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 디지털 게임의 접근성 문제

이경혁 게임칼럼니스트·평론가 2021. 10. 30.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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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매년 이뤄지는 국정감사는 의회가 정부를 감시하는 자리지만, 단순히 정부의 업무에 대한 감찰에 그치지 않고 오늘날 우리 사회가 떠안은 많은 이슈들의 의미와 그 해결방안을 찾아볼 수 있다는 뜻에서도 중요한 자리다. 게임도 대중문화의 반열에 들어서, 자주 국정감사 자리에 불려나오는 테마가 된 지 오래다.

이경혁 게임칼럼니스트·평론가

올해 국감에서 특히 주목을 끈 게임 이슈는 장애인 게임 접근성이었다.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이 문화체육관광부와 콘텐츠진흥원에 던진 질의는 디지털 게임 이용이 갈수록 보편화되는 환경 속에서 장애인의 게임 접근성에 대한 고려가 얼마나 이루어지고 있는지에 대한 문제제기였고, 주관 부처와 기관은 이 문제제기에 적극적으로 동의하는 답변을 보여주었다. 장애인의 게임 접근성 이슈는 갑자기 등장했다기보다는 나름 꾸준하게 제기되어온 것이다. 당장 올해 4월만 해도 장애인 게임 접근성 향상을 위한 입법 추진이 시도된 바 있고, 장애인 단체를 중심으로 다른 매체와 마찬가지로 게임에서도 접근성 향상을 위한 가이드라인이 제시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오래전부터 이어져왔다.

시청각을 동원하는 수용방식에 이어 인터페이스를 통해 입력이라는 추가적인 과정까지 요구하는 디지털 게임은 여러모로 다른 매체에 비해 접근 장벽이 높다. 손을 주로 사용하는 조이스틱이나 패드, 비장애인용 키보드와 마우스 등은 다른 시청각 매체에의 접근이 가능한 장애인에게도 게임에 접근하기 어렵게 만드는 첫 걸림돌이다. 물리적 인터페이스 외에도 장애인의 게임 플레이에 문제가 되는 지점들은 적지 않다. 이를테면, 색맹인은 같은 색의 블록을 맞춰야 하는 게임을 플레이할 때 별도의 지원 모드가 없으면 게임의 기본 규칙 자체를 파악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이기도 한다.

게임 제작자들 또한 이런 문제를 인식하고 오래전부터 장애인의 게임 접근성 개선을 위한 노력을 시도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국감 질의에서도 언급된 게임 접근성 가이드라인(gameaccessibilityguidelines.com)일 것이다. 인터넷 웹페이지를 통해 열람할 수 있는 이 오픈 문서에는 디지털 게임 디자인과 제작에서 접근성 문제를 어떻게 고려해야 하는지 기초적인 부분부터 복잡하고 세부적인 영역까지 분류하고 설명하는 가이드라인이 들어 있다.

가이드라인은 세세한 부분까지 접근성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요소들을 분류하고 해설하며, 이런 문제를 모범적으로 해결한 실제 게임들까지 보여주며 접근성 문제 해결 가이드로서의 기능을 충분히 해낸다. 아주 간단하게는 키보드로만 캐릭터 이동을 수행할 수 있었던 게임에 별도의 그래픽 버튼을 추가해 마우스로 이를 클릭함으로써 캐릭터 이동을 가능케 한 ‘그림록의 전설’ 같은 게임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어지간한 글로벌 대형 게임사들은 게임 접근성 문제 개선에 과거보다는 높은 수준의 관심과 자원 투여를 보이며, 작지만 의미 있는 변화의 흐름을 만들어가는 중이다. 다만 한국에서는 아직까지 장애인의 게임 접근성 문제가 높은 이슈로 고려되는 분위기가 아니다. 이는 갈 길이 많이 남았다는 점을 시사한다. 의미 있는 국감 이슈였음에도 불구하고 종합일간지 등에서 이 이슈를 찾아보기 힘든 것이 이를 증명한다.

이경혁 게임칼럼니스트·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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