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TBS예산 122억 깎아 "방송제작 하지 말라는 것"

조현호 기자 2021. 10. 29.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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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375억→252억으로 32% 삭감 제출키로…경만선 시의원 "제작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거냐, 명백한 방송법 위반" 성토
서울시 "이대로 제출해 통과하는 게 목표"

[미디어오늘 조현호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TBS미디어재단 예산출연금을 당초 알려진 것보다 더 큰 규모인 122억원을 삭감한 252억7400만원을 편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해만에 무려 32.6%의 예산을 줄인 규모다.

서울시의원은 TV라디오 제작비의 경우 사실상 97%가 삭감됐다는 분석을 내놓으며, “아예 그냥 앉아서 방송 제작을 하지 말라는 것 아니냐” “명백한 방송법 위반”이라고 성토하고 나섰다.

경만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의원(강서구 제3선거구)은 29일 공개한 자료에서 서울시가 미디어재단TBS의 출연금을 2021년도 대비 32.6%에 달하는 약 122억 원을 감해 1년 예산의 절반인 252억7400만원으로 책정했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서울시는 전날 의회에 보고한 내용이라며 모두 사실이라고 시인했다.

경 시의원은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2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TBS 청취율 1위의 원인은 시사를 깊이 다루어서가 아니라 자극성 때문” “서울시 입장에서 조만간 방법을 강구하겠다”고 밝힌 이후 삭감 논의가 이뤄졌다고 전했다. 경 시의원은 “문제는 서울시 기획조정실이 미디어재단TBS과 7월부터 긴밀히 소통하면서 10월8일까지만 하더라도 출연금을 330억 수준으로 예정되고 있었으나 국정감사 이후 돌연 TBS에 2022년도 전체 예산의 50%만 반영하겠다고 유선 통보했다”고 설명했다.

경 시의원에 따르면, 서울시는 2021년 11월 기준 '중기지방재정계획' 수립 당시 미디어재단TBS의 2022년도 출연금을 379억4400만원으로 책정했고, 지난 9월 서울시의회 임시회에서 미디어재단TBS의 출연 동의안을 심사받을 땐 출연금을 389억1200만원으로 보고했다. 오 시장이 지난 7월1일 서울시의회 시정질문에서도 “TBS에 대해 예산편성권, 경영평가권, 감사권 등 굉장히 많은 권한을 갖지만 관심을 표한 적도, 검토한 적도 없다”고 했다고 경 시의원은 전했다.

경 시의원은 그러다가 국정감사 이후 서울시는 삭감에 대한 세부적인 논의없이 단독적으로 출연금 30% 이상 삭감을 결정했다고 했다. 경 시의원은 서울시가 책정한 내년도 출연금이 인건비, 운영경비 등 2022년도 미디어재단TBS의 행정운영비용 312억 원에도 못 미치고, 송신소·방송장비 유지관리 등 고정비용 60억원을 포함하면 재정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고 비교했다. 경 시의원은 무엇보다 “TBS 전체 예산으로 볼 때 TV·라디오 제작비는 금년의 97% 가량이 삭감됐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9월14일 신림1재정비 촉진사업 현장에 방문해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오세훈 페이스북

이를 두고 경 시의원은 “방송사의 제작비용을 삭감하는 것은 앉아만 있으라는 탄압”이라며 “서울시 행정을 정치적으로 사유화하는 지극히 옹졸한 행위이자, 의회와 시민을 근본적으로 무시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그는 “오세훈 시장이 전임시장으로 일하던 시절 교통방송을 책임운영기관으로 정해 독립적으로 운영하는 길을 터넣고 이제와 입맛에 안맞는다고 말바꾸기에 위법행위까지 불사하고 시민의 방송을 길들이려 하고 있다”며 “예산안 수립이 정치행위로 변질된 책임을 져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경 시의원은 “서울시의 정치적인 미디어재단TBS 길들이기에 방송법 위반임”이라고도 했다.

이를 두고 서울시는 내년도 예산안 규모는 경 시의원의 자료내용이 사실이라면서도 일부 대목은 반박했다. 김종수 서울시 시민소통담당관은 29일 저녁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지난 9월 TBS 출연동의안 389억1200만원 보고한 것은 출연을 동의받기 위한 가안일 뿐 서울시의 예산안이 아니었다”며 “출연금 액수는 변경될 수 있고, 세부적 편성 단계에 이던 시기는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379억의 중기지방재정계획안을 두고도 김 담당관은 “중기지방재정계획은 구속력이 없고, 시기별로 쓴 것으로 TBS가 제출한 것을 잠정적으로 쓴 것이지 우리가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한 의미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국감이후 서울시 기조실과 TBS가 출연금 규모를 330억원 수준으로 삭감하는 논의를 했다는 경 시의원 주장에 김 담당관은 “기조실에서 그런 얘기를 했다는 것은 소관부서인 우리도 모르는 사실”이라며 “어떤 말을 들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TV-라디오 제작비의 경우 올해 대비 97% 가량 삭감됐다는 분석을 두고 김종수 담당관은 “출연금을 주는 것은 인건비, 운영경비, 제작비 등등에 쓰라고 세부적으로 정해서 주는 것은 아니다”라며 “예산출연금을 받으면 그걸로 TBS 자신들이 안배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김 담당관은 “숫자(항목별 액수 변화)로 비교하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며 “그렇게 숫자로 얘기하면 호도가 된다”고 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7월19일 노원구의 한 선별검사소를 방문해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오세훈 페이스북

그는 “TBS의 재정자립도 향상, 수익사업 개선, 광고 노력, 방송발전기금 얘기도 경 시의원조차얘기했던 것”이라며 “1년이 지난 지금 와도 개선노력 없이 광고마저 줄인채 출연금을 늘려달라고 요구한 것은 개선노력이 부족해보인다”고 주장했다. 김 담당관은 “언제까지 출연금을 고정적으로 달라는 것이냐”고 했다.

김종수 소통담당관은 이같이 삭감된 규모의 예산안을 제출하고 이대로 통과시키는 것이 목표라며 “확정이라고 할 수는 없으나 큰 변수가 없다면 오는 1일 서울시의회에 이대로 제출된다”고 밝혔다. 그는 “의회에 이 예산안대로 설명하고, 거기에서 논의가 있을 것”이라며 “심사권은 의회에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라디오 상업광고를 할 수 없도록 금지한 상태에서 고정출연금 지원만 한꺼번에 122억원이나 깎는 것은 합리적인 예산 편성이라고 보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예산으로 방송을 길들이기한다는 비판도 피하기 어렵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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