날두는 맨유 이적 후 측면이 아닌 최전방 공격수로 활약하게 된 만큼, 예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팀 수비에 관여해야 한다. 그러나 올 시즌 현재 호날두는 레알, 유벤투스 시절과 비교해 오히려 압박 빈도가 현저히 떨어진 상태다. 수비 상황에서 1차적으로 방어막 역할을 해줘야 할 호날두가 팀 수비 대형의 꼭지점 역할을 맡아주지 않으면, 이에 따른 수비적 부담은 고스란히 맨유의 중원진이 떠안아야 한다. 이에 대해 맨유의 레전드이자 '스카이 스포츠' 해설위원 게리 네빌마저 최근 "2선에 배치된 선수가 브루노 페르난데스, 메이슨 그린우드, 폴 포그바라면, 최전방에 호날두를 세웠다가는 상대 역습에 수비 대형이 잘려나갈 것이며 맨유는 절대 리그 우승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쉽게 말해 맨유를 상대하는 팀은 호날두의 압박이 느슨한 1차 수비라인을 쉽게 통과할수록 수월하게 중앙 지역을 통해 하프라인을 넘어선 뒤, 공격 템포를 끌어 올린 상태로 파이널 서드 진입을 노릴 수 있다. 이는 가뜩이나 수비형 미드필더의 부재로 헐거워진 맨유의 중원진과 최종 수비라인이 감당하기 어려운 부담이다. 네빌은 "나는 호날두의 모든 면을 사랑한다. 그를 지금보다 더 사랑할 수 없을 정도다. 그러나 맨유는 호날두의 약점을 보완해줄 방법을 찾아야만 한다. 호날두는 10~15년 전에도 압박을 하지 않았다. 그를 최전방 공격수로 쓴다면 맨유는 절대 '압박 축구'를 구사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단, 호날두의 올 시즌 압박 빈도는 10~15년이 아닌 5년 전과 비교해도 눈에 띄게 떨어졌다.

호날두 시즌별 압박 시도 횟수
(리그 경기 90분당 평균)

2017/18 - 8.8회(레알)
2018/19 - 9.4회(유베)
2019/20 - 7.6회(유베)
2020/21 - 7.2회(유베)
2021/22 - 4.2회(맨유)*

*9라운드 종료 후

호날두는 리버풀전에 앞서 가진 '스카이 스포츠'와의 인터뷰 도중 자신이 압박을 하지 않는다는 지적에 대해 질문을 받자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나는 팀이 수비 상황에서 언제 나를 필요로 하는지 이미 알고 있다. 그러나 이 구단에서 나의 역할은 승리하는 것, 팀이 이길 수 있도록 돕는 것, 그리고 골을 넣는 것이다. 수비적인 부분은 내가 맡은 역할의 일부다. 이제 나는 36세다. 모든 대회에서 우승을 경험해봤으며 누군가 나에 대해 부정적인 말을 해도 밤에 편안히 잠들 수 있다. 나는 사람들의 입을 다물게 하며 승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호날두의 압박 빈도는 유럽 5대 리그를 통틀어 정상급 반열에 오른 타 팀 최전방 공격수와 비교해도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심지어 지난 시즌 유럽에서 가장 많은 득점을 기록한 선수에게 주어진 골든슈의 주인공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33)도 호날두와 비교하면 두 배가 더 많은 압박을 시도 중이다. 레반도프스키는 전방 압박 기록도 90분당 5.8회로 호날두(1.4회)보다는 눈에 띄게 높다.

