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저축 브로커, '대장동 밑그림' 회사 대주주였다

이보라·이효상·허진무 기자 2021. 10. 29.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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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1155억 대출 알선책, 대장동 개발·이익 배분 설계한 판교AMC 2대 주주
정영학과 사실상 공동 소유…‘단순 알선’ 아닌 사업에 중요 역할 가능성

부산저축은행 자금 1155억원을 대장동 개발 업체에 알선해준 브로커가 이 알선을 받은 판교프로젝트금융투자(옛 대장프로젝트금융투자)의 주주로 사업에 참여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대장동 개발 계획과 이익 배분 구조를 사실상 설계한 판교AMC(옛 대장AMC)의 ‘2대 주주’로도 파악됐다.

29일 경향신문이 입수한 판교AMC 주주 명부에 따르면 2011년 당시 이 회사 대표로 있던 김모씨 등은 보유 지분 100%를 도시개발디앤피(67%)와 브로커 A씨의 부인(33%)에게 양도하면서 사업에서 물러났다. 부인 명의를 쓴 A씨가 사실상 판교AMC의 2대 주주로 추정된다. 이 지분 구조는 2014년 8월에도 유지됐다.

판교AMC의 1대 주주인 도시개발디앤피의 경우 2012년 4월 기준 정영학 회계사와 그의 부인이 지분 50%, 개발업자 정재창씨가 50%를 보유했다. 이를 종합해 보면 판교AMC는 A씨와 정재창씨, 정 회계사가 전체 지분을 3분의 1씩 나눠 가진 회사였다.

박연호 부산저축은행그룹 회장 인척인 A씨는 2009년 부산저축은행에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로 1155억원을 대장동 개발 업체인 판교프로젝트금융투자에 알선한 브로커다. 2011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의 저축은행 대출 비리 수사에서는 참고인으로만 조사를 받았지만, 이후 2015년 수원지검 수사에서 알선 대가로 10억3000만원을 받은 혐의(알선수재)로 기소돼 2년6개월의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현재의 화천대유에 해당하는 자산관리회사 판교AMC는 대장동 사업을 설계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경향신문이 입수한 판교AMC의 2014년 4월 ‘서판교 대장동·제1공단 결합도시개발사업 사업계획서’ 문건에는 성남도시개발공사가 10개월 뒤인 2015년 2월 발표한 공모지침서에 담긴 사전이익확정제 등 사업 구조가 그대로 담겨 있다. 공사에 50%+1주의 우선주를 배정하는 방식과 구체적인 주택 개발 세부 규모 등 계획서에 담긴 내용은 이듬해 2월 성남도시개발공사의 민간사업자 공모를 통해 사실상 똑같이 실현됐다.

A씨는 판교AMC를 통해 자신이 대출을 알선한 시행사 판교프로젝트금융투자의 지분도 보유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2013년 10월 기준 판교프로젝트금융투자 주주 명부를 보면 남욱 변호사 49%, 판교AMC 24%, 도시개발디앤피 20%, 미래에셋증권 5% 등의 순으로 지분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판교AMC 지분 33%를 보유한 A씨는 자동으로 판교프로젝트금융투자 전체 주식의 약 8%를 보유한 셈이 된다.

이 때문에 A씨가 개발 초기 투자 자금 유치 역할에 그친 것이 아니라 대장동 개발사업에 깊숙이 관여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대출 알선’이 아니라 향후 자신이 지분을 보유할 회사에 필요한 자금을 스스로 끌어온 것 아니냐는 의심도 가능하다. 자금을 끌어온 대가로 지분을 확보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A씨는 현재도 대장동 관련 회사와 간접적으로 이어져 있다. 그는 남 변호사와 가까운 조현성 변호사가 실소유주로 알려진 천화동인 6호가 합병한 음향기기 수입사의 고문으로 재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기자와 통화하면서 “2011년 5월 이후 대장동 개발사업에 관여한 바 없다”며 “(판교AMC 지분 보유 등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보라·이효상·허진무 기자 purp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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