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백신 '반면교사' 삼아 신종 감염병 백신에 과감히 투자해야"

박효순 기자 2021. 10. 29.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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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김우주 고려대 의대 초대 백신혁신센터장
고려대 의대 ‘정몽구 백신혁신센터’의 초대 센터장에 임명된 김우주 교수가 백신 개발의 중요성과 국가적 과제 등을 설명하고 있다. 고려대 구로병원 제공
정몽구 회장, 센터에 100억 기부
기초연구·임상개발 전 과정 선도
“대학 중심으로 한 인력 양성 등
정부, 장기간 정책·예산 책정을
산·학·관·연·병 융합 연구 과제”

고려대 의대 초대 백신혁신센터장에 감염병 분야의 권위자인 김우주 교수(63·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가 최근 임명됐다. 백신혁신센터는 고려대의료원이 올해 하반기 이전할 정릉 메디사이언스파크 내에 위치한 민간기관 백신개발센터다. 백신 기초연구부터 임상개발 허가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선도한다. 현대자동차그룹 정몽구 명예회장이 백신 개발 연구를 위해 고려대의료원에 100억원을 기부하면서 ‘정몽구 백신혁신센터’로 명명됐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은 ‘평생건강 무병장수의 안전벨트’인 백신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일깨웠다. 신종 감염병 출현이 앞으로도 잦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아직 국내에서는 코로나19 예방백신이 나오지 않았다.

김우주 센터장은 29일 “신종 감염병 백신 개발에는 1조~2조원의 비용이 든다”면서 “국내 제약회사 중 백신 개발에 이러한 투자를 할 수 있는 곳은 없기 때문에 국가 주도로 장기간 고비용 투자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 센터장은 “신종 감염병이 언제 나타날지 모르는데, 수익성이 불확실한 기약 없는 고위험 투자를 기피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분석했다. 국가 연구·개발도 2~3년 단기간 내 성과를 요구하기 때문에 길게는 20년 이상 걸리는 백신 개발에 투자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백신 연구·개발 인력의 부족도 문제인데, 지금부터 대학을 중심으로 백신 개발의 기초 및 임상 연구인력을 양성해야 합니다. 정부가 수익성과 무관하게 장기간에 걸쳐 정책을 수립해 예산을 책정하고 대학, 연구소, 병원 및 백신기업이 협력하는 산·학·관·연·병 융합 연구체계 마련이 과제입니다.”

김 센터장은 코로나19 메신저리보핵산(mRNA) 백신의 성공사례를 우리나라가 본받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30년 전부터 헝가리 생화학자 카타린 카리코 박사는 mRNA 기초연구를 시작했고, 반복된 연구비 획득 실패에 굴하지 않고 미국 의사과학자 드루 와이스만과의 협력 연구로 돌파구를 열었다. 이후 미국 정부와 국립보건원(NIH)의 지원을 받은 모더나 같은 바이오벤처가 mRNA 백신 기술 실용화를 가속화했다. 코로나19가 발생하자 화이자를 비롯한 몇몇 글로벌 제약기업들이 신속한 임상시험과 대량생산으로 인류를 위기에서 구하고 있다.

“코로나19 백신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 정부가 대학 연구소, 바이오벤처, 백신회사를 지원해 다가올 새로운 신종 감염병의 백신 개발에 과감한 투자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정몽구 백신혁신센터는 당면한 코로나19 팬데믹은 물론 향후 맞닥뜨릴 신종 감염병에 발 빠르게 대처해 백신을 개발, 우리나라와 전 세계에 널리 저렴하게 보급할 계획입니다.”

김 센터장은 2003년 사스, 2004년 조류 인플루엔자, 2009년 신종인플루엔자, 2015년 메르스 등 감염병 유행 때마다 질병관리청을 비롯한 정부 기관에 자문하며 국가의 방역을 직간접으로 도왔다. 2009년 신종플루 팬데믹 상황에서는 국내 백신회사와 함께 4개월 만에 백신을 개발해 유행 종식을 앞당겼다. 2010년부터 6년간 신종플루 범부처 사업단 단장을 맡아 국내 최초 세포 배양 인플루엔자 백신 개발을 이끌기도 했다.

“새로운 백신 개발에는 기초연구, 임상시험, 공중보건, 상업화 등 다양한 분야의 협업과 장기간 투자가 필요한 만큼 초기에 영리한 추진 전략을 계획해야 합니다. 실현 전략으로는 기초-임상의 다학제 융합 연구, 개방형 창의 연구, 산학 관련 및 국제 협력 연구를 지향합니다. 어떤 대학, 어느 연구소의 연구자와도 협업하며 규모와 관계없이 백신 연구에 관심 있는 기업과의 협력 연구로 백신 개발을 촉진할 것입니다.”

감염병 분야 및 백신 연구의 권위자인 김 교수는 대한감염학회 이사장, 대한인수공통전염병학회 회장 등을 역임했고 현재 대한백신학회 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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