유럽 5대 리그 주요 최전방 공격수 압박 / 파이널 서드 안 압박
(2021/22 시즌 기록 기준, 2021년 10월 29일 현재)

21.8회 / 9.3회 - 피르미누(리버풀)
13.5회 / 9.1회 - 홀란드(도르트문트)
12.4회 / 7.5회 - 케인(토트넘)
9.1회 / 5.7회 - 벤제마(레알)
8.5회 / 5.8회 - 레반도프스키(바이에른)
6.5회 / 4.1회 - 수아레스(아틀레티코)
6.3회 / 3.1회 - 루카쿠(첼시)
4.2회 / 1.4회 - 호날두(맨유)

물론 수비적 관여가 저조하면서도 빼어난 기량을 선보이며 최정상급 선수로 평가받는 선수는 호날두뿐만이 아니다. 그의 라이벌로 꼽히는 리오넬 메시(34) 또한 활동량과 수비 가담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끊임없이 받는다. 그러나 메시조차도 올 시즌 소속팀 파리 생제르맹(PSG)에서 활약하며 프랑스 리그1에서 90분당 평균 압박이 10.3회로 호날두의 두 배가 넘는 압박 빈도를 기록 중이다. 솔샤르 감독은 맨유가 지난 21일 아탈란타를 3-2로 꺾은 후 'BT 스포트'와의 인터뷰에서 극적인 결승골을 터뜨린 주인공 호날두에 대해 "여전히 그의 근면함과 활동량을 의심하는 사람이 있다면 오늘 경기를 보면 된다. 그가 잦은 압박으로 라인을 리딩해준 모습에 매우, 매우 만족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호날두는 아탈란타전에서 총 압박 7회, 파이널 서드 안 압박 4회로 이날 그의 수비적 관여도는 올 시즌 평균치보다 높았을 뿐 여전히 저조했다. 호날두가 올 시즌 실질적으로 상대 선수로부터 볼을 빼앗은 횟수는 최근 네 시즌 중 올 시즌이 가장 낮다.

호날두 시즌별 태클 + 가로채기 합계
(리그 경기 90분당 평균)

2018/19 - 0.6회(유베)
2019/20 - 0.6회(유베)
2020/21 - 0.5회(유베)
2021/22 - 0.3회(맨유)*

*9라운드 종료 후

# 호날두의 저조한 수비 가담이 맨유 팀 수비에 미치는 영향

맨유는 상대가 호날두의 압박이 느슨한 점을 파고들며 후방에서 수비수가 볼을 몰고 전진하거나 중앙 지역으로 패스를 연결하면, 미드필드에 배치된 선수 중 최소 한 명이 자리를 비우고 한칸 올라서며 상대의 공격 작업을 지연시켜야 한다. 이는 맨유의 미드필드 라인과 수비라인 사이의 간격이 벌어지는 결과로 이어진다. 올 시즌 프리미어 리그 우승후보로 꼽히는 팀을 보면 맨시티는 로드리, 첼시는 은골로 캉테, 리버풀은 파비뉴 등 중원에서 볼을 탈취하는 능력이 빼어난 미드필더를 최소 한 명씩은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맨유는 수년째 미드필드 뒷편, 즉 수비라인 앞 공간에서 안전망 역할을 해줄 수비형 미드필더가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맨유의 이러한 약점은 전방에서마저 압박이 느슨해지자 더 쉽게 노출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맨유의 압박 강도 역시 지난 시즌과 비교해 떨어졌다. 맨유는 수비 동작(태클 시도, 가로채기, 공중볼 경합 등) 1회당 상대의 패스 연결 횟수를 뜻하는 압박 강도 기록(PPDA)이 지난 시즌 10.9회에서 올 시즌 12.1회로 올라섰다. 이는 맨유를 만나는 상대가 지난 시즌보다 자유롭게 공격을 전개하며 패스 시퀀스를 더 길게 이어가고 있다는 뜻이다. 더욱이 맨유가 전방(파이널 서드)에서 압박을 시도하는 횟수는 지난 다섯 시즌을 기준으로 올 시즌이 단연 최저치다. 맨유의 전방 압박 횟수는 지난 시즌 35.3회로 프리미어 리그 5위에 해당하는 상위권이었지만, 호날두가 합류한 올 시즌에는 27.2회로 하락하며 리그 18위로 주저앉았다.

