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길진균]외교 논쟁 사라진 대선
길진균 정치부장 2021. 10. 30.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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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될 것 같아요?" 정치부 기자라고 하면 사석에서 이렇게 묻는 사람이 적지 않다.
예상 시나리오에 없던 돌발 변수들이 한 달이 멀다 하고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게 이번 대선이다.
그럼 수심 가득한 표정으로 다시 묻는다.
특히 외교·안보 논쟁에선 여야 후보들 모두 서로 실수를 피하고 싶은지 "굳건한 한미 동맹을 바탕으로 김정은과 대화하겠다"식의 초보적 주장에서 진도가 더 나가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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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건한 한미동맹 속 대화" 초보적 주장만
국격, 국제정세 꿰뚫는 역량 갖춘 리더 누구
국격, 국제정세 꿰뚫는 역량 갖춘 리더 누구
“누가 될 것 같아요?”
정치부 기자라고 하면 사석에서 이렇게 묻는 사람이 적지 않다. 알 수 없다. 예상 시나리오에 없던 돌발 변수들이 한 달이 멀다 하고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게 이번 대선이다. 투표일은 앞으로도 4개월 넘게 남아 있다. 또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겠는가. “아직 모른다” 또는 “하늘이 알겠죠”라고 웃어넘기곤 한다. 그럼 수심 가득한 표정으로 다시 묻는다. “○○○가 정말 될까요?”
반복되는 이런 질문과 답변이 중요한 게 아니기에 답답할 때가 있다. 핵심은 ‘누가 더 대통령 자격이 있는가’다. 자격도 여러 가지다. 그중에서도 이번 대선에서 가장 소홀히 취급 받는 대목이 외교 역량인 듯하다.
여야 모두 네거티브와 편 가르기 선거 캠페인에 집중하다 보니 정책 공방은 사실상 멈춰 선 상태다. 특히 외교·안보 논쟁에선 여야 후보들 모두 서로 실수를 피하고 싶은지 “굳건한 한미 동맹을 바탕으로 김정은과 대화하겠다”식의 초보적 주장에서 진도가 더 나가지 않고 있다. 후보들이 외교 분야에 대해서는 좀처럼 깊이 있는 토론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동아일보가 국민의힘 1, 2차 경선 과정에서 치러진 10차례의 TV토론회에서 후보들이 주장한 내용을 음성-텍스트 변환 인공지능(AI) 서비스로 전수 분석했다. ‘국민’ ‘대통령’을 제외하면 ‘이재명’ ‘대장동’ ‘고발사주’ ‘화천대유’ 같은 단어들이 상위 톱10 키워드를 점령했다. ‘핵’이 상위권에 들긴 했지만 이 역시 “한국도 핵을 보유해야 한다” “미국과 핵을 공유하겠다” 등 일부 보수층의 ‘핵 보유’ 주장을 옮긴 정도에 불과하다. 국제사회가 추구하는 핵 확산 방지체제를 한국이 어떻게 극복하겠다는 것인지, 득실은 어떤지를 깊이 있게 논쟁하는 장면은 없다. 어떤 후보는 전술핵과 전략핵을 구분하지 못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다음 정부 출범과 함께 새 대통령이 맞닥뜨릴 핵심 과제는 한미관계와 한중관계의 재설정이다. 쿼드(Quad) 등 동맹을 중심으로 한 미국의 중국 견제 흐름 속에서 국익을 어떻게 지켜낼지, 한국은 큰 숙제를 안고 있다. 하지만 최근 토론회나 여야 후보 간 공방에서 한미, 한중관계가 주요 키워드로 거론된 적이 없다. 후보들이 이 부분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는지도 알 수 없다.
한일관계에 대해서는 “죽창가를 부르다 한일관계가 망가졌다”(윤석열 전 검찰총장) 등 ‘반(反)문재인 외교’면 한일관계도 풀릴 것이라는 단순 논리나, 독도 표기 문제를 두고 “역사적 기록도 남길 겸 올림픽 보이콧을 검토해야 한다”(이재명 후보) 등 지지층을 겨냥한 강경 발언만 난무하고 있다.
국무총리를 지낸 한 원로인사는 “이재명 윤석열 홍준표를 보면 셋 중 누가 대통령이 돼도 국제무대에서 대한민국을 대표해 정상회담 또는 다자회담을 하는 모습이 잘 그려지지 않는다”고 했다. 국격과 국제정세를 꿰뚫는 역량을 갖춘 리더십이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뜻이다.
