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교황, 또 한 번 '방북' 공감대..김정은 결심만 남았다
교황, 文 이어 바이든 면담..'北 의견' 간접 전달됐을 가능성
(바티칸·서울=뉴스1) 조소영 기자,박혜연 기자,김상훈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프란치스코 교황이 2018년에 이어 또 한 번 교황의 방북(訪北)에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문 대통령의 막판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추진에 다시금 힘이 실리게 됐다. 이로써 교황의 방북은 결국 '북한의 결심'만 남은 상황이 됐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는 2018년 문 대통령을 통해 교황을 구두로 초청한 뒤 현재까지 교황에게 공식 초청장을 보내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교황은 북한이 공식 초청장을 보내준다면 방북을 못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9일(현지시간) 오전 바티칸 교황궁을 찾은 문 대통령과의 단독 면담에서 문 대통령이 재차 방북을 요청하자 "초청장을 보내주면 여러분들을 도와주기 위해, 평화를 위해 나는 기꺼이 가겠다"며 "여러분들은 같은 언어를 쓰는 형제이지 않느냐, 기꺼이 가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교황님께서 기회가 돼 북한을 방문해주신다면 한반도 평화의 모멘텀이 될 것이다. 한국인들이 큰 기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과 프란치스코 교황 간 만남은 이번이 두 번째로, 2018년 당시와 비교해 형식이나 내용이 크게 달라진 점은 없다. 면담 시간이 40분에서 20분으로 줄어든 것을 제외하면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 통역(한현택 신부) 외 배석자 없이 사실상 '비밀'로 진행됐고 공개된 내용은 '방북 초청' 정도다.
가장 큰 차이는 '북한의 의지'이다. 당시에는 문 대통령이 김 총비서의 방북 초청 의사를 전하면서 "김 위원장이 초청장을 보내도 좋겠느냐"고 교황에게 물었고 교황은 이에 "공식 초청장을 보내주면 좋겠다. 초청장이 오면 무조건 응답을 줄 것이고 나는 갈 수 있다"고 답했다.
교황은 그러면서 "한반도에서 평화프로세스를 추진 중인 한국정부의 노력을 강력히 지지한다"며 "멈추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라. 두려워하지 말라"고까지 말했다.
이번에는 이러한 북측의 의지가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문 대통령이 이같은 교황의 지지를 기반으로 북한에 다시 한 번 평화의 메시지를 발신하고 국제사회에도 한반도 평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려 했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이탈리아 로마에서는 다음날(30일)부터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가 열린다.
문 대통령 이후 프란치스코 교황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만남을 가졌다는 점도 주목된다. 교황은 이날 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이탈리아를 찾은 나라들 중 한국과 미국 정상만을 차례로 만난 것으로 확인됐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의 북한에 대한 견해가 교황을 통해 바이든 대통령에게 전달되길 기대하는 눈치다.
문 대통령은 교황과의 면담을 통해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는 북한의 비핵화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대북제재 완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어 그 시작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북측에 신속한 인도주의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강하게 제기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백만 전 주교황청 대사는 뉴스1과 통화에서 순차로 진행되는 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의 교황 면담 형식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전 대사는 "교황은 아마 바이든 대통령에게 북핵문제를 전쟁이 아닌 대화로 풀 것을 주문하실 것"이라며 "트럼프 전 대통령 때 막혔던 인도주의적 지원의 필요성을 요청할 가능성도 높다"고 전망했다.
프란치스코 교황뿐만 아니라 앞서 김대중 정부 당시 성 요한 바오르 2세 때도 교황의 방북에 대한 언급이 있었던 가운데 북측은 교황들의 방북이나 한반도 평화 기원 메시지 발신에 대해 공식적으로 입장을 발표한 사례는 없다. 다만 북한은 2013년 3월 프란치스코 교황이 취임했을 때 조선카톨릭교협회 중앙위원장 사무엘 장재언 명의로 축하문을 공개한 바 있다.
한편에서는 북한에 사실상 종교의 자유가 없는데다 교황이 오히려 북한의 인권 문제를 부각시킬 우려 등으로 방북이 끝내 성사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cho1175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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