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교황, 또 한 번 '방북' 공감대..김정은 결심만 남았다

조소영 기자,박혜연 기자,김상훈 기자 2021. 10. 29.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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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이어 또 한 번 '방북' 언급..北, 공식 초청장 아직
교황, 文 이어 바이든 면담..'北 의견' 간접 전달됐을 가능성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바티칸 교황청에서 프란치스코 교황과 단독 면담을 갖고 있다. (청와대 페이스북) 2021.10.29/뉴스1

(바티칸·서울=뉴스1) 조소영 기자,박혜연 기자,김상훈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프란치스코 교황이 2018년에 이어 또 한 번 교황의 방북(訪北)에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문 대통령의 막판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추진에 다시금 힘이 실리게 됐다. 이로써 교황의 방북은 결국 '북한의 결심'만 남은 상황이 됐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는 2018년 문 대통령을 통해 교황을 구두로 초청한 뒤 현재까지 교황에게 공식 초청장을 보내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교황은 북한이 공식 초청장을 보내준다면 방북을 못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9일(현지시간) 오전 바티칸 교황궁을 찾은 문 대통령과의 단독 면담에서 문 대통령이 재차 방북을 요청하자 "초청장을 보내주면 여러분들을 도와주기 위해, 평화를 위해 나는 기꺼이 가겠다"며 "여러분들은 같은 언어를 쓰는 형제이지 않느냐, 기꺼이 가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교황님께서 기회가 돼 북한을 방문해주신다면 한반도 평화의 모멘텀이 될 것이다. 한국인들이 큰 기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과 프란치스코 교황 간 만남은 이번이 두 번째로, 2018년 당시와 비교해 형식이나 내용이 크게 달라진 점은 없다. 면담 시간이 40분에서 20분으로 줄어든 것을 제외하면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 통역(한현택 신부) 외 배석자 없이 사실상 '비밀'로 진행됐고 공개된 내용은 '방북 초청' 정도다.

가장 큰 차이는 '북한의 의지'이다. 당시에는 문 대통령이 김 총비서의 방북 초청 의사를 전하면서 "김 위원장이 초청장을 보내도 좋겠느냐"고 교황에게 물었고 교황은 이에 "공식 초청장을 보내주면 좋겠다. 초청장이 오면 무조건 응답을 줄 것이고 나는 갈 수 있다"고 답했다.

교황은 그러면서 "한반도에서 평화프로세스를 추진 중인 한국정부의 노력을 강력히 지지한다"며 "멈추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라. 두려워하지 말라"고까지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후(현지시간) 바티칸 교황청을 방문해 프란치스코 교황과 대화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2018.10.19/뉴스1

이번에는 이러한 북측의 의지가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문 대통령이 이같은 교황의 지지를 기반으로 북한에 다시 한 번 평화의 메시지를 발신하고 국제사회에도 한반도 평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려 했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이탈리아 로마에서는 다음날(30일)부터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가 열린다.

문 대통령 이후 프란치스코 교황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만남을 가졌다는 점도 주목된다. 교황은 이날 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이탈리아를 찾은 나라들 중 한국과 미국 정상만을 차례로 만난 것으로 확인됐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의 북한에 대한 견해가 교황을 통해 바이든 대통령에게 전달되길 기대하는 눈치다.

문 대통령은 교황과의 면담을 통해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는 북한의 비핵화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대북제재 완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어 그 시작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북측에 신속한 인도주의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강하게 제기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백만 전 주교황청 대사는 뉴스1과 통화에서 순차로 진행되는 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의 교황 면담 형식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전 대사는 "교황은 아마 바이든 대통령에게 북핵문제를 전쟁이 아닌 대화로 풀 것을 주문하실 것"이라며 "트럼프 전 대통령 때 막혔던 인도주의적 지원의 필요성을 요청할 가능성도 높다"고 전망했다.

프란치스코 교황뿐만 아니라 앞서 김대중 정부 당시 성 요한 바오르 2세 때도 교황의 방북에 대한 언급이 있었던 가운데 북측은 교황들의 방북이나 한반도 평화 기원 메시지 발신에 대해 공식적으로 입장을 발표한 사례는 없다. 다만 북한은 2013년 3월 프란치스코 교황이 취임했을 때 조선카톨릭교협회 중앙위원장 사무엘 장재언 명의로 축하문을 공개한 바 있다.

한편에서는 북한에 사실상 종교의 자유가 없는데다 교황이 오히려 북한의 인권 문제를 부각시킬 우려 등으로 방북이 끝내 성사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cho1175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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