맨유 시즌별 파이널 서드 안 압박 시도 횟수
(프리미어 리그 기록 기준)

2017/18 - 33.3회
2018/19 - 31.9회
2019/20 - 35.8회
2020/21 - 35.3회
2021/22 - 27.2회*

*9라운드 종료 후

네빌은 맨유의 압박이 헐거워진 이유는 특정 선수 개인의 잘못이 아닌 팀 전술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스카이 스포츠'를 통해 "현재 맨유는 선수들이 걸어다니거나 볼에서 가장 가까운 선수 한 명이 혼자 압박을 시도하고 있다. 이는 팀 압박을 향상시키기 위한 노력이 팀 훈련에 적용되지 않았다는 뜻일 수 있다. 만약 팀 훈련에서 이런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면, 선수들이 이를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했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이 또한 일리가 있는 지적이다. 맨유의 경기당 평균 총 압박 횟수는 지난 시즌 132.7회에서 올 시즌 115회로 크게 줄었다. 맨유는 파이널 서드뿐만이 아닌 미들 서드(중앙 지역)에서도 압박 횟수가 지난 시즌 56.9회에서 올 시즌 55.7회로 소폭 감소했다.

이를 두고 네빌은 과거 호날두의 수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맨유의 선수 구성 자체를 그에게 맞춰준 사례를 예로 들었다. 그는 "우리(맨유)가 바르셀로나를 챔피언스 리그 4강에서 꺾은 2008년을 기억해보자. 당시 캄프 누 원정에서 호날두는 혼자 최전방에 배치됐으며 웨인 루니와 박지성이 측면, 카를로스 테베스가 처진 공격수 자리에서 수비 시 촘촘한 대형을 만들어 강도 높은 압박을 가했다. 빅매치에서는 수비 상황에서 호날두를 신뢰할 수 없었다. 그는 근면함이 충분한 선수는 아니었다(he doesn’t work hard enough)"고 설명했다. 실제로 올 시즌 프리미어 리그의 모든 필드 플레이어를 통틀어 압박 횟수가 가장 적은 다섯 명 중 유일한 공격수가 호날두다.

올 시즌 프리미어 리그 압박 횟수 '워스트 5'
(골키퍼 제외, 90분당 평균 9라운드 종료 후 기준)

4.2회 - FW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맨유)
4.2회 - DF 에릭 다이어(토트넘)
4.0회 - DF 요아힘 안데르센(크리스탈 팰리스)
3.7회 - DF 빅토르 린델뢰프(맨유)
2.5회 - DF 버질 반 다이크(리버풀)

위에 나열한 올 시즌 현재 기록에서도 드러났듯이 로멜루 루카쿠도 강도 높은 압박을 성실하게 해주는 최전방 공격수와는 거리가 멀다. 앙토니 마샬은 맨유에서 일찌감치 '게으르다'는 낙인이 찍힌 공격수다. 올해 만 34세가 된 에딘손 카바니는 호날두 못지않은 노장이다. 그러나 맨유는 이 세 명이 연이어 대다수 경기에서 주전 최전방 공격수로 활약한 지난 3~4년간 앞선에서 더 적극적인 압박을 펼치며 상대의 공격 작업을 사전에 방해해놓는 빈도가 올 시즌보다 높았다.

여기에 올 시즌 맨유의 2선에 배치된 포그바, 페르난데스, 그린우드는 각자 공격적으로는 날카로운 무기를 보유하고 있으나 과거의 박지성, 루니, 테베스처럼 수비적으로 호날두의 부족한 압박 강도를 채워주며 '2인분'의 몫을 해줄 만한 '살림꾼'이 아니다. 맨유가 야심 차게 영입한 2선 공격수 제이든 산초는 지난 시즌까지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에서 조직적인 전방 압박을 하는 데 익숙해진 선수였다. 그러나 그는 맨유로 이적한 후 팀의 전방 압박이 조직적이지도, 중원을 틀어막는 블록이 촘촘하지도 않다 보니 이도저도 아닌 팀 컨셉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맨유 시즌별 최전방 공격수의 파이널 서드 안 압박 횟수
(프리미어 리그 90분당 평균 기록 기준)

