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 빈소' 사흘째 조문발길..노무현 사위, 가족대표로 조의(종합2보)
전두환정권 군부핵심 허화평 "5·18 묻지말라"
(서울=연합뉴스) 김연정 이은정 기자 =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의 유족들은 29일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빈소에서 사흘째 조문을 받았다.
닷새간 국가장으로 치러지는 노 전 대통령의 장례는 30일 오전 발인과 연희동 노제(路祭), 올림픽공원 영결식 등으로 사실상 마무리된다.
발인을 하루 앞둔 빈소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 곽상언 변호사가 가족대표로 찾았고, 김대중(DJ) 정부에서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박지원 국가정보원장도 발걸음을 했다.
노태우 정부에서 '6공 실세'로 불렸던 인사들은 사흘 내리 빈소를 지켰다.
보건사회부 장관과 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낸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오전 빈소를 찾아 "내가 모시던 분이니까 떠나실 때까지 매일 인사하러 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6공 황태자'로도 불린 박철언 전 정무 제1장관과 임재길 전 청와대 총무수석도 줄곧 빈소를 지켰다.
이용만 전 재무부 장관도 이틀 만에 빈소를 다시 찾아 "밑에 사람들 의견을 100% 수용해주신 분이고 후덕한 분이다. 그만큼 일 많이 한 대통령도 흔치 않다"며 고인을 추모했다.
노태우정부 때 야당 원내총무를 지냈던 김원기 전 국회의장도 조문하고 고인에 대해 "여소야대 국회에서 상당히 협력을 많이 해 주셔서 여당 원내총무와 많은 협상을 통해 입법을 많이 했다"고 회상했다.
전두환 정권의 군부 핵심으로 꼽혔던 허화평 전 의원도 조문하고 취재진에 "병상에 계시다 운명하셨는데 훗날 되돌아보면 큰 업적을 남겼다. 대통령으로서 성공적인 업무를 수행했다"며 "아마 국민 기억에 오래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이 5·18 유족에 사과한 것을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질문에는 "그 부분은 여기서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 고인을 위해서도 덕담하는 게 좋지 않겠나"라고 했다.
이어 5·18 유족에 사과할 것인지 묻자 "그것도 여기서 이야기하고 싶은 입장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당시 전두환 보안사령관 비서실장을 지낸 허 전 의원은 '5·18 사격 지시'와 관련된 질문에는 "그건 저한테 물어보지 말라. 그때 내가 비서실장을 했기 때문에 아무 관계가 없다"며 "내가 사과할 입장은 아니다"라고 쏘아붙였다.
노 전 대통령의 동생 노재우 씨 부부도 오전에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DJ 3남인 무소속 김홍걸 의원도 빈소에 발걸음을 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 곽상언 변호사는 오후 조문하고 취재진과 만나 "노무현 대통령께서는 돌아가시기 전에 역대 대통령들에 대해 평가를 하셨다. 그때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대통령직 업무 수행에 대해 매우 높게 평가하셨다"고 소개했다.
유영하 변호사는 수감 중인 박근혜 전 대통령을 대신해 조문 왔다며 "유족들에게 위로의 말씀을 올려달라 하셔서 전해드리고 왔다"고만 언급했다.
강창희 전 국회의장, 김진선 전 강원도지사, 강경화 전 외교부 장관을 비롯해 각국 주한대사들의 조문이 이어졌다.
노태우 정부 때 특허청장을 지낸 김철수 전 상공자원부 장관, DJ정부의 한광옥 전 청와대 비서실장, 손학규 전 바른미래당 대표, 정몽준 전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대표, 국민의힘 조해진 박대출 한무경 서정숙 의원과 김세연 안상수 지상욱 전 의원, 이기흥 대한체육회 회장, 서경석 주 동티모르 대사도 빈소를 찾았다.
한광옥 전 실장은 북방외교 공헌을 업적으로 꼽으며 "과거 쿠데타 문제도 있고 하지만 공과 과를 같이 평가해야 한다"고 했다.
서경석 대사는 베트남전 때 노 전 대통령을 직속상관이자 대대장으로 모셨던 인연을 소개하며 "작전계획을 만들어서 대대장님께 설명하면 다른 이야기 없이 '잘하고 와' 네 마디가 끝이었던 게 인상적이다. 너그럽고 부하를 믿었다"고 추억했다.
노 전 대통령의 측근으로 꼽히는 강용식 전 문화공보부 차관은 방명록에 "'킹 메이커 6인방'이 함께 명복을 빕니다. 이춘구, 심명보, 현홍주, 최병렬, 이병기, 강용식"이라고 적었다.
노태우 정부 청와대에 몸담았던 김시복 공보비서관, 이양기 정무비서관, 이양래 행정비서관도 함께 빈소를 찾았다. 노 전 대통령 경호팀으로 일했던 박상범 전 경호실장도 당시 간부들 10여명과 조문했다.
빈소 옆 접객실에서는 노 전 대통령 장례위원회 유족측 장례위원인 심대평 전 충남지사, 임재길 전 청와대 총무수석을 비롯해 이용만 전 재무부 장관, 금진호 전 상공부 장관, 김진현 전 과기부 장관, 장호경 전 경호실 차장 등 관계자들이 장례 준비를 논의했다. 행정안전부 고규창 차관도 빈소에 들러 장례 일정을 논의했다.
박철언 전 장관은 발인 전날까지 장지가 정해지지 않았다며 "파주 통일동산 부근 장소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그게 산림청 소유이기도 하고 해서…"라며 "검단사에 안치했다가 묘역이 확정되고 공사가 끝나야 (안장이 가능해)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yjkim84@yna.co.kr, as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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