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 韓 종부세와 다른 中 부동산세
집값 안정보다 분배 개선 유도
당장 집 팔라는 식으로 안 해"
강현우 베이징 특파원
중국의 입법기구인 전국인민대표대회가 최근 ‘부동산세 개혁 업무에 관한 결정’을 의결했다. 부동산 보유자에게 물리는 세금인 부동산세 도입을 공식화한 것이다.
중국에서 부동산 보유세 도입 논의는 2000년대 중반부터 이어져왔다. 가파른 경제 성장 속에 빈부 격차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던 시점이다. 중국 공산당이 ‘공동부유’를 경제개발 계획에 처음으로 제시한 시기도 2005년이다.
10년 넘도록 부동산세 논의만 하는 사이에 대도시 집값은 더 뛰었고 빈부 격차도 확대됐다. 일찌감치 집을 사놓은 사람들은 더 부자가 됐다.
부동산세 도입은 보유세가 사실상 없었던 중국에서 상당한 변화다. 부동산이 사유재산이라는 것을 공식적으로 인정한다는 점에서 사회주의 이념과 배치되기도 한다.
중국의 부동산세는 한국의 종합부동산세와 비슷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두 세제는 입법 목적부터 다르다. 종부세법 1조는 ‘부동산 가격 안정’을 목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반면 중국의 부동산세는 ‘세수 증대’와 ‘소득 분배’를 내세우고 있다. 중국 관영매체들은 집값 하락이 목표가 아니라고 반복해서 강조한다. 중국에서 집값은 이미 떨어지기 시작했다. 부동산 관련 대출 제한과 함께 대도시 택지 분양을 늘리는 공격적인 공급 확대 정책을 병행한 때문이다.
중국 정부가 부동산세 도입을 미뤄온 배경에는 기득권층의 반발도 있다. 하지만 더 큰 이유는 정부 재정 공백에 대한 우려라는 분석이 많다. 중국은 세계 2위 경제대국이지만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이제 막 1만달러를 넘은 중진국이다. 국가가 국민 생활을 책임지는 사회주의를 표방하다 보니 돈 쓸 곳은 많은데 재정은 그리 넉넉하지 못하다.
퇴직연금이나 건강보험 같은 사회안전망 재원은 지방정부가 책임지는 구조다. 그런 지방정부 재정을 뒷받침해오던 게 보유 토지의 사용권 매각(장기 임대)과 양도세 같은 부동산 관련 세금이다.
중국 지방정부의 연간 토지 사용권 매각 규모는 2015년 3조위안에서 지난해 8조위안(약 1460조원)으로 늘었다. 작년 국가 예산 수입부문(18조위안)의 절반에 육박한다. 지방정부는 부동산 개발업체에 땅을 팔아 재정을 확충하고 업체들은 그 땅에 아파트를 지어 떼돈을 버는 공생관계가 이어져왔다.
중국 중앙정부는 이런 식의 부동산 산업을 더 이상 좌시하지 않기로 했다. 헝다그룹 사태에서 보듯 부채 문제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 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미국의 견제를 이겨내기 위해 부동산이 아니라 첨단산업을 키워야 하는 상황이다.
그런데 부동산 산업이 죽으면 지방정부 재정에도 구멍이 뚫린다. 지방정부의 토지 사용권 매각액은 이미 7월부터 지난달까지 석 달 연속 감소했다. 이런 매각액 감소분을 메꾸기 위해 부동산세를 지방세로 배정할 계획이다.
아울러 중국 당국은 부동산세가 공동부유가 추구하는 분배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자산을 기준으로 한 중국의 지니계수는 2000년 0.599에서 지난해 0.704로 뛰었다. 소득 기준 지니계수도 0.467(2017년 기준)로 높은데 자산 격차는 더 크다는 얘기다.
자캉 중국재정학회 부회장은 “보유세의 목적은 다주택자와 일반 월급 생활자의 격차를 조금 줄이자는 것이지 다주택자에게 당장 집을 팔라는 식으로 무리한 부담을 주려는 게 아니다”고 설명했다. 부동산세 세율도 임대료 수입으로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에서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중국은 또 1주택자에게 부동산세를 면제하고 5년 동안 시범 운용하면서 향후 방향을 결정하겠다고 하는 등 다양한 보완책을 준비하고 있다. 이런 방침들을 보면 중국이 한국에서 일고 있는 종부세의 부작용을 상당히 깊이 있게 연구한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부동산세는 시진핑 국가주석의 국정기조인 공동부유를 실행하는 대표 정책으로 꼽힌다. 공동부유는 선한 목적에도 실현 가능성이나 방법론에서 적지 않은 비판을 받고 있다. 하지만 부동산세는 조금 달라 보인다. 한국 정부도 ‘강남 집값 때려잡는다’는 식의 정치적 구호보다 분배 개선 같은 장기적인 목표를 갖고 부동산 정책을 추진했다면 어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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