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은 생의 '마지막 모험' 그 순간을 두려워 말라 [책과 삶]
[경향신문]
남아 있는 모든 것
수 블랙 지음·김소정 옮김
밤의책 | 536쪽 | 2만5000원
죽음은 대체로 상실로 받아들여진다. 그래서 죽음이 찾아오는 순간을 두려워하고, 가급적 피하거나 늦추고자 한다. 그러나 죽음 역시 삶의 한 순간이며, 누구나 태어난 이상 언젠가는 죽음을 맞게 된다.
법의학자가 ‘죽음이 삶에 남긴 이야기들’에 대해 쓴 책이다. 영국의 세계적인 법의인류학자이자 해부학자인 수 블랙은 1999년 코소보 내전 당시 영국 법의학팀을 이끌고 전쟁범죄 수사에 참여했고, 2004년 인도양에 쓰나미가 발생했을 땐 사망자 신원 확인을 위해 태국으로 파견됐다. 법의학자에게 죽음은 언제나 곁에 있는 존재다. 그가 주로 있었던 곳은 해부실이나 범죄 현장, 전쟁터, 쓰나미처럼 엄청난 인명 피해를 남긴 자연재해가 발생한 지역이었다. 저자는 신원을 알 수 없는 시신을 조사해 생전 정체성을 되찾아주고, 범죄 현장을 분석해 사건의 진실에 다가서는 데 도움을 주기도 한다.
수많은 죽음들을 목격해 왔지만 그는 “죽음은 끔찍할 이유도, 잔혹하거나 저속할 필요도 없다”고 말한다. 죽음 역시 조용하고 평온하고 자비로울 수 있으며, 죽음을 어둡게만 보는 것은 그것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언젠가 찾아올 자신의 죽음을 “나의 마지막 모험”이라고 생각한다는 그는 죽음에 대해 느끼는 불신과 두려움, 혐오는 잠시 치워두자고 말한다. 죽음 예찬이 아니라 죽음 역시 “인생의 필수불가결한 요소”라는 점을 받아들이고, 두려움 없이 그것을 바라보자는 것이다. 저자는 우리가 결정할 수 없는 출생과 죽음 대신 그 사이의 삶에 집중하자고 말한다. 그는 미국 언론인 노먼 커즌스의 말로 이 책을 시작한다. “삶의 가장 큰 상실은 죽음이 아니다. 가장 큰 상실은 살아 있는 동안 우리 내부에서 죽어가는 것이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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