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노태우 국가장, 분열과 갈등 치유 계기 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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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발 빠른 국가장 결단 평가할 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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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의 진심 어린 사죄에 관용 보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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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 가르기 대신 통합의 정치 나아갈 때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례가 30일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국가장(國家葬)으로 진행된다. 전직 대통령 가운데 국가장이 치러진 것은 2015년 김영삼 전 대통령 장례에 이어 두 번째다. 노 전 대통령의 공과(功過)에 대한 범사회적 논란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국가장을 결정한 것은 헌정사에 명백한 오점을 남겼음에도 나라에 기여한 공이 크다는 판단 때문이었을 것이다. 적절한 결정으로 평가할 만하다.
노 전 대통령에 부정적 감정을 가진 국민이 많은 것은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12·12 쿠데타를 일으키고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을 무력 진압한 신군부 2인자로서 노 전 대통령은 전두환 전 대통령과 함께 반란 수괴·내란 목적 살인 등의 죄과에서 벗어날 수 없다. 대통령 재임 중 2000억원대 뇌물 수수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아 ‘한국의 수치’ 란 비난을 듣기도 했다. 5·18 유족회 등 시민단체에서 국가장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은 이유일 것이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 말처럼 고인은 대통령 재직 시절 남긴 성과가 적지 않은 점 역시 부인할 수 없다. 6·29 선언을 통해 대통령 직선제를 수용했고 북방 정책과 남북기본합의서 채택, 인권 개선과 전 국민 의료보험 정착, 88 서울올림픽의 성공적 개최 등 굵직한 업적들을 여럿 남겼다. ‘물태우’ 란 비아냥을 들으면서도 입법 주도권을 국회에 넘기고, 야당 대표들을 수시로 만나는 등 ‘통합의 정치’를 펼쳐 군사정권과 문민정부를 잇는 다리 역할을 한 것도 평가할 만한 성과다.
퇴임 후 역사의 단죄를 받고 2년간 수감됐다가 풀려난 뒤 행보도 눈에 띈다. 뇌물 추징과 5·18 책임을 회피하며 변명으로 일관해온 전두환 전 대통령과 달리 노 전 대통령은 대외활동을 중단하고 은둔하면서 2628억원의 추징금을 완납했다. 병석에 누운 자신을 대신해 아들이 5·18 묘역을 여러 차례 참배했고, 유언을 통해 5·18 희생자들에게 용서를 구하기도 했다. 5·18 당시 시민군 상황실장을 맡았다가 계엄군에 잡혀 사형수로 3년여 복역하다 풀려난 박남선씨가 빈소를 찾아 유족을 위로한 건 고인의 사죄와 반성에 담긴 진정성을 인정했기 때문일 것이다.
국민들 손에 의해 직접 선출된 점에서도 노 전 대통령은 체육관 선거로 뽑힌 전 전 대통령과는 경우가 다르다. 이 또한 국가장으로 결정된 이유였을 것이다. 정부는 발 빠르게 국가장을 결정해 논란을 최소화했고, 닷새간 국가장을 치르는 동안 조기를 게양하며 고인을 예우했다. 유족들이 고인의 뜻을 받들어 장지를 파주시 통일 동산 인근으로 희망한 것으로 알려져 국립 현충원 안장 논란이 불거질 우려가 해소된 것도 다행스러운 일이다.
국가장에 대한 의견은 국민 개인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정부가 고심 끝에 결단을 내리고 유족들도 갈등 차단에 힘쓴 만큼 소모적 논란 대신 국가장을 화해와 통합의 계기로 승화시키는 게 바람직하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와 이재명 대선 후보 등 과거 고인을 비롯한 신군부 세력과 맞서 싸운 민주당 정치인들이 빈소를 찾은 것도 국민 화해를 선도해야 할 집권당의 책임에 부응한 행보로 평가할 만하다.
노 전 대통령이 유언을 통해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과오에 대해 깊은 용서를 구하면서, 남북 평화통일을 당부했다. 지금 대한민국은 그 어느 때보다 편 갈라 싸우는 진영 논리가 기승을 부리며 심각한 갈등에 시달리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은 마지막 길을 가면서 두 동강 난 나라에 꼭 필요한 화해와 평화의 메시지를 던진 셈이다. 여야 정치권은 이제라도 정파와 이념에 매몰된 편 가르기 정쟁을 중단하고, 노 전 대통령의 국가장을 국민을 통합하며 미래로 나아가는 새 정치의 계기로 삼길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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