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영 "내년엔 LPGA 도전..홍란 선배님처럼 골프 오래 치고 싶어"

서귀포=양준호 기자 사진=이호재 기자 2021. 10. 30.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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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LPGA 대표 장타자' 18문 18답
중학생 땐 복싱 추천도 받았지만
골프는 내가 하고 싶다고 손들어
국가대표 시절 심하게 왔던 '입스'
마지막이라 여긴 훈련서 싹 고쳐
꾸준한 체력 관리로 롱런할래요
[서울경제]

김지영(25·SK네트웍스)은 신인 시절 스타 플레이어 박성현과 대등한 경기를 펼친 끝에 준우승하면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당찬 루키로 주목 받던 그도 이제 내년이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7년 차다. 그동안 2승을 거뒀고 투어 대표 장타자로 자리 잡았다. 시즌 평균 250야드를 훌쩍 넘기는 시원한 드라이버 샷으로 거의 매년 장타 부문 첫손을 다투는 김지영은 동료들 사이에 인기도 많다. 김지영을 18문 18답으로 만났다.

-외삼촌 권유로 골프를 시작했다고 들었어요.

△프로도 아니시고 그저 골프에 관심이 많으셨는데 저 아니면 제 언니 중에 한 명은 꼭 골프를 하면 좋겠다고 하셨어요. 그래서 제가 한다고 했죠. 언니는 지금 사진작가로 일하고 있어요.

  • -우승 때마다 부모님께 큰 선물을 해드리던데.
  • △첫 승 때 부상이 퍼스트 클래스 항공권이어서 독일 보내드렸고 2승 때는 용인에 집을 해드렸어요. 3승 하면 새 차를 사드리려고요. 저요? 저는 그런 데 딱히 욕심이 없어서···.

-골프 선수로서 어릴 때부터 꿈꿔온 목표가 뭔가요.

△어릴 때는 막연하게 TV 나오는 프로 선수가 되고 싶었어요. 지금은 미국 진출요. Q스쿨 파이널에 나가고 싶었는데 출전 자격인 세계 랭킹 75위에 들지 못했죠. 내년에 다시 도전합니다.

-팬들에게서 들은 김지영 선수의 매력은.

△‘시원시원하게 쳐서 좋다’. 그게 제일 많아요. 그래서 팬 됐다는 분들이죠. 잘 웃고 성격도 좋다고 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제가 그런지 잘 모르겠어요.

-보물 1호는.

△강아지 ‘구름이’요. 다섯 살 된 하얀색 푸들이에요.

-골프 하지 않았다면 어떤 길을 갔을까요.

△다른 운동을 했을 것 같아요. 중학생 때는 주변에서 복싱 하면 어울리겠다는 얘기도 들었어요. 그땐 엄청 마르고 까맣고 잘 뛰었거든요.

-염소 30마리의 진실은.(김지영은 어릴 적 염소를 30마리는 먹은 것 같다고 말한 적 있다.)

△부모님이 염소 요리 식당을 하시던 때예요. 저는 어린데도 탕이든 수육이든 즙이든 다 입에 맞더라고요. 맛있어서 먹는데 몸도 건강해지니 좋았죠. 먹은 것을 다 합하면 30마리쯤 될 거예요.

  • -김지영에게 장타란.
  • △무기죠. 처음 배울 때부터 볼을 ‘패야’ 한다고 배웠어요. 프로 와서는 스피드랑 근력 붙이는 훈련을 하면서 거리를 더 늘렸죠.

-장타가 로망인 아마추어들에게 한마디.

△연습 스윙부터 자신이 할 수 있는 한 가장 세게 하는 습관을 추천해요. 드라이버든, 아이언이든 모든 클럽을 그렇게 세게 세게. 그러다 보면 스윙 스피드가 빨라질 거고 근력이 더 필요하겠다 싶어져서 운동하게 되죠.

김지영은 골프 볼에 늘 커다란 ‘J’를 그려 넣는다. /김세영 기자
웨지에는 반려견 이름 ‘구름이(CLOUD)’를 새겼다. /김세영 기자

-내가 생각하는 나의 성격은.

△내성적이고 생각이 많고 걱정도 많아요. 그런데도 왜 친구가 많으냐고요? 그냥 다 받아주니까 편해서 그런 것 아닐까요.

-나를 가장 수다스럽게 만드는 친구는.

△최혜진·박결·인주연·박보겸 선수요. 박보겸 선수는 국가대표 상비군 시절 사이판 훈련에서 처음 만났는데 그때 보겸 선수는 테니스 국가대표였어요. 골프로 오면서 더 친해졌죠.

-야디지북(코스 정보를 담은 책자)에 써놓는 말은.

△‘스윙 급하니까 천천히 하자’ ‘홀마다 티잉 구역 잘 이용하자’ 같은 거요. 티잉 구역 내 어느 위치에서 티샷을 할지 잘 살피자는 거죠.

-롤모델이 있나요.

△이정민 언니랑 유소연 언니요. 멋있어요. 최근에 우승한 정민 언니는 꼭 끌어안고 진심으로 축하해드렸어요.

-징크스가 있나요.

△저는 좀 많아요. 몸이 둔해질까 봐 경기 전날이랑 당일에 밀가루 음식 안 먹어요. 골프 볼에 라인 그릴 때 꼭 노래 들으면서 하는 것도 있고···. 라운드마다 새 장갑을 껴야 마음이 편한 것도 있어요. 그래서 장갑 엄청 많이 써요.

-시즌 뒤 계획은.

△가장 중요한 게 체력이라는 것을 절실히 느낀 한 해예요. 몸 만들기를 처음부터 다시 열심히 해볼 생각이에요.

-골프가 지긋지긋했던 적도 있나요.

△며칠간 계속 안 맞을 때는 ‘아, 치기 싫다’ 싶죠. 국가대표 때는 아시안게임에 나가야 된다는 스트레스 때문에 입스(샷 실패를 두려워하는 불안 증세)가 심하게 왔어요. 정말 골프를 그만두려고 했는데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간 훈련에서 싹 고친 거 있죠. 아무 생각 없이 친구들하고 내기 골프 치는 동안 입스가 없어졌어요. 골프는 참 신기해요.

-‘죽기 전에 이것만은 꼭 하고 싶다’ 하는 나만의 버킷리스트는.

△하와이 가서 스카이 다이빙하기. 번지 점프는 무서울 것 같은데 스카이 다이빙은 가능할 것 같아요.

-골프는 언제까지 하고 싶나요.

△홍란·김해림 선배님 보면서 저도 오래 뛰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체력 될 때까지 해야죠. 그러려면 안 아프고 잘할 수 있게 관리 더 열심히 해야 하고요.

서귀포=양준호 기자 사진=이호재 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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