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반대에도..유족 공문 받은 파주시 "통일동산 '노태우 묘역' 검토 중"
[경향신문]
관광특구 내, 허가 땐 특혜 논란
시, 지난 6월 문의 땐 ‘불가 통보’
장례식 후 인근 검단사에 안치키로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지가 영결식 하루 전까지 결정되지 못하고 있다. 유족들은 경기 파주시 탄현면 통일동산에 묘역을 조성하는 방안을 요구하지만, 관광특구이기 때문에 지구단위계획변경과 공유재산 매각절차 등을 거쳐야 하는 등 특혜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 파주지역 시민단체들도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어 파주시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받고 있다.
파주시는 “지난 28일 노 전 대통령의 국가장을 주관한 장례위원회의 공문을 받고 내부 검토에 들어갔다”고 29일 밝혔다. 장례위의 공문은 통일동산 등에 묘역을 조성하는 방안에 대한 파주시의 협조를 요청하는 내용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장법을 보면 장례위는 관계 행정기관 및 공공기관에 필요한 요청을 할 수 있고, 이를 요청받은 기관은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협조 요청에 따르도록 규정되어 있다.
유족들은 지난 26일 입장문을 통해 노 전 대통령이 유언으로 “자신의 생애에 이루지 못한 남북한 평화통일이 다음 세대들에 의해 꼭 이루어지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남겼다면서 파주 통일동산에 묘역을 조성하는 방안을 파주시와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뜻은 28일 구성된 장례위에서도 전달됐다. 유족들은 통일동산 묘역 조성에 따른 행정처리 절차가 쉽지 않을 경우에 대비해 통일동산 인근 서너 곳도 둘러본 것으로 전해졌다. 장례위는 통일동산 장지 조성을 위해 임시로 노 전 대통령의 유해를 30일 장례 직후 인근 검단사에 안치하기로 했다.
통일동산은 노태우 정부 때인 1989년 자유로, 헤이리 예술마을과 함께 조성됐다. 파주는 노 전 대통령이 사단장을 맡았던 육군 9사단이 일부 관할한 곳이다.
유족들은 앞서 지난 6월에도 파주시를 방문해 통일동산에 장지를 조성하는 방안을 문의했으나 해당 지역은 법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통보받았다. 파주시는 통일동산이 관광특구이기 때문에 묘지 조성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시유지나 국유지에 묘지를 조성하려면 지구단위계획변경과 공유재산 매각절차는 물론 장사법에 의해 관할자치단체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파주지역 시민사회단체와 진보정당들은 노 전 대통령의 통일동산 안장을 반대하고 나섰다. 특히 파주시가 기존 입장을 번복하고 혈세로 노태우 추모공원을 조성한다면 특혜 논란과 함께 거센 저항에 부딪히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재희 진보당 파주지역위원장은 “보통사람은 허가된 곳 이외에 묘역 조성이 불가능하다”며 “통일동산에 노태우 묘역이 조성된다면 법적인 문제를 떠나 국민 정서에도 맞지 않는 특혜에 해당된다”고 말했다.
파주시 관계자는 “아직 장소와 규모 등은 확정된 것이 없다”며 “다만 묘역 조성에 대해 노 전 대통령 유족들과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파주 통일동산은 남북화해의 상징지역으로 민주화운동가인 장준하 선생이 묻혀있는 역사의 현장이다.
박준철·김기범 기자 terry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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