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乙에게 공감 못얻는 물리적 투쟁..스스로 고립·소멸로 가는 민주노총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10월 20일.
공감 안되는 민주노총의 행동에 대다수 '을'들도 등을 돌린 지 오래다.
스타벅스 트럭 시위가 한창이던 10월 초 직장인 앱 블라인드에 민주노총 관련 글이 하나 올라왔다.
현재 상황을 직시하지 못하고, 공감 안되는 파업과 물리적 투쟁을 지속한다면 민주노총도 '천천히 그러다 갑자기' 소멸될 수 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10월 20일. 그날 광화문과 서소문 일대 직장인과 자영업자들의 얼굴에는 하루 종일 짜증이 가득했다. 민주노총이 총파업 집회를 열면서 일대 식당은 가뜩이나 코로나로 장사가 안되는 판에 시위대가 길까지 막으면서 점심 장사가 반토막이 났다. 직장인들도 경찰 차 벽과 시위대가 도로를 점거하면서, 점심 식사 후 회사로 돌아오지 못해 오가지도 못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교통체증만 일으키는 이기주의 집단이란 원망은 민주노총에 오롯이 돌아왔다. “대체 뭣 하는 짓인지.”
집회나 시위의 목적은 공동의 의견을 대외적으로 표명하고, 이를 통해 시민들의 지지를 받는 데 있다. 민주노총이 총파업 명분으로 내건 ▲5인 미만 사업장 차별 철폐·비정규직 철폐 ▲모든 노동자의 노조 활동 권리 쟁취 ▲돌봄·의료·교육·주택·교통 공공성 쟁취 ▲산업 전환기 일자리 국가책임제 쟁취 등은 현재 상황에서 시민들의 공감을 얻기 어려운 내용이었다.
당장 자영업자들은 먹고 살기 어려워 남 걱정은 사치였고, 민주노총에 조합원이 가입된 대기업 제외한 중소기업들은 코로나로 이중고를 겪는 마당이 이런 이야기는 한가한 소리로 들릴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전체 근로자의 4%인 80만 명의 대기업과 공공기관 정규직들이 민주노총 조합원들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 때문에 시민들의 눈에는 민주노총의 이번 총파업이 청년 실업과 고용 대란 경제위기 상황에서 일부 노동계의 이익만을 요구하는 이기주의로 비쳤다. 총파업 과정에서 수만명이 모이면서 정부의 코로나 방역지침은 당연히 무시당했다.
공감 안되는 민주노총의 행동에 대다수 ‘을’들도 등을 돌린 지 오래다. 스타벅스 트럭 시위가 한창이던 10월 초 직장인 앱 블라인드에 민주노총 관련 글이 하나 올라왔다.
“민주노총은 트럭 시위와 교섭을 시도하지 말라. 스타벅스코리아는 노조 없이도 22년간 식음료 업계를 이끌며 파트너에게 애사심과 자긍심을 심어준 기업이다. 트럭 시위를 당신들의 이익 추구를 위해 이용하지 말라.”
스타벅스 직원들은 노조 없이도 사측으로부터 임금 체계 개선과 직원 1600명 채용이라는 약속을 받아냈다. 그들은 블라인드에서 의견을 모으고 자체 모금을 통해 트럭 시위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노조를 만들라는 민주노총의 제안을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서비스일반노동조합 전세버스 기사들도 민주노총으로부터 충분한 지원을 받지 못했다며 독립 노조 설립을 선언했다.
보수 성향 대학생단체 신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신전대협)와 자영업연대는 민주노총의 총파업 강행에 대해 ‘민폐노총’이라며 강하게 비판하는 성명을 냈다. 지난 8월에는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신입사원 등 젊은 직원들 1499명이 민주노총 탈퇴를 주요 안건으로 임시총회 소집을 요청했다가 반려되기도 했다.
다양한 계층과 집단의 ‘을’들이 등을 돌리고 있지만, 민주노총은 다음 달 13일 전국노동자대회, 28일 청년노동자대회를 열고 투쟁을 계속할 예정이다. 내년 1월에는 민중총궐기를 통해 3월 대선까지 물리적 투쟁에 나선다. 민주노총은 ‘노동자를 대표할 자격이 없다’, 집단이기주의 파업’이라는 시민의 목소리를 받아들이지 않고, 스스로 고립과 소멸하는 길을 택한 셈이다.
파산은 ‘천천히 그러다 갑자기’ 온다는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말이 꼭 기업에만 해당하는 건 아니다. 현재 상황을 직시하지 못하고, 공감 안되는 파업과 물리적 투쟁을 지속한다면 민주노총도 ‘천천히 그러다 갑자기’ 소멸될 수 있다. 민주주의에서 힘의 원천은 시민들의 공감과 지지에서 나온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정책 인사이트] 경기도 ‘외국인 간병인’ 추진… “서울 필리핀 가사도우미와 다른 방식으로
- 69억 빚 못갚아… ‘압구정 현대’ 경매 나왔다
- SUV는 기아, 1t 트럭·세단은 현대차… 치열했던 집안싸움
- 법인대출로 53억 아파트 산 외국인 부부… 국토부 적발
- IP 사용료만 수십억인데...‘오징어 게임 2’와 컬래버 나선 기업들
- [재테크 레시피] 금리 인하기 ‘채권투자’ 몰린다… 올해 순매수만 39兆
- [김지수의 인터스텔라] 텅 빈 채 그저 달리네… 당신이 겪는 그 증상의 이름은 ‘시들함’
- 中, 석화단지 또 증설 완료… 갈수록 심화하는 중국발 공급과잉
- [2024 연말정산]⑥ 10일 남은 2024년… 막판 절세 포인트는?
- [정책 인사이트] 스크린 파크 골프장·PC방·건강관리실로 변신하는 경로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