나라를 책임지겠다고 나선 대통령 후보들이 매일 자신을 둘러싼 추문을 방어하기 급급하다. 국제정세에 대해서는 본인의 철학 또는 구상 없이 교과서에 나올 법한 원론적인 발언만 반복하고 있다. 이런 후보들을 두고 차기 대통령을 뽑아야 하는 선거를 정상이라고 말할 순 없다.
정치부 기자라고 하면 사석에서 이렇게 묻는 사람이 적지 않다. 알 수 없다. 예상 시나리오에 없던 돌발 변수들이 한 달이 멀다 하고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게 이번 대선이다. 투표일은 앞으로도 4개월 넘게 남아 있다. 또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겠는가. “아직 모른다” 또는 “하늘이 알겠죠”라고 웃어넘기곤 한다. 그럼 수심 가득한 표정으로 다시 묻는다. “○○○가 정말 될까요?”
반복되는 이런 질문과 답변이 중요한 게 아니기에 답답할 때가 있다. 핵심은 ‘누가 더 대통령 자격이 있는가’다. 자격도 여러 가지다. 그중에서도 이번 대선에서 가장 소홀히 취급 받는 대목이 외교 역량인 듯하다.
여야 모두 네거티브와 편 가르기 선거 캠페인에 집중하다 보니 정책 공방은 사실상 멈춰 선 상태다. 특히 외교·안보 논쟁에선 여야 후보들 모두 서로 실수를 피하고 싶은지 “굳건한 한미 동맹을 바탕으로 김정은과 대화하겠다”식의 초보적 주장에서 진도가 더 나가지 않고 있다. 후보들이 외교 분야에 대해서는 좀처럼 깊이 있는 토론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동아일보가 국민의힘 1, 2차 경선 과정에서 치러진 10차례의 TV토론회에서 후보들이 주장한 내용을 음성-텍스트 변환 인공지능(AI) 서비스로 전수 분석했다. ‘국민’ ‘대통령’을 제외하면 ‘이재명’ ‘대장동’ ‘고발사주’ ‘화천대유’ 같은 단어들이 상위 톱10 키워드를 점령했다. ‘핵’이 상위권에 들긴 했지만 이 역시 “한국도 핵을 보유해야 한다” “미국과 핵을 공유하겠다” 등 일부 보수층의 ‘핵 보유’ 주장을 옮긴 정도에 불과하다. 국제사회가 추구하는 핵 확산 방지체제를 한국이 어떻게 극복하겠다는 것인지, 득실은 어떤지를 깊이 있게 논쟁하는 장면은 없다. 어떤 후보는 전술핵과 전략핵을 구분하지 못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다음 정부 출범과 함께 새 대통령이 맞닥뜨릴 핵심 과제는 한미관계와 한중관계의 재설정이다. 쿼드(Quad) 등 동맹을 중심으로 한 미국의 중국 견제 흐름 속에서 국익을 어떻게 지켜낼지, 한국은 큰 숙제를 안고 있다. 하지만 최근 토론회나 여야 후보 간 공방에서 한미, 한중관계가 주요 키워드로 거론된 적이 없다. 후보들이 이 부분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는지도 알 수 없다.
한일관계에 대해서는 “죽창가를 부르다 한일관계가 망가졌다”(윤석열 전 검찰총장) 등 ‘반(反)문재인 외교’면 한일관계도 풀릴 것이라는 단순 논리나, 독도 표기 문제를 두고 “역사적 기록도 남길 겸 올림픽 보이콧을 검토해야 한다”(이재명 후보) 등 지지층을 겨냥한 강경 발언만 난무하고 있다.
국무총리를 지낸 한 원로인사는 “이재명 윤석열 홍준표를 보면 셋 중 누가 대통령이 돼도 국제무대에서 대한민국을 대표해 정상회담 또는 다자회담을 하는 모습이 잘 그려지지 않는다”고 했다. 국격과 국제정세를 꿰뚫는 역량을 갖춘 리더십이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뜻이다.
나라를 책임지겠다고 나선 대통령 후보들이 매일 자신을 둘러싼 추문을 방어하기 급급하다. 국제정세에 대해서는 본인의 철학 또는 구상 없이 교과서에 나올 법한 원론적인 발언만 반복하고 있다. 이런 후보들을 두고 차기 대통령을 뽑아야 하는 선거를 정상이라고 말할 순 없다.
길진균 정치부장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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