2017/18 - 5.4회(로멜루 루카쿠)
2018/19 - 6.1회(로멜루 루카쿠)
2019/20 - 7.8회(앙토니 마샬)
2020/21 - 7.7회(에딘손 카바니)
2021/22 - 4.2회(크리스티아누 호날두)*

*9라운드 종료 후

# 정통파 공격수로 돌아온 호날두, 올 시즌 맨유의 결말은?

올 시즌 현재 맨유는 선수 개개인의 면모는 눈부실 정도로 화려하다. 그러나 이처럼 화려한 선수들이 융화돼 팀으로서 발휘해야 할 수비적 조직력은, 적어도 현시점까지는 부실하기 그지 없을 정도로 초라하다. 맨유의 공격력은 득점력만 봐도 과거와 큰 차이가 없는 데다 호날두라는 걸출한 골잡이가 합류한 만큼 설령 몇몇 경기에서는 경기력이 좋지 않더라도 언제든지 상대 골문을 열어젖힐 만한 준비를 마친 상태다.

그러나 과거 잉글랜드 대표팀과 프리미어 리그에서 전형적인 타겟형 공격수로 활약한 장신 공격수 피터 크라우치는 최근 '데일리 메일'에 기고한 칼럼을 통해 "최전방 공격수가 수비 상황에서 서 있기만 하는 모습은 유행이 지나버린 선수 활용법이다. 호날두가 맨유로 복귀한 후 이에 대한 잡음이 많은 거로 안다. 이처럼 시대는 변한다. 현대 축구는 골을 잘 넣는 선수에게 득점보다 훨씬 더 많은 걸 요구하고 있다. 과거에는 최전방 공격수가 압박 작업에 관여하지 않았다. 리버풀을 봐라. 최전방 공격수의 역할은 과거와 비교해 크게 달라졌다"며 골만 넣는 선수를 보유한 팀이 성공하는 건 어렵다는 견해를 밝혔다.

아이러니하게도 호날두는 약 13년 전인 2007/2008 시즌, 유럽 주요 리그를 통틀어 가장 많은 골을 넣은 선수로 등극하며 생애 첫 골든슈를 받은 후 정통파 9번이 아닌 자신이 이 상을 받은 덕분에 축구의 역사가 바뀌었다고 자부했다. 당시 그는 고향 포르투갈 마데이라에서 시상식을 열고, 이탈리아 일간지 '가제타 델로 스포르트'와의 인터뷰에서 "이 상을 받으며 내가 축구를 조금 바꿨다고 생각한다. 이 상을 받는 선수는 늘 스트라이커였다. 그러나 나는 윙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로부터 13년이 지난 현재 호날두는 현대 축구에는 거의 남지 않은 정통파 9번이 돼 맨유로 돌아왔다.

압박이 느슨해진 맨유가 호날두를 계속 최전방에 세우고도 원하는 성적을 낼 수 있을지는 결과로 보여주는 방법밖에는 없어 보인다. 맨유 왼쪽 측면 수비수 루크 쇼는 리버풀에 0-5 참패를 당한 뒤, 팀의 압박 능력이 부실하다는 지적에 대해 날카로운 진단을 내렸다. 리버풀전을 마친 후 쇼가 '스타디움 아스트로'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으로 이 글을 마친다.

"우리는 리버풀을 상대로 이길 만한 경기를 하기에는 터무니없이 부족했다. 물론 축구는 팀 스포츠다. 그러나 우리는 개개인이 더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특히 우리는 더 컴팩트하게, 밀도 있는 대형을 구축할 수 있어야 한다. 이 부분에서 우리는 반드시 발전해야 한다."

글=한만성 기자
사진=Getty
자료=FBREF, Understat, OP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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