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석희의 영화 같은 하루] [42] 악한 게 아니야, 젊은 것뿐이지
조시(벤 스틸러)는 아내 코닐리아(나오미 와츠)와 평범하게 사는 40대 다큐멘터리 감독이다. 이들은 동년배 친구들처럼 아이가 있지도 않아서 친구들을 만나도 할 이야기가 없다. 아이가 없다면 그만큼 자유로워야 하는데 일에 치여 사느라 딱히 그렇지도 않다. 조시는 아이가 없음에도 여유가 없는 상황을 궤변으로 합리화한다. “자유가 있다는 게 중요한 거지. 자유로 뭘 하느냐는 중요한 게 아니야(The point is we have the freedom. What we do with it isn’t that important).” 영화 ‘위아영(While We’re Young∙2014)’의 한 장면이다.
별다른 낙도 없이 권태로운 삶을 사는 조시 부부는 다큐멘터리 감독 지망생인 제이미(애덤 드라이버 분)와 그의 아내 다비(어맨다 사이프리드)를 알게 된다. 이 젊은 부부는 조시 부부와 정반대로 자유롭고 독특하고 활력적으로 사는 힙스터다. 그들에게 자극받은 조시와 코닐리아는 어설프게나마 그들의 젊음을 흉내 내면서 겉으로는 중년의 권태를 극복한 것처럼 보인다.
제이미의 아이디어로 다큐멘터리를 함께 제작하게 된 조시는 기획력과 참신함에 감탄하고 그 작품을 개인적으로도 홍보하며 제이미의 성공을 돕지만 결국 다큐멘터리의 핵심적 설정이 조작이었음을 깨닫는다. 조시는 어느새 젊음이 추구하는 가치와 방향이 늘 옳고 건강한 것이라는 편견을 버리고 다큐멘터리 조작을 폭로하지만 의외로 세상은 조시가 주장하는 진실됨의 손을 들어주지 않는다. 오히려 메시지 전달을 위한 설정은 필요하다며 제이미의 젊은 시도를 두둔할 뿐.
그제야 조시는 깨닫는다. 자신이 옳다고 믿었던 것들이 언제까지나 반드시 옳지는 않으며 젊음 또한 생각처럼 교활하고 이기적이지 않음을. 조시는 후련한 듯 웃으며 코닐리아에게 이렇게 말한다. “제이미는 악한게 아니야. 젊은 것 뿐이지(He’s not evil. He’s just 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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