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에 담긴 세상의 땀과 눈물..오늘, 따뜻한 한끼 드셨나요? [책과 삶]
[경향신문]
밥은 먹고 다니냐는 말
정은정 지음
한티재 | 280쪽 | 1만5000원
사람은 무엇인가? 저자의 답은 ‘밥을 먹는 자’다. 그는 “인간은 생존과 존엄, 그 모두를 갖추어 먹어야 하는 식사의 존재”라고 말한다. 먹이가 아닌 밥을 먹기 때문에 인간 삶으로 나아갔고, 밥을 통해 사랑과 질투를 느끼고 협력과 경쟁을 배운다고 여긴다. “밥은 먹고 다니냐”는 말은 “밥 먹을 자격을 갖추고 사는지를 묻는 매서운” 질문이다.
저자는 이처럼 밥으로 세상을 바라보는데, 세상은 비정하다. ‘결식아동’은 방학 중 지급받은 ‘결식지원카드’로 식사를 해결한다. 회당 4000~5000원이다 보니 삼각김밥과 컵라면으로 한 끼를 넘긴다. 소년원 급양비는 끼니당 1893원에서 기껏 올랐다는 게 2080원이다. 경로당 밥상도 스산하기 그지없다. 과일은? 월평균 소득 500만원 이상의 계층이 월 200만원 미만인 저소득 계층보다 2.7배 많이 먹는다.
노동 현장도 비참하다. 파리바게뜨 제빵사들은 본사와 가맹점주에게 이중 갑질을 당하며 ‘눈물의 빵’을 만든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쌀, 라면 같은 생필품 배달이 늘어나면서 쿠팡맨이나 우체국 집배원의 노동 강도는 더 높아졌다.
먹거리를 생산하는 농촌은? 과수원은 공장 터로 변한다. 코로나19 때문에 작은 목욕탕과 마을회관이 멈춘다. 저자는 “따뜻한 식사와 난방, 그리고 목욕. 이는 인간의 존엄을 지키는 가장 기본적인 요소”라고 말한다. 저자는 가축전염병으로 살처분된 동물과 그 재앙의 또 다른 당사자인 축산 농민에게서 ‘기르고 죽이는 고통’을 살핀다. 이주노동자들이 현장에서 고역을 담당하는 일도 상기시킨다.
농촌사회학자인 저자는 농민을 투명인간으로 취급하는 한국 사회를 두고 “모든 먹거리에는 농촌과 사람이 촘촘히 엮여 있음을 어렴풋하게나마 느끼면 좋겠다”고 했다.
김종목 기자 j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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