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승률 曰] 초연결 사회의 그늘

남승률 2021. 10. 30.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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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승률 이코노미스트 뉴스룸 본부장
# 신용카드 단말기와 포스(POS·판매정보관리시스템)를 쓰는 대부분의 상점과 자영업자들은 주간 영업에 차질을 빚었다. 카드 결제 시스템을 갖춘 주차장은 차단기가 올라가지 않아 서울 중구·마포구 일부 주차장에서는 운전자들이 주차장에 갇히기도 했다. 사고 이튿날에도 근처 경찰 경비전화와 일반전화, 112 통신 시스템 일부는 작동하지 않았다.

# 인터넷 검색뿐만 아니라 신용카드 결제와 배달 주문이 되지 않아 식당과 카페는 ‘멘붕’에 빠졌다. 원격수업이 ‘먹통’이 됐을 뿐 아니라 온라인으로 진행하던 세계바둑대회까지 중단됐다. 주식 거래, 의료 시스템 마비에 따른 피해도 속출했다. 정오 무렵 인터넷망이 대부분 복구됐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여전히 접속이 지연되거나 끊기는 사태가 이어졌다.

「 KT발 통신대란으로 일상 마비
사태 반복 근본 원인부터 따져야

첫째 장면은 2018년 11월 24일 오전 11시쯤 발생한 KT 아현지사 지하 통신구 화재로 나타난 상황이다. 둘째는 협력사 직원의 실수와 KT의 관리 소홀 등으로 2021년 10월 25일 오전 11시쯤부터 KT의 유·무선 인터넷 서비스가 1시간 넘게 멈추면서 생긴 일이다. 3년이라는 시차가 있고, 두 사고의 원인도 다르지만 결과는 판박이다. 금융·유통·교육·운송 등 사회 전반이 마비돼 일상이 순식간에 석기시대로 돌아간 듯한 경험을 했다. 통신 장애에 따른 손해배상, 국가기간통신망 관리 체계 개선 등을 허둥지둥 논의하는 모습도 빼닮았다.

둘 다 정보통신기술(ICT) 기반의 초연결 사회가 얼마나 쉽게, 어이없이 무너질 수 있는지 여실히 보여준 사례다. 특히 3년 전보다 이번에 충격이 더 컸다. 정보통신기술이 더욱 발전한 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2년째 이어지면서 비대면 환경이 뿌리를 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사물, 사물과 사물이 온라인으로 이어진 세상으로 바뀌면서 인터넷망이 멈추면 일상도 멈출 수밖에 없게 됐다.

이런 초연결 사회의 연결성은 5세대(G) 이동통신 보급으로 더욱 강력해질 전망이다.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에 따르면 현재 세계 인구의 49%가 모바일 기기로 인터넷·클라우드 등에 연결돼 있다. GSMA는 5년 이내에 18억 개의 5G 기기가 상용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중국·일본 등 5G 서비스에 앞선 나라의 경우 5G 기기가 전체 이동통신 기기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로마제국은 8만㎞나 되는 포장도로를 건설해 연결성을 강화했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촘촘하게 연결한 도로 덕분에 사람과 물자, 정보가 원활하게 오갔고 제국의 발전에 밑거름이 됐다. 지금의 초연결 사회에서 유·무선 인터넷망은 로마제국의 도로 격이다. 사람·사물·공간 등 모든 것이 디지털로 이어지면서 인류 역사상 어느 때보다 편리한 사회가 됐다.

다만 빛이 있으면 그늘도 있는 법이다. 로마가 공들여 닦은 도로망이 외세 침입의 통로가 되기도 했듯, 초연결 사회의 편리함과 효율 뒤에 잠복한 위험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 사회의 거의 모든 인프라가 유·무선 인터넷망에 의존하고 있지만, 정작 인터넷망이 생각만큼 안전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게 특히 함정이다. 초연결 사회에서 인터넷망의 마비나 붕괴는 디지털 격차, 부의 양극화, 사이버 보안 위협 등에 따른 피해와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KT는 29일 긴급 이사회를 열고 통신대란 보상안 등을 논의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이날 이번 사고의 원인을 설명하고 후속 대책을 내놨다. 국회도 재발 방지 대책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이것만으로 충분할지 의문이다. 3년 전이라고 손 놓고 있진 않았을 터다. 그런데도 왜 같은 사태가 반복됐을까. 이것부터 찬찬히 다시 따져보는 게 더 급하고 중요할 듯싶다.

남승률 이코노미스트 뉴스룸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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