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마침표...政敵까지 챙겨주고 떠나는 메르켈
국제무대 데뷔시키고 인맥도 소개
독일 차기 총리로 유력한 올라프 숄츠 재무장관이 30일부터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리는 G20(주요 20국) 정상회담에서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도움을 받아 정상 외교 무대에 데뷔한다. 조만간 퇴임하는 메르켈 총리는 이례적으로 조 바이든 미 대통령,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등에 숄츠를 참석시켜 소개하기로 했다고 독일 언론 매체들이 전했다.
숄츠 장관은 재무장관 자격으로 여러 국제회의에 모습을 드러내 왔다. 이달 초 워싱턴에서 열린 IMF 행사에 독일을 대표해 참석했고, 이번 G20 행사에도 재무장관 회담에 나선다. 그러나 각국의 수장들이 모이는 정상회담에까지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처음이다.
독일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FAZ)은 “이는 (독일 정치사에서) 매우 역사적인 일”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숄츠 장관이 속한 독일 사회민주당(SPD)은 지난달 26일 총선에서 메르켈이 속한 기민·기사당(CDU/CSU) 연합을 누르고 원내 1당이 됐다. 더구나 연정 협상 과정에서 기존 파트너였던 메르켈의 기민·기사당 연합을 버리고 3위를 한 녹색당, 4위 자유민주당을 새 상대로 맞아들인 상황이다. 정권을 가져간 경쟁 정당의 후임 총리를 국제 정상 외교 무대에 데뷔시키고 자신의 인맥까지 물려줌으로써 독일 정치의 품격을 높였다는 것이다.
이는 국제 무대에서 독일에 대한 신뢰를 끌어올리는 데도 기여할 전망이다. 독일 주간지 슈피겔은 독일 정치권 고위 인사를 인용해 “메르켈과 숄츠가 외국 정상들과 함께 있는 모습은 G20에 독일 정치의 ‘연속성’을 보여주는 특별한 신호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특히 신종 코로나 상황 등을 구실로 참석하지 않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빈자리와 비교되면서 국제사회에 대한 독일의 신의 있는 모습을 더욱 부각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메르켈 독일 총리는 그동안 무뚝뚝하고 냉정해 보이면서도 꼼꼼하고 자상한 ‘엄마 리더십’으로 독일 내에서 ‘무티(Mutti·어머니의 애칭)’라고 불려왔다. 독일 일간 쥐트도이체차이퉁은 “그런 평가에 걸맞은 국제무대 퇴장”